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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야구

WAR로 보는 2011년 MVP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월요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올해의 MVP와 신인왕이 발표됩니다. 최근 오승환이 MVP를 최형우에게 양보하겠다는 기사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죠. 사실 발언 자체의 의미는 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 팀의 동료에게 나보다 이 선수가 탈 만한 것 같다고 한 것에 불과하니까요. 실제로 팬들 사이에서는 왜 삼성이 오승환보다 최형우를 밀고 있느냐에 대해서 의견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기여도보다는 스타성에 의해 움직인 것 아니냐는 것인데요. 그에 따른 부담감이 인터뷰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겠죠. 

문제가 생겼다면 오승환의 의사 표현이 아니라 미디어에 의해 급히 MVP 홍보 대상자를 바꾸는 것처럼 보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 프런트에 의해 홍보자료가 가서 기사들이 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오해할 만한 기사들이 나오긴 한 것 같습니다. 투표에 의해 수상자를 뽑는다는 것이 당연히 정치적이고 선거와 같은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스포츠인 만큼 팬들에게 공정성을 부각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 같네요. 



그럼 논란은 뒤로하고 2011시즌 후보들이 어떤 활약을 했는지 WAR이라는 기록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WAR이라는 스탯을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죠. WAR이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한 선수가 빠졌을 때 그를 대체할 만한 선수에 비해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했는지로 가치를 매기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황재균이 부상으로 빠지게 되면 손용석이 3루로 가고 퓨처스리그에서 정훈이나 허일 등이 올라올 수 있겠죠. 롯데는 황재균의 공격력만큼이나 3루수로의 수비력, 주루플레이에 대한 공백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또 장원준이 빠지면 스윙맨이었던 이재곤이나 퓨처스리그의 김수완이 올라오겠죠. 이 두 상황의 차이를 구해보자는 개념이 WAR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체 선수가 어느 정도이냐 이겠죠. 아래 그림의 초록색 부분이 리그 선수 기록과 리그평균을 뺀 값으로 고려할 게 없지만, 보라색 부분인 리그 평균과 대체 선수의 차이는 리그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wOBA = (0.72*(볼넷-고의사구) + 0.75*사구 + 0.90*1B + 0.92*실책출루 + 1.24*2루타 + 1.56*3루타 + 1.95*홈런) / (타석-고의사구)
  출루율 스케일 입니다.

MLB의 기준을 보면 타자는 600타석에 들어선다고 할 때 대체 선수보다 약 20점, 승수로 약 2승을 더 올린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 평균으로 보면 약 .289wOBA의 타격을 기록한 선수는 대략 리플레이스먼트 (대체 선수) 레벨의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28AVG .298OBP .324SLG의 비율 넘버를 찍은 선수에 해당하죠. MLB의 기준이 너무 높다고 보시나요? 저는 국내에 대입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최형우, 이대호의 WAR은 아래와 같은 값이 나옵니다. (큰 차이는 없지만 구장 보정이 되었습니다.) 구하는 자세한 방법은 FreeRedbird님 블로그를 참조해주세요.
 


두 선수 모두 팀에 6승 이상의 가치를 보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작년 MVP 이대호는 타격만 봤을 때 8승 정도의 가치였는데요. 올해 야수 MVP가 돋보이는 시즌은 아니라고 해야겠죠.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수비와 주루의 가치가 매겨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팬그래프에서 볼 때 최악의 수비수는 -1~2승, 최악의 주루플레이어는 -1승 정도로 기여도가 줄어듭니다. 두 선수는 올해 어땠을까요. 이대호는 KBO 최악의 주루플레이어 중 한 명입니다. 두 선수 모두 평균 이하의 수비력을 가지고 있죠. 저는 이대호는 -0.7~1.3, 최형우는 -0.5~-1 정도로 수비와 주루에서 팀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확히는 알 수 없는 부분이겠죠.



그럼 투수의 WAR을 구할 때는 어떨까요? MLB는 대체선수(replacement level)들로만 선발을 꾸렸을 때 5할 승률 팀이 대략 38%의 승률로 낮아진다고 연구됐다고 합니다. 올해 리그 평균자책점이 4.14인데 평균 5이닝을 던지는 투수라면 5.26ERA를 기록한 투수가 대체 선수 기준이라는 것이죠. 


