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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10구단 체제, 양대리그의 한계와 가능성

12월 11일은 한국 야구에 뜻깊은 날이다. 1981년 서울 소곡동 롯데호텔에서 프로야구 창립총회가 열린 생일이기도 하고, 매년 골든 글러브 행사가 열린다. 그리고 2012년 12월 11일, KBO 7차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에 대한 공식적인 승인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반대를 했던 구단들도 KBO에 간곡한 설득에 동의, 만장일치로 안건이 의결됐다.



 

대선 후보들은 선수협이 보낸 공개 질의서에 10구단 창단 지지라는 답변을 보냈다. (관련 링크)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대선을 핑계로 이사회 개최가 미뤄지자, 선수협은 단체행동을 불사하며 골든글러브는 물론 비활동기간 훈련, WBC 불참 입장을 밝혔다. KBO는 선수협의 보이콧이 이사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여론 형성을 비롯해 일정 부분 압박을 받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 또 대선 후보들에게 10구단 창단에 대한 공개 질의서를 제출한 게 도움이 됐다. 여야 대표라 할 수 있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가 10구단 창단 지지 의사를 나타내며 정치권에까지 이슈가 확대됐다.


KBO의 역할도 칭찬할 만하다. 예산권도 없는 무기력한 단체라는 비난도 받았으나 이번에는 조율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지난 7월에는 올스타전 참가를 거부하는 선수협과 대화를 시도해 사태 악화를 막았고, 물밑에서는 구단들과 각각 1:1로 협상으로 마음을 돌렸다. 특히 구본능 회장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독대해 입장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이다. 지난해 박찬호 복귀 때도 그렇고, 과정의 투박함이 있더라도 구총재의 진심에 대해서는 믿음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



10구단 체제, 양대 리그 가능할까?



 

김성근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가 12구단-양대리그 체제로 나가야 한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사진 출처 - SK 와이번스)


10구단이 확정되면서 일부에서 양대 리그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 되고 있다. 양대리그는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언젠가는 이루어져야 할 과제로도 생각되는 방안이다. 


양대리그의 장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현재 단일 리그에서는 133경기를 치른 정규리그 1위 팀이 다시 포스트시즌에서 같은 팀과 우승을 놓고 겨뤄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런 모순 때문에 1위 팀에 상당한 어드벤티지를 주는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10년간 정규 시즌 1위 팀은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이변 없는 결과는 흥행을 반감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양대리그 체제는 포스트시즌의 명분을 제공하는 동시에 승부 예측을 어렵게 해 리그에 더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또 구단 간 이동거리를 줄일 수 있고, 리그 간 선수 이동이 활발해지는 순기능 역시 장점이다. 부메랑 효과가 적어져 트레이드가 많아지면 리그 경쟁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 팀 수가 많아지면 조별로 나눠서 대전을 치르는 게 효율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KBO는 당장 양대 리그를 도입하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팀 수가 적기 때문이다. 5팀으로 나누면 한 팀은 다른 리그 팀과 경기를 해야 하기에 일정 짜기가 어렵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10구단 만으로는 정상적인 양대리그는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양대리그 실패? 과거에서 배운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 한국 프로야구사에 10구단 보다 더 적은 8개 구단 체제에서 양대리그를 운영한 사례가 있었다. 1995년 500만 관중을 처음으로 돌파했던 프로야구는 IMF를 맞아 관중 수가 급감했다. KBO는 이러한 위기를 타파하고자 1999년과 2000년 양대리그를 실시했는데 그닥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렇다고 양대리그 체제가 흥행에 참패했다고 볼 수는 없는데 단일리그로 돌아온 이후에도 2004년까지 프로야구는 300만 관중을 돌파하지 못했다. 흐름으로 보면 양대리그는 리그의 인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해석하는 게 정당하다.


