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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프로야구 25세 이하 야수 가치 TOP 10

지난 칼럼에 이어 이번엔 25세 이하 야수 편이다. 대부분 야수는 투수와 비교해 프로에 적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프로 1년 차 고졸 투수가 1군에서 활약하는 예는 한현희나 임찬규처럼 종종 있다. 반면 2000년대 이후 고졸 야수가 프로에서 300타석 이상 들어선 경우는 안치홍, 김선빈 정의윤 세 명뿐이다. 그만큼 야수의 성장에는 인내심이 필요하고, 이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주목할 선수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평가 기준은 투수와 같이 최근 활약을 중요시하되 지난 5년의 기록을 모두 참고했다. 예를 들면 2012년 성적은 1.8배, 2011년은 1.4배, 2010년은 그대로 계산하는 식이다. 나이 가중치를 적용하였고, 수비와 주루 능력은 불가피하게 주관적으로 점수를 매겼음을 밝힌다.




 사진 제공 – SK 와이번스


1. 최정 3루수 SK 와이번스 25세


현 프로야구에는 역대 최고의 선수를 노리는 젊은 주자들이 몇 명 있다. 그중에서 최정은 선두주자라 할 만하며 매년 발전을 거듭하며 독보적인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무엇보다 공수에서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3루수로 일본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만한 몇 안 되는 수비수다. 크지 않은 체격에도 프로 2년 차부터 7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 중인 점도 놀랍다. 수비만 보면 김한수, 타격만 보면 한대화와 비교될 수 있겠지만, 종합하면 최정 앞에는 김동주뿐이다. 국내에 꾸준히 남는다면 그 위치를 넘어설 수도 있는데 최정의 눈은 해외로 향해 있는 듯하다.




 

2. 김현수 좌익수 두산 베어스 24세


이 리스트에 있는 선수 중 가장 실망스러운 선수는 김현수다. 188cm 100kg의 빅리그급 체격, 프로 3년 차에 김현수는 리그 최고의 선수가 됐다. 20살을 갓 넘긴 2009년에는 WBC 국가대표로 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았다. 적어도 당시까지 김현수가 이승엽을 뛰어넘는 재목이라는 평가는 과장이 아니었다. 


그런데 매년 조금씩 스탯이 하락하더니 올해는 정말 리그의 평범한 외야수처럼 타격하고 있다. 투수 친화적인 잠실에서 뛰고 있다는 점, 올해는 손가락을 비롯해 여러 부위에 잔 부상을 안고 뛰고 있다는 점은 고려 돼야 한다. 그래도 2008년 이후 볼넷/삼진 비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불만스럽다. 내년에는 일단 건강한 몸을 찾아야 한다. 적어도 평범한 KBO의 레전드가 되기 위해서는 말이다.




3. 강정호 유격수 넥센 히어로즈 25세


강정호는 다른 탑 레벨의 선수들처럼 곧바로 1군에서 기회를 받진 않았다. 프로 2년 차까지는 여느 선수들처럼 2군에서 착실히 기량을 쌓았다. 풀타임 첫 시즌에는 유격수가 아닌 내야 전 포지션을 돌며 유틸리티로 기용됐다. 하지만 고난이 영웅을 만들기 마련이다. 빠르지 않은 발은 타구판단능력과 풋워크로 메꾸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 거포 유격수로 거듭났다. 수비가 좋은 유격수로 이 정도의 타격을 보이는 선수는 프로야구 30년사에도 손으로 헤아릴 정도다. 


다소 기복이 있는 타격이 약점이라 해도, 매번 강정호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올해도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음에도 어느덧 MVP 후보에 빠져있지 않는가? 강정호가 넥센을 4강권으로 끌어올리기 전까지 이런 과소평가는 계속될지도 모르겠다.



 


4. 양의지 포수 두산 베어스 25세


현재 리그에서 가장 가치 있는 포수라면 강민호와 양의지를 꼽을 수 있다. 두 선수는 모두 뛰어난 송구능력과 타격에 강점이 있는 포수로 유사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선수가 키워진 방식이다. 강민호는 2년 차부터 주전에 가까운 타석을 보장받고 1군에서 성장했고, 양의지는 경찰청에서 군 문제를 해결하며 키워졌다. 구단 입장에서 더 유리한 것은 무엇일까? 더 오랫동안 전성기의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두산 쪽이다. 양의지는 타격과 수비가 어느 정도 기량이 올라온 시점에 풀타임 첫해를 소화해 이상적인 육성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두 선수를 비교하면 아직은 타격에서 강민호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 다만, 양의지가 잠실에서 뛰고 있다는 핸디캡은 참작해야 한다. 양의지는 커리어 통산 홈에서는 599타석 .268AVG 10홈런, 원정에서는 652타석 .296AVG 19홈런을 기록 중이다. 참고로 양의지의 원정 장타율은 강민호의 통산 장타율보다 높다.