반면 불펜을 대체선수로 꾸렸을 때는 47%의 승률로 큰 차이가 없다고 예상하고 있네요. 그러니까 보라색 부분이 매우 적다는 것이죠. 통계적으로 구해진 것이기 때문에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같은 선수라도 불펜으로 뛰었을 때 평균자책점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올해 선발 평균자책점이 4.40인데 반해 불펜 평균자책점이 3.82로 낮은 것을 봐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불펜투수를 계산할 때 한 가지 더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등판시 경기 중요도인데요. 마무리 투수로 중요한 상황에 던진 것과 패전 조로 던진 것을 똑같이 평가할 수는 없겠죠. Statiz가 사라진 이후 등판시 LI (중요도)를 수치로 알 수는 없습니다. 메이져리그와 비교할 수는 있을 텐데 팬그래프에서 30이닝 이상 투수 중 가장 높은 수치는 앤젤스의 월든이 2.10, 인디언스의 페레즈가 2.08로 가장 높습니다. 그 밑으로는 평균의 2배인 선수가 없는데 오승환의 등판시 LI를 임의로 2.0으로 계산 했습니다.



야수도 그렇지만 투수의 WAR도 한가지 방식이 아니라 평균자책점과 FIP 등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저는 변수가 더 적은 FIP를 더 선호하긴 하지만 앞으로의 예상이 아니라 성과를 구할 때는 ERA의 가치가 뒤지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보는 이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어서 두 가지 모두 구했구요. 추가로 ③번 피WOBA로도 계산을 해봤습니다. ③번은 대체선수 보라색의 범위를 모두 야수를 구할 때의 방식으로 했기 때문에 릴리버가 WAR에서 불리해질게 없는 방식이죠. 반대로 생각하면 과대평가의 여지도 있음을 고려해 주세요.

야수와 비교하면 후보는 윤석민과 최형우로 좁혀지는 듯합니다. 최형우의 수비와 주루플레이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보는데 누가 받더라도 납득이 되네요.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제가 쓴 글도 WAR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본 것일 뿐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2006년 어메리칸리그 MVP가 떠오르는데 세이버메트리션들과 많은 MLB 팬들이 비율 넘버가 좋은 미네소타의 포수 마우어와 양키스의 유격수 데릭 지터에게 지지를 보냈습니다. 당시 WAR은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탯으로 알고 있는데 돌이켜 보면 두 선수는 AL 2위, 3위에 해당하는군요. WAR 1위인 사이즈모어는 소속팀 인디언스가 5할이 안 되는 승률로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했기에 주목받는 후보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마우어의 동료인 1루수 저스틴 모노가 지터를 근소하게 투표에서 이겨 MVP 수상자가 됐습니다. 모노는 661타석 동안 .321의 타율 130타점으로 AL 타점 2위였고 이는 마우어 보다 46타점 많은 숫자입니다. 다소 논란이 있긴 했지만 단지 타점만으로 모노가 MVP에 뽑힌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네소타의 상승세를 이끌면서 PS에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기 때문이죠. 모노는 WAR과 다른 어느 시점에 활약했느냐를 중요시 하는 WPA에서는 4.87로 AL 5위를 기록했습니다. 클러치 상황에서 잘한 것이라고 이해해주셔도 좋습니다. 저는 지터가 더 MVP에 적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지만 팀 내 마우어 외에도 요한 산타나까지 강력한 MVP 후보가 있었음에도 모노가 수상하게 된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시각의 차이라는 것이죠.


오늘 MVP를 수상할 후보들 모두 자격이 되는 선수들이기에 미리 축하하고 싶구요. 기자분들은 타이틀만 보는 게 아니라 편견 없이 자신의 기준으로 투표를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드네요.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표만 보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기록출처는 istat.co.kr을 통해 WAR 개념은 FreeRedbird님 블로그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승환의 ERA-WAR, FIP-WAR이 반대로 되있었던 것을 수정했습니다. 평균자책점이 더 낮으니 당연히 ERA로 구한 WAR이 더 높겠죠. 오류가 있던 표를 보신 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