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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용병 제도 변경, 팀별 보강해야 할 포지션은?

신이라 불린 사나이. 페타지니와 같은 타자의 존재는 팀의 색깔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사진 출처 - LG 트윈스)



10일 한 스포츠매체가 프로야구의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가 3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선수협에서 합의한 사항이기에 규정 변경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만약 3명의 외국인 선수가 엔트리에 포함되어 경기당 두 명 출장으로 가닥이 잡히면 한 포지션은 야수가 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 


현재 외국인 선수의 스카우트는 대부분 투수가 대상이었기에 공격 야구를 선호하는 팬들에게 특히나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다. 어떤 구단이 제도 변경의 이득을 볼지 포지션별 타격을 구해 보았다. 방법은 KBO의 박스스코어를 기준으로 선수별 전체 기록을 출장한 포지션 타수 비율로 나눠 팀별로 합산했다. 설령 제도 시행이 2015시즌부터 이루어지더라도 FA 영입이나 트레이드, 2차 드래프트(한국형 룰5 드랩)가 시행되기에 유의미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wOBA는 출루율처럼 보면 되는 종합 타격 스탯입니다.

wOBA = (0.72*(볼넷-고의사구) + 0.75*사구 + 0.90*1B + 0.92*실책출루 + 1.24*2루타 + 1.56*3루타 + 1.95*홈런) / (타석-고의사구)


리그 평균 기록을 보면 가장 빼어난 타격을 보인 포지션은 1루-3루-지명 순이다. 메이저리그와 비교해 국내리그는 유독 3루에 최정, 박석민 등 강타자가 올려있는 경향이 있다. 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격수가 2루보다 근소하게 공격력이 나은데 보다 재능 있는 선수가 유격수에 몰리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에 반해 기피포지션이라고 할만한 포수 자리의 타격은 형편없었다. 아래에도 언급하겠지만 최재훈, 장성우 같은 일류 선수들이 주전을 차지할 환경이 된다면 지금처럼 포수 희귀현상이란 표현은 생기지 않을 듯하다.





완벽에 가까운 전력이라 평가받는 삼성에도 고민거리가 있다면 포수 포지션이다. 삼성의 주전 포수였던 이지영은 .539의 OPS로 리그 평균보다 7푼 이상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베테랑 진갑용이 그 이상으로 만회하면서 부족분을 메웠다. 내년에도 그럴 수 있을까? 삼성은 포수 보강이 필요하고, 용병보다는 트레이드를 통해 난국을 해결해야 할 듯싶다. 다만 오승환이 해외 진출하게 되면 정인욱이 복귀하더라도 투수진에 여유가 생길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 외 빈틈없는 야수층이지만, 야수 용병이 도입되면 배영섭을 군에 보낸다는 전제하에 코너 외야가 적합하다. 2루 포지션도 업그레이드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짜임새 있는 타격을 했던 LG는 확실한 취약 포지션이 있다. 김용의와 문선재는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나 1루를 보기에는 타격이 아직 아쉽다. 작은 이병규는 내구성이 미덥지 못하다. 1루에 홈런 갈증을 풀어줄 빅뱃이 영입된다면 훨씬 수월한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 문선재는 2군에서 포지션을 정립하고 다시 단련의 시간을 갖는 게 본인이나 팀을 위해 성장의 기회가 된다. 또 다른 방안은 중견수 보강. 박용택의 공격력은 문제없으나 결코 좋은 수비수라고 말하기 어렵다. 한화의 데이비스나 클락 같은 선수가 중앙에 있다면 LG는 지금의 팀 컬러를 확고히 하면서도 더 견고한 팀이 된다. 이병규(캡틴)의 노쇠화나 정의윤의 정체에 대비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있다. 





1루와 유격수 포지션에 박병호와 강정호라는 괴물이 있는 넥센은 허점이 없는 라인업은 아니다. 포수 자리는 계속된 고민이고, 코너 외야도 어수선하다. 김민성도 이제 입대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다. 만일 김민성이 올해를 끝으로 상무나 경찰청에 입대할 생각이라면 3루 보강이 가장 절실하다. 그렇지 않다면 장기영이 출장한 좌익수 자리가 외국인 야수가 뛰기에 가장 적합해 보인다. 고종욱의 복귀가 조금 걸리긴 하나 장기영의 출장시간을 줄이면 공존이 어렵지 않다. 시즌 중반 이성열의 부진을 떠올리면 해답은 더 명확해진다.


야수 용병이 늘어나면 가장 피해를 볼 팀은 두산이다. 포스트시즌 졸전과 별개로 야수 포지션에 약점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선수가 남아 교통정리가 안 되는 상황이다. 올 시즌 후에는 반드시 오재원을 입대시켜 윤석민, 최주환의 활용 폭을 늘려야 한다. 이는 FA 자격을 얻은 손시헌, 최준석, 이종욱의 재계약과 무관하게 이뤄져야 한다. 단, 이원석이 입대를 고려하면 유일하게 3루 포지션에 변수가 생긴다. 외국인 야수를 반드시 영입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두산은 되도록 수비가 되는 3루수를 준비시킬 필요가 있다.