 

5. 안치홍 2루수 KIA 타이거즈 22세


근래 한국 야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키워드는 90년생 4대 유격수다. 미국에서 뛰고 있는 이학주, 외야수 정수빈과 박건우 등을 포함해 09드래프트 야수들을 황금세대라 할 만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빨리 프로에서 정착한 선두주자는 서울고 출신의 유격수 안치홍이다. 전학 문제로 1차 지명 대상이 아니었던 안치홍은 KIA에 2차 1순위로 지명됐고, 고졸 신인 최초 미스터 올스타에 오르는 등 성공 신화를 써왔다. ‘훈련중독’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실한 선수로 공수에서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쉬운 점이라면 갈수록 홈런 수가 줄고, 올해는 처음으로 OPS에서 하락세를 나타낸 것이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안치홍에게도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 같다.





6. 김상수 유격수 삼성 라이온즈 22세


프로에서의 성공과 별개로 아마야구에는 수많은 ‘제2의 이종범’이 탄생하곤 했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 이종범이 뛰어난 운동능력을 갖춘 내야수들의 지향점이 될 만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김상수도 아마 시절 빼어난 활약으로 자칭타칭 ‘제2의 이종범’이라는 호칭이 따라다녔다. 체형과 운동능력을 보자면 확실히 이종범과 상당 부분 닮아있다. 그럼 김상수가 레전드 유격수들과 비교될 만큼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가?


김상수는 아직 명성만큼의 실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발전 속도는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래의 유격수 중 가장 넓은 수비범위로 매 경기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어 낸다. 타격에서도 동나이대의 유격수들과 비교해 매우 준수하다. 이제 겨우 대학 4학년의 나이로 김상수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류중일을 넘어 삼성 프랜차이즈 최고의 유격수가 되리란 예상은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제공 – 롯데 자이언츠


7. 손아섭 외야수 롯데 자이언츠 24세


스카우트를 할 때 손아섭 같은 유형의 선수는 선호되지 않는다. 작은 체격에 파워를 보장할 수 없고, 컨택 위주의 선수로 인내심이 강한 편이 아니다. 자칫 삐끗하기라도 한다면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손아섭이 고교 시절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며 4할의 타율을 기록하고도 2차 4라운드에 지명된 이유다. 


프로에 들어온 첫 3년에는 이런 우려가 들어맞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10년 절치부심하며 두자릿수 홈런과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여전히 수비 판단능력은 매우 부실한 수준이지만, 보살 1위를 할 만큼 강한 어깨로 이를 만회한다. 말쑥한 외모와 빼어난 운동능력을 갖춘 전준우보다 인기는 덜 할지 몰라도 향후 롯데의 주장은 손아섭의 몫 아닐까 예상해 본다.





 

8. 김선빈 유격수 KIA 타이거즈 22세


스포츠에서 체격이 차지하는 벽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야구라고 하더라도 결국 몸으로 하는 운동이기에 도저히 만회가 불가능한 영역도 존재한다. 하지만 2008년 드래프트에서 김선빈이 하위라운드에 뽑힌 것은 스카우트들의 판단 착오다. 수비는 신장이 작아도 빠른 순발력과 스피드가 있으면 만회할 수 있고, 김선빈은 핸디캡을 극복할 툴을 보유한 선수였다. 또 유격수 포지션은 애초에 장타보다는 출루를 무기로 하는 선수들이 많아 공격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선빈의 작은 키는 투수들에게 더 까다로운 존을 형성하게 했고, 프로 첫 시즌에도 .330의 출루율을 기록할 만큼 싹수가 보였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는 총 9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자신의 벽을 깼다. 굳이 프로에 똑같은 체형의 선수만 있을 필요가 있나? 김선빈은 체력 문제만 보강한다면 이미 리그 탑 레벨의 유격수다.




9. 황재균 3루수 롯데 자이언츠 25세


황재균은 한때 한국의 에이로드라고 불릴 만큼 기대를 모았던 툴 플레이어다. 현대시절 강정호보다 먼저 유격수를 선점했고 3루로 정착한 2009년에는 시즌 초반 불방망이를 뿜어내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매년 30도루를 할 만큼 스피드가 좋고, 강한 어깨와 파워에서의 잠재력까지 부족한 것이 없는 선수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황재균은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집중력 유지에 약점을 보였다. 어떤 때는 마치 스캇 롤렌을 방불케 할 만큼 놀라운 수비를 보이기도 하지만, 2011년에는 22개의 실책을 범할 정도로 어이없는 모습을 종종 보이곤 한다. 타격도 퐁당퐁당 일 때가 많다. 하면 되는 선수가 아닌 꾸준히 해내는 것이 황재균의 과제라 할 수 있다.



 



10. 오지환 유격수 LG 트윈스 22세


10번째 순위는 어떤 위치보다 고민이 많았다. 두산의 정수빈과 LG의 오지환은 수비와 주루 능력을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바뀔 만큼 평가가 어려운 선수들이다. 정수빈은 코너 외야라는 메리트가 없는 포지션을 뛰고 있음에도 수비범위는 엔간한 중견수 이상이다. 오지환은 내야의 중심에 위치해 있지만, 수비 안정감이 떨어진다. 물론 실책 수가 수비력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오지환이 커리어 내내 유격수로 남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일단 오지환의 타격이 정수빈의 수비력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LG는 정성훈이 FA로 이적한다면 오지환의 포지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오지환은 3루수로 전환해도 팀의 간판이 될 수 있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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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9일까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