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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넥센-kt 1 : 2 트레이드, 윤석민 보낸 속내는?

윤석민은 넥센에서보다 kt에서 훨씬 희소성있는 타자가 된다. 따라서 선수로서 가치와 별개로 이번 트레이드의 목적과 같은 선수다. (사진 출처 - kt 위즈)


지난 7일 넥센과 kt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넥센은 31살의 우타 1루수 윤석민을 보내고, kt에서 25세의 좌완 정대현과 역시 좌투수인 19세의 서의태를 트레이드해왔다.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대다수가 kt가 득을 봤다는 반응이 많다. 이유는 당연히 성적이다.


2016년

윤석민 92경기 102타석 .334AVG .420OBP .545SLG 19홈런 2도루 50삼진 46볼넷 131wRC+ 2.4WAR

정대현 22경기 22선발 91.1이닝 7.29ERA 6.02FIP 57삼진 44볼넷 13홈런 .889피OPS 86FIP+ 1.0WAR(FIP기준)


2017년 트레이드 전

윤석민 78경기 321타석 .325AVG .374OBP .452SLG 7홈런 0도루 40삼진 19볼넷 108wRC+ 1.3WAR

정대현 12경기 8선발 53.1이닝 7.43ERA 6.77FIP 21삼진 19볼넷 11피홈런 .936피OPS 73FIP+ 0.0WAR(FIP기준)



두 선수 모두 작년보다 올해 성적이 좋지 못한데 윤석민과 정대현의 차이는 크다. 윤석민은 주로 지명타자와 1루 자리를 오가며 올해도 포지션 대비 리그 평균보다 조금 낮은 정도의 OPS를 기록하며 주전에 어울리는 성적을 거뒀다. 1루와 지명 타순 자리에 7할 중반 이상의 OPS를 기록한 선수가 없는 kt로서는 팀의 붙박이 주전 타자를 얻은 셈이다. 유한준과 이진영이 30대 후반을 향해가는 터라 최소 2~3년간 윤석민이 kt의 간판타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정대현은 7월 8일 기준 30이닝 이상 선발 투수 54명 중 FIP가 49번째로 낮아서 5선발로도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넥센에 좌투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현재 모습으로 선발이나 박빙 상황에서 정대현을 투입하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과 올해 2군 출장 경험도 없는 서의태는 단시간 내에 1군에 올리기는 무리가 따른다.


넥센에도 트레이드의 변이 있다. 1루 자리에 채태인은 나이는 더 많지만, 수비력은 더 낫다. 우타자 김태완과 좌타자 박윤을 플래툰 기용한다면 윤석민의 생산력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계산이 설 수 있다. 유망주 홍성갑, 장영석 등이 기대만 못하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외국인 야수의 자리라고 하면 장기적으로 크게 고민인 포지션은 아닐 것이다. 결정적으로 85년생 윤석민은 이제 전성기를 지난 나이고, 올해가 지나면 향후 어떤 활약을 할지는 몰라도 트레이드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트레이드를 먼저 제안했다고 하는 kt가 당분간 5강 경쟁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간 넥센의 전례를 생각할 때 협상은 빠르게 진행됐을 것이다. 넥센은 어느 팀보다 재정 상황에 민감한 팀이기에 2억 1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윤석민을 보험 성격으로 놔두는 것보다는 판매 적기를 놓치지 않는 게 더 이치에 맞는다. NC와 유망주와 강윤구를 맞바꾸는 트레이드와 동일 선상의 움직임이라고 여겨진다.


넥센이 윤석민의 대체 자원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kt에서 영입한 정대현과 서의태에 대해서 조금은 관대한 자세로 바라볼 수 있다. 정대현은 2010년 드래프트에서 두산에 3라운드 전체 23번째 순번으로 지명됐다. 당시는 8개 구단 1차 지명 우선지명이 없었던 전면드래프트이기에 지금 같으면 2차 1라운드 후순위에 가까운 순번이다. 물론, 최근 고교 투수들의 역량이 훨씬 낫다는 평가이긴 하지만, 신체조건 등 투수로서의 잠재력은 인정 받은 유망주였다. 그리고 프로에서 특별한 구속 향상은 없었으나 2014년 두산 소속으로 퓨처스리그에서 14경기 선발 등판해 70이닝 이상 3점대 후반의 FIP를 기록하며 매우 좋은 활약을 했다. 덕분에 유망주가 넘치는 두산에서 kt의 20인 외 특별 지명으로 뽑히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kt의 안목이 영 시원치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한편 홈런이 많이 나오는 케이티위즈 파크에서 고척돔으로 이동한 효과는 얼마나 될까? 


3년간 홈 18경기 132이닝 6.68ERA 5.91FIP 77삼진 73사사구 17피홈런 169피안타

3년간 원정 17경기 133이닝 5.95ERA 6.38FIP 85삼진 64사사구 26피홈런 162피안타


원정에서 0.7가량 평균자책점이 낮긴 하지만, FIP는 0.5가 높아서 홈구장에서 성적이 좋았다고 하기 애매하다. 구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정대현은 피홈런이 많은 편이고, 고척돔에서는 타자를 더 편하게 상대할 수도 있다. 다만, 고척돔은 2루타와 3루타가 더 많이 나오고 득점 팩터는 kt위즈 파크와 큰 차이가 없다. 정대현은 탈삼진이 적어 타석당 인플레이 된 타구의 비율 역시 리그 평균보다 높다. 고로 고척돔 효과가 생각보다는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정대현에 대한 기대치는 역시 올해 보다는 군복무기간 얼마나 알찬 시간을 보내느냐에 달렸다고 하겠다.


이미 선수 파악이 된 정대현보다 서의태가 트레이드의 메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의태는 리틀야구 시절 대단한 명성을 자랑하던 투수로 195cm 120kg의 건장한 체격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하지만 체격에 비해 고3 시기 구위는 매우 평범했고, 정대현보다 대단히 뛰어나다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제구력 역시 기복이 심해 졸업반 성적은 2학년 때보다 나아졌음에도 평범했다. 항상 스카우트에 특출난 성과를 발휘하던 넥센이 지켜본 선수라는 점에서 다시 보이긴 하나 체격의 메리트를 제외하면 경쟁력을 보여준 적이 없는 원석이기에 정대현보다 트레이드 가치가 높은 선수인지는 의견 차이가 있겠다. 



총괄해 kt는 미래의 재능을 조금 잃었다고 할지라도 윤석민 획득이 팀에 훨씬 좋은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에 득이 되는 트레이드다. 넥센도 올해 우승을 노리기가 다소 어려운 일임을 가정하면 kt로 윤석민을 보내는 게 큰 위험 부담이 아니다. 3~4년 후 정대현과 서의태의 가치가 윤석민보다 클 확률이 높고, 재정적으로는 더욱 이득이 되므로 트레이드의 명분은 충분하다. 리그의 관점에서도 경기력을 높이는 트레이드이므로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