두산과 반대로 용병 보유 3명이 내년부터 도입되면 롯데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하다. 전준우, 손아섭, 황재균 등 입대를 앞둔 선수들의 대비도 되거니와 우승도전 팀이라고 하기 부끄러운 공격력을 급히 끌어올릴 수 있다. 참고로 롯데의 팀OPS와 wOBA는 NC, 한화에 가까운 7위였다. 약점이 되는 포지션도 비교적 수비 부담이 적은 1루와 좌익수라 오롯이 타격에 몰두하기 좋은 조건이다. 가장 취약한 포지션은 유격수 자리이나 수비 좋은 선수를 구하기 쉽지 않고, 유망주 신본기의 존재도 걸린다. 추가로 용병 영입이 있더라도 롯데는 강민호 잔류는 물론, 트레이드와 또 다른 FA 영입을 통해 공격력 보강이 요구된다. 장원준과 조정훈 합류가 예상되는 2014시즌, 롯데가 우승에 도전하기에 가장 적기 아닐까? 승부를 건다면 바로 지금이다.


내후년 FA로 풀리는 선수들이 득실득실한 SK. 어느 팀보다 머리를 잘 써야 한다. 약점이라고 할 외야 지명 포지션에 어중간한 선수가 몰려 있어 애매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도 야수 용병을 영입한다면 코너 외야가 어울리긴 한다. 대신 FA가 직면한 선수 위주로 적절한 트레이드를 통해 교통정리는 신경 써야 하겠다. 유격수 자리는 나주환의 합류 후 상황이 바뀔 여지가 있어 손을 데기 껄끄럽다. 만에 하나 정근우가 FA로 빠져나간다면 2루를 보강해야겠으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SK에게 땅이 꺼지는 듯한 절망과도 같다.


 



신생팀 NC는 올해 압도적으로 공격력이 부족한 팀이었다. 지난 오프시즌 FA로 영입한 이호준을 제외하면 모든 포지션이 평균보다 많이 아래의 타격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 7위를 차지한 비결은 바로 수비다. 빠른 발을 가진 선수들이 많은 NC는 9개 구단 중 DER(수비효율) 1위를 차지했다. 풀어서 설명하면 공이 타구에 맞아 파울이 안 되었을 때 가장 많은 아웃을 잡았다고 해석하면 된다. 고로 NC가 내년에도 팀 컬러를 유지하려면 세대교체를 신경 씀과 동시에 수비력을 유지해야 한다. 야수 용병으로 1차 지명 강민국이 합류하는 유격수 자리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나성범, 김종호, 오정복, 권희동 등이 있는 외야나 모창민의 3루 또한 이상적이지는 않다. 그나마 2루수 용병이 무리 없는 구성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두산과 완전히 다른 측면에서 골치가 아픈 팀이다.


위 표를 보고 KIA 야수는 큰 문제 없다고 판단하면 대단히 오산이다. NC와 정반대로 KIA는 수비와 연관성이 큰 DER 수치에서 역대급 꼴찌를 하고 말았다. 이용규가 지명타자로 나지완보다 많은 타석에 들어설 때부터 대재앙이 시작됐다. 일부에서 부상 선수의 이탈을 너무 과소평가 하는데 공백은 타격이 아닌 수비에서 나왔다. 따라서 선수 구성 시 첫째도 둘째도 수비가 중심이 돼야 한다. 그렇다고 예전 발데스 같은 유격수 용병을 뽑기에는 효율성이 좋지 않다. 정석대로 하자면 내구성이 약한 최희섭의 자리에 외국인 야수를 구하고, 나지완, 이범호를 돌아가며 지명타자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혹여 FA 이용규가 팀을 떠나면 수비가 뛰어난 중견수를 1순위로 방향을 선회하자. 수비력 증강을 위해 백업 이상의 유격수 영입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타진해야 한다.





NC나 롯데와 비슷하게 공격력에 빈자리가 가장 많은 팀이 한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김태균, 최진행, 김태완의 자리는 반드시 남겨둬야 한다는 게 차이다. 남은 포지션 중에는 수비와 공격 모두를 위해서 과거처럼 중견수 용병이 우선된다. 그러나 올해 한화는 적극적으로 FA 영입을 한다고 밝혔다. 이종욱이나 이용규를 잡을 수 있다면 굳이 용병을 통해 중견수를 채울 이유는 없다. 


그보다 계속해서 취약점이 되어가는 3루 용병도 나쁘지 않다. 오선진은 입대가 예정되었고, 이대수와 계약해도 2루 혹은 유격수로 활용하면 된다. 경찰청의 김회성은 타자 친화적인 벽제 구장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특출난 활약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공수 모두 평균 이상이 되는 내야수를 구하기 어렵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