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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SK˙넥센, 김성민-김택형 스왑딜로 안목 대결

지난 18일 SK와 넥센이 김성민과 김택형 두 명의 어린 좌투수를 맞바꾸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잘 나오지 않는 유형의 트레이드다. 두 선수의 나이가 2살 차이로 비슷하고 동일 포지션이다. 김택형이 부상으로 나올 수 없다고 해도 김성민 영입이 즉시 전력감으로 당장 활용하기 위한 트레이드와도 거리가 있다. 애초에 1경기 차의 두 팀이기에 셀러와 바이어 성격의 맞바꾸기 트레이드는 현시점에서 나오기 어렵다. 트레이드의 목적은 전력 보강이 아닌 선수에 대한 엇갈린 평가로 보다 나은 유망주를 얻기 위한 스카우트 능력 대결이라고 해도 틀리진 않은 듯싶다. 염경엽 단장과 넥센이 지난 시즌 아름답지 못한 이별을 한 사이라는 점도 이번 트레이드의 결과를 주시하게 되는 요소다.


하지만 김택형과 김성민은 구단이 드래프트에서 지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유망주들이라는 점에서 굳이 트레이드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다른 부분은 그다지 고려할 여지가 없기에 선수에 대한 소개를 통해 트레이드를 정리해 보도록 하자.


 

김성민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2학년 혹사에 가까운 투구 후 무리하지 않은 어깨 상태에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 - SK 와이번스)


먼저 넥센으로 이적한 김성민은 상원고 2학년 청룡기 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따냈다. 투수로서는 왜소한 체격이지만, 최고 144km의 빠른 볼은 경쟁력이 있고, 변화구 구사와 제구 능력까지 고교리그에서는 정상급에 가까웠다. 2011시즌 말 대만에서 아시아 고교야구 최강전 대회가 열렸는데 2학년이 주축이 된 국가대표팀에서 일본을 상대로 선발로 등판했으니 좌투수로는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도 좋다. 당시 우투수로는 윤형배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았고, 좌투수 중에는 지금은 야수로 완전히 전향한 김인태와 두산에서 선발진 한 축을 담당 중인 함덕주가 좋은 활약을 했다.

 

 

하지만 김성민은 3학년이 되기 전 일찌감치 볼티모어와 계약해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를 당하면서 선수 생활의 큰 고비를 맞았다. 돌이켜보면 MLB에 진출할 만큼 기량을 갖췄다기보다 정대현, 김현수 등 한국 선수를 유달리 선호한 댄듀켓 단장의 적극성이 협상을 끌어냈을 가능성이 크다. 갈 곳을 잃은 김성민의 선택은 일본 후쿠오카 경제대 입학이었고, 2014년 2월 징계는 해제됐다. 김성민은 규정상 1년 후 국내 구단과 계약할 수 있었지만, 에이전트 문제인지 일본 야구에 대한 도전인지 복귀는 2017 드래프트 시기까지 미뤄졌다. 


대학에서는 구위가 더 좋아졌다고 하는데 교통사고의 영향인지 트라이아웃에서 모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 SK는 1라운드 6번째 순번으로 김성민을 지명했는데 넥센의 지명권 바로 앞 순번이었다. 만약 넥센에까지 기회가 왔으면 김혜성이 아닌 김성민을 호명했을지 알 수 없으나 트레이드까지 해서 영입한 것을 보면 이장석 사장이 눈여겨본 선수임이 분명하다.


프로에서 김성민은 즉시 전력감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1군과 2군에서 11이닝 동안 각각 3개의 홈런을 허용할 만큼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당했다. 문제는 역시 구위로 평균 139km의 빠른 볼은 고교 시절과 비교해 거의 발전하지 못했다. 긍정적으로 보면 여전히 어린 나이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단계이고, 넥센의 트레이닝 노하우를 고려하면 강속구 투수는 아니라도 리그 평균 수준의 구위 향상은 어렵지 않을 듯하다. 김성민의 삼진/볼넷 수치도 루키치고는 나쁘지 않다. 다만, 고교 시절 모습이 압도적이라고 할 만큼은 아니고 무려 5년 전의 모습이라고 하면 김성민의 재능이 어디까지인지 판단하기는 무척 어렵다. 하드웨어를 보고 저평가하기도 아마 시절 명성으로 고평가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김택형은 지난해 25이닝 이상 던진 국내 좌완 가운데 패스트볼 구속이 가장 빠른 투수였다.(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동산고의 김택형은 2학년 시기 SK의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될 만큼 어떤 투수보다 좋은 활약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투수치고는 체격이 작은 편이고, 빠른볼 스피드도 평균 130km 중후반대로 대단치는 않아서 서울권 봉민호 등과 비교해도 평가가 더 높았다고 할 수 없다. 3학년 시기에는 2학년 때보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좌투수로는 김범수 구창모, 정성곤 등보다 낮은 2차 2라운드 중반에 지명받았다. kt 우선지명, 특별지명까지 포함하면 전체 약 30번째로 16번째 정도였던 김성민보다 평가가 낮았다고도 판단할 수 있다.

 

 

 

김택형의 평가를 바꾼 것은 넥센에 입단하고부터다. 체중이 늘고, 스프링캠프 폼을 약간 교정하면서 스피드가 평균 140km 중반까지 오르는 놀라운 변화가 발생했다. 넥센 트레이닝 시스템이 훌륭하다고 해도 이런 변화는 이례적이다. 넥센은 이미 1군 리그에서도 파이어볼러라 불릴 만큼 강한 구위를 갖게 된 김택형을 1군에서 활용했는데 7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급격히 올라간 스피드 만큼 갈팡질팡하는 제구력이 약점이었다. 2년 차 시즌에는 140km 후반으로 구위가 더 향상됐는데 7월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시즌 초까지 재활하다 지난 3월 22일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몸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빠른 볼을 급격히 습득한 게 원인이 될 수 있다.


김택형의 1, 2년 차 성적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할 수도 있지만, 2016년 필승조에 가깝게 뛰면서도 향상된 삼진/볼넷 비율은 긍정적인 신호다. 부상에서 돌아와도 22살의 나이에 150km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를 이렇게 빨리 트레이드하는 구단도 제의가 왔을 때 마다할 구단도 많지 않다. 염경엽 단장은 김택형을 영입하면서 미래의 양현종과 같은 선발자원으로 육성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내년엔 불펜, 2년 후 선발자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김택형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단, 현재 생각보다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질 필요도 있다. 넥센은 어느 구단보다 신인을 공격적으로 기용하는 팀이지만, 재정의 여유가 있는 팀은 급하게 선수를 끌어쓰는 것보다 2군에서 기량을 가다듬은 후 1군에 올리는 방식이 서비스 타임으로 볼 때 더 효율적이다. 


또한 김택형이 선발투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구와 함께 우타자를 상대할 체인지업 등 구질의 발전이 필요하다. 2015~2016년 김택형의 좌타자 상대 피장타율은 181타석 동안 .397 2피홈런으로 양호한데 반해 우타자 상대로는 245타석 동안 .563의 피장타율 11개의 피홈런을 허용하며 약점을 보였다. 넥센에서 김택형에 대한 기용 방식이 실패에 가까웠다면 SK에서 그 방식을 그대로 답습할 이유는 없다. 최근 S존 등의 영향으로 선발 투수가 뚝딱 만들어지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한승혁이나 장현식 등을 보면 파이어볼러의 로테이션 안착은 결코 쉬운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부디 경쟁하듯 빠른 성과를 내려 하지 말고, 인내심을 발휘해 트레이드의 목적을 달성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