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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이성열-오재일 트레이드가 괴이한 이유

사진 출처 - 두산 베어스



야구가 없는 월요일 시즌 네 번째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두산과 넥센은 9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외야수 겸 지명타자 이성열과 1루수 오재일을 트레이드 맞바꿨다고 발표했다. 말 그래로 깜짝 트레이드다. 양 팀 간에는 트레이드를 할 만한 어떤 징조도 없었다. 트레이드의 이유도 불분명하다. 두 선수는 모두 거친 스윙에 장타력을 갖춘 비슷한 유형으로 좌타자라는 점이 같다. 양 팀 팬들은 이 트레이드가 왜 일어났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언론보도를 보면 두산이 먼저 요청한 트레이드라고 하며 김진욱 감독이 오재일을 원했다고 전해진다. 오재일과 이성열이 어떤 차이가 있길래 이런 거래가 이루어진 걸까? 두 선수의 차이점과 특징을 통해 이유를 찾아보자.




일단 포지션이 다르긴 하다. 이성열은 2012년 27경기 188.0이닝, 2011년에는 50경기 353.1이닝을 우익수로 뛰었다. 결코 수비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나 삼성 최형우, 한화 최진행, KIA 나지완과 비교해 활용도는 높다고 하겠다. 오재일은 올해 1군에서 21경기 113이닝, 작년에는 2군에서 1루수로 46경기 선발 출장했고 다른 포지션은 거의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럼 두산이 1루수가 필요하고 넥센이 외야수가 부족했나? 


오히려 그 반대다. 김진욱 감독은 트레이드 후 우리 팀은 외야수가 많다고 했지만, 시즌이 시작되기 전 외야수가 부족해 유격수 유망주 허경민에게 외야 수비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현재 주전인 김현수는 손가락 상태가 완전치 않고, 이종욱과 정수빈은 2할 초반의 타율과 3할이 안 되는 출루율로 극심한 부진에 빠진 상태다. 수비가 좋은 백업 외야수 임재철이 부상에서 돌아온다고 해도 두산의 외야는 유일하게 선수난에 시달리는 포지션이다. 2013시즌 민병헌과 박건우가 돌아온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성열 트레이드는 올해가 아니라 내년이 되야 했다. 두산은 올해 리빌딩기간인가?


반대로 넥센은 외야수가 급하지 않다. 이택근-장기영-정수성에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는 유한준이 수비를 하기 시작했고, 오윤과 강병식도 이성열과 마찬가지로 외야가 가능하다. 송지만이나 박정준 등 도 어느 시점에 1군 진입이 가능하다. 김시진 감독도 이성열을 수비 부담을 줄여주는 지명타자로 출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포지션을 보면 이 트레이드를 시도할 이유가 없다.




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두 번째 실마리. 선수의 기량과 가능성의 문제다. 현재는 이성열이 오재일보다 많은 것을 보여준 선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재일과 두 살의 나이 차인 이성열은 2005년부터 230타석을 부여받아 .374의 출루율 .449의 장타율로 가능성을 보였다. 통산 615경기 1735타석 .247AVG .339OBP .406SLG 49홈런으로 이미 리그 평균 이상의 타격은 보여주는 선수다. 타자에게 불리한 잠실 구장에서 24개의 홈런을 때린 선수라면 어느 팀에서든 주전의 가능성을 가진 게 아닐까?


그에 비해 오재일의 성적은 평범하다. 100타석을 넘긴 것은 작년 처음으로 올해는 4개의 홈런에도 출루율은 2할 언저리, 장타율은 3할이 체 되지 않는다. 하지만 1군 성적으로 오재일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는 이미 박병호를 통해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때 유망주들의 1군 성적은 기량에 비해 저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성열과 오재일의 2군 성적을 비교해 보자.