그럼에도 불구 사람들의 인식 속에 양대리그가 실패한 운영체제로 기억되는 이유는 뭘까? 변화에 따른 만족을 주지 못해서라고 생각된다. 그도 그럴 게 당시 운영방식은 양대 리그라 불릴 만한 특징이 없다. 단지 조를 나눈 차이일 뿐 드림리그와 매직리그 간 대진은 이전과 거의 같다. 1999년 같은 리그 팀끼리는 20경기씩 치르고 타 리그와는 18경기씩 치러 NBA나 MLB의 지구간 차이보다 못하다. 게다가 성적으로 매년 리그 구성 팀을 바꾸니 리그에 따른 개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 큰 문제는 포스트시즌의 불합리다. 정규시즌 일정은 거의 같은데 PS만 토너먼트 형식으로 바뀌니 1위 팀이 손해 보는 결과가 나왔다. 1999년 곧바로 정규시즌 4위 승률에 해당하는 한화가 우승하고, 각 리그 1위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오지 못했으니 불만이 생기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KBO는 2015년에도 포스트시즌 방식만 바꾼다고 하는데 이러한 실수를 재연하지는 말아야 한다.



양대 지구, 타협하면 방법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10구단 체제에서 양대리그는 불가능하다. 만약 양대리그의 장점을 수용하려면 양대지구라는 형태로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먼저 남부-북부, 동부-서부 든 지구 구성을 확정하고 팀을 고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지구 간 특성이라든가 이동거리에 따른 혜택이 생겨난다.


두 번째는 동일지구 팀과 다른 지구팀 간에 경기 수가 달라야 한다. 너무 큰 차이라면 반발이 있겠으나 적당한 차이라면 포스트시즌의 명분이 생기고, 다른 지구로의 선수 이동을 유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위는 동일 지구 3연전을 초록색, 타 지구 3연전을 주황색으로 하여 한 세트로 일정을 정리한 표다. 2:1 비율과 1:1 비율 모두 가능하다. 132경기를 한다고 하면 동일 지구 팀과는 18경기 타 지구 팀과는 12경기로 3 : 2 비율로 일정을 맞출 수 있다. 홈•원정 3연전으로 에누리없이 딱 떨어진다. 일부 시리즈를 조정하면 경기 수를 조금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음은 포스트시즌 형식의 변화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하되 흥행을 위해서는 경기 수가 늘어나는 게 좋고, 1위 팀에 어드벤티지가 필요하다. 여기에서는 2000년도에 했던 준플레이오프 방식을 권하고 싶다. 당시에는 규정상 드림리그 3위 팀 삼성이 매직리그 2위 롯데보다 승률이 높아 준플레이오프가 치러졌다. 하지만 이제 10팀으로 늘어난 이상 조건 없이 전체 5위 팀과 4위 팀이 준플레이오프를 벌여도 큰 무리가 없다. 체력적으로 불리한 준플레이오프의 승자가 정규시즌 1위 팀의 승자와 같은 조가 되어 토너먼트 조를 짠다면 1위 팀에게 어느 정도 메리트가 주어진다.





올해 순위를 기준으로 가상으로 포스트시즌 일정을 짜면 위와 같다. 결과적으로 같은 대진이 나왔는데 조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질 수도 있다. 준플레이오프는 조건 없이 열리도록 하는 대신, 5위 팀이 5할이 되지 않는다든가 4위 팀과 3게임 차 이상이면 5전 3선승제에서 1승을 4위 팀에 먼저 주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경기 수가 늘었는데 플레이오프 1,2경기는 하루를 텀으로 동시에 열리면 포스트시즌 일정에 큰 무리가 없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제안에도 기존 단일지구 방식에 추가로 4-5위 간 원게임 PS진출 매치를 선호하는 이도 많으리라 예상한다. 현재의 방식에서도 프로야구는 매우 즐겁다. 다만, 팀이 늘어남에 따라 환경이 바뀌었고,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리그 운영을 심사숙고해야만, 팬들의 올라간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