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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파이어볼러 한승혁·이민호, 세대교체 신호탄을 쏘다

주말 KIA와 NC가 받아 든 성적표는 결코 만족스럽지 않았다. 새로운 에이스가 된 양현종을 앞세워 기선 제압을 하려던 KIA는 김광현이라는 큰 산에 부딪혀 타선이 막혔고, 수비진들의 실책 속에 연패를 당했다. 선두 자리에 있던 NC도 삼성을 맞아 내심 위닝시리즈를 노렸을 듯하나 2패를 하며 천적 관계(2013년 상대 전적 4승 11패 1무)를 벗어나지 못했다.


수술 후 퓨처스리그에서 보낸 지난 2년은 한승혁에게 암흑기가 아닌 소중한 육성의 단계였다. (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그래도 양 팀에게는 매우 의미가 깊은 한 주였다. 팀의 1차 지명, 우선 지명을 받았던 파이어볼러 우완 유망주들이 선발로 멋진 투구를 하며 팀의 스윕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4, 5선발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고, 이번 시즌 후 송은범이 FA 자격을 얻는 KIA는 새로운 영건의 출현이 절실했다. 또 내년 외국인 투수 한 명이 빠지고, 당장 5선발이 없던 NC로서도 이민호의 선발 합류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이들이 앞으로도 무난한 피칭으로 로테이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난 한승혁의 피칭을 돌이켜보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탈삼진 능력이다. 20일 현재 시즌 전체 3위에 올라있고, 9이닝당 수치로 봐도 10이닝 이상 투수 중 류제국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작년과 비교해 변화라고 하면 오프시즌 웨이트에 공을 들이면서 원래 빠르던 패스트볼의 스피드가 더욱 향상된 점이다. 선발로 뛰면서 최고 150km 이상의 속구가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용병을 제외하면 과거 이범석 이후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발 투수라고 할 만하다.


꾸준함을 유지하기에는 불안요소도 있다. 들쑥날쑥한 제구력은 많은 원바운드 공을 양산하고, 타자와 풀카운트 승부로 끌려가기 일쑤다. 현재는 이 불안정함이 타자를 대려 헷갈리게 하고 있지만, 페이스가 흐트러지면 제풀에 무너지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또 스플리터를 제외하면 결정구가 부족하다. 커브나 슬라이드 등의 브레이킹 볼은 스피드가 많이 떨어져 레퍼토리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일요일 투구처럼 시종일관 빠른 볼로 시즌을 치러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이 단점들을 상쇄하는 운동능력과 스태미너가 있기에 앞으로 보완의 여지는 많다고 생각된다. 여전히 93년생으로 젊고, 지난 2년간 퓨처스리그에서 순조롭게 성장해왔다. 양현종을 보더라도 항상 좋은 피칭을 했던 투수는 아니었다. 올해 한승혁이 좌충우돌하더라도 선발 투수로 입지를 다진다면 그 자체로 2014년 KIA는 나쁘지 않은 시즌이 된다.




필승조에서 선발 투수로. 이민호는 코치진이 내놓은 다소 가혹한 미션도 착실히 수행하며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 NC 다이노스)


토요일 이민호의 피칭도 눈이 부셨다. 릴리버로 뛸 때처럼 150km 이상의 빠른 볼은 없었지만, 평균 144~5km 가량의 빠른 볼로 타자를 압도했다. 전체 투구 중 빠른 볼 비율은 무려 74%로 삼성 강타선을 상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이나믹함은 살짝 떨어질지라도 로케이션 능력은 나이 대비 안정된 편이다. 어찌 보면 윤석민과 같은 정석적인 우완 에이스로의 자질을 갖춘 셈이다. 130km대 슬라이더도 앞으로 평균 이상의 구질이 될 가능성이 있다.


2012 드래프트 당시를 돌이켜보자. 그 해 고교 최고의 투수는 분명 이민호가 아닌 넥센에 지명된 잠수함 투수 한현희였다. 하지만 NC는 우완 정통파로서의 잠재력을 높이 사면서 주저하지 않고 이민호를 선택했다. 1차 지명에 박민우를 선택과 함께 당시 스카우트의 선견지명이 빛났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한현희가 이민호보다 부족한 투수라는 의미는 아니다. 여전히 프로에서 한현희의 성과가 높고, 앞으로 미래는 예측불허다. 이민호도 선발 투수로 이제 출발선상에 섰을 뿐이다.


2년간 퓨처스리그에서 착실히 선발 수업을 쌓고, 1군에서 롱릴리프로 뛰었던 한승혁과 달리 이민호는 지난해 짧게 던지는 불펜 투수로 뛰었다. 프로 첫 시즌에도 발목 부상 등으로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선발 투수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무리한 투구는 금물이다. 그런 면에서 토요일 투구수를 85개로 끊어준 선택은 매우 적절했다. 올 시즌 성공의 관건도 코치진의 관리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일시적인 페이스 하락이나 팀 상황에 따라 어중간하게 보직을 옮겨 다니면 선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냉정히 보자면 겨우 1~2 경기 선발 등판한 두 투수에 대한 찬사가 너무 호들갑스러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참 호황기를 맡았던 프로야구계는 지금 새로운 스타를 목말라 한다. 김광현이 머지않아 미국에 진출하면 '류·윤·김'의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린다. 야수 중에도 강정호와 최정 등 일류 선수들은 미·일 스카우트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한승혁, 이민호, 하영민 등 영건의 선전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나성범, 문상철 등 신생팀 야수들의 도약도 빼놓을 수 없다. 2014시즌 프로야구는 순위 경쟁 못지않게 리그를 이끌 스타들의 세대교체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