박병호 06-11년 2군 263G  910타수 .322AVG .629SLG 65홈런 177삼진 149사사구

이성열 06-09년 2군 111G  369타수 .312AVG .523SLG 19홈런 85삼진 61사사구

오재일 06-12년 2군 384G 1282타수 .285AVG .470SLG 50홈런 221삼진 171사사구 

오재일 최근4년 2군 173G  590타수 .268AVG .456SLG 24홈런 118삼진 79사사구



위에 보다시피 박병호가 압도적인 성적을 올렸다. 이성열이나 오재일과는 비교할 수 없다. 또 한가지 차이는 박병호는 08~11년으로 한정하면 772타석 .341의 타율 .661의 장타율로 리그를 초토화했다는 점이다. 송신영과의 트레이드 당시 박병호를 로또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2군 성적을 보면 1군에서의 활약이 근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오재일은 상무 복무 시절인 2008년 그리고 2009년에는 3할 타율과 5할이 훌쩍 넘는 장타율로 호조를 보였지만, 최근 성적은 2할 중반으로 부진했다. 타수가 부족한 이성열과 비교해도 오재일의 기대치가 그리 높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재일이 이성열보다 객관적으로 나은 점이 있긴 하다. 이성열은 오랫동안 1군에서 뛰어 2014년 혹은 2015 시즌 후 FA가 될 가능성이 있다. 오재일은 선수 생활이 끝날 때까지 FA 대박을 터뜨리는 것은 어려워 팀으로서는 저렴한 선수라는 이점이 있다. 다만 그래서 이성열을 넥센으로 보내는 것이 이득이라고 하긴 어렵다. 이성열이 FA 신청을 하더라도 20인 外 보상 선수가 오재일보다 가치가 높은 선수일 확률이 높다. 두산이 성적을 생각한다면 이 트레이드의 개연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사진 제공 - 두산 베어스



물론, 선수의 미래는 알 수 없다. 김진욱 감독 말처럼 오재일이 잘 해주면 된다. 이성열이 나가더라도 내년 군 복귀 선수가 있기에 두산은 큰 타격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 트레이드가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두산은 이미 1루, 지명 포지션에 뛰어난 유망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윤석민과 김재환은 확실히 오재일보다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오재일의 커다란 체격 때문에 잠실에 어울린다는 이유를 댄다면 상무에 김강이 있다. 그나마 오재일이 비교우위를 가질 만한 선수는 국해성, 오장훈 정도다.


윤석민 06-11년 2군 147G  522타수 .356AVG .623SLG 30홈런 75삼진 51사사구

김재환 08-12년 2군 302G 1063타수 .310AVG .543SLG 52홈런 182삼진 145사사구 


김진욱 감독은 인창고 감독 시절부터 인창중에 다니던 오재일을 유심히 지켜봤다고 한다. 논란이 있는 트레이드인 만큼 오재일을 적극 기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를 상대로 1경기 3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던 윤석민은 불규칙한 출장을 하면서도 .270의 타율 .738의 OPS를 기록 중이다. 만약 석연찮게 오재일에게 경쟁에서 밀렸다고 생각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윤석민도 인창고 출신이라 그럴 걱정은 없는 걸까? 오재일처럼 군필에 2살이 어린 김재환은 분명 불만이 생길 것이다.




감독이 자신이 주목해 왔던 선수를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하는 것에 대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영입은 팀의 나아갈 방향과 들어맞아야 한다. 오해는 하지 말자. 오재일이 가능성이 없는 선수라는 게 아니다. 두산의 상황과는 빗나간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오재일보다 평가가 낮은 선수라도 좌완 투수라면 이해를 했을지 모르지만, 이번 트레이드는 포지션 중첩만 가중시켰다. 감독의 권리 과시를 위한 트레이드였다고 하면 과도한 비난일까?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번 트레이드를 프론트가 수수방관했다는 점이다. 대화를 통해 코칭스탭을 설득시키고 팀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메이저리그와 비교해 전문화되지 못한 프런트의 운영 시스템도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이성열 - 오재일 트레이드는 결과를 떠나 이유를 알 수 없기에 너무나도 괴이하다. 최주환, 허경민, 최재훈, 박건우 등 미래를 책임질 만한 유망주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두산의 이런 행보는 심히 우려스럽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