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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WAR로 보는 전반기 팀별 투타 MVP

본격적으로 순위 경쟁이 달아오르는 후반기의 시작이다. 다음 단계에 들어가기에 앞서 각 구단의 동력이 되었던 투타 중심 혹은 시즌 MVP에 다가간 선수가 누구였는지 점검해보았다. 선정기준은 WAR이며 팬그래프의 방식에서 대체 선수 레벨을 야수는 600타석당 30점으로 낮춘 밸런스다. 파크팩터는 한화와 NC는 중립구장으로 적용하였고, 투수는 FIP와 ERA의 평균값을 사용했다. 야수의 수비와 주루 공헌도는 적절한 자료가 없기에 ±0.3WAR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주관적으로 평가했다. 이 때문에 미흡함이 있는 자료임을 미리 말씀드린다.


그럼 가장 높은 WAR을 기록한 선수가 있는 팀부터 차례로 되짚어 보자.



'소년 장사' 최정은 이미 한국 야구의 거인으로 성장했다. (사진 출처 SK - 와이번스)


SK 와이번스

최정 - 71G 303타석 .335AVG .460OBP .604SLG 18홈런 12도루 .455wOBA 5.0WAR

세든 - 18G 18GS 114.1이닝 2.76ERA 3.75FIP 96삼진 43볼넷 7피홈런 .242BAA 3.7WAR


몇 년 전부터인가 미디어에서 연례행사처럼 들리는 소리가 있다. 과거를 회상하며 이종범, 이승엽의 전성기 이후 슈퍼스타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눈뜬장님처럼 선수를 알아보지 못하는 언론이 과연 이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프로야구에는 지금도 리그를 잡아 잡수시는 괴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넥센의 유격수 강정호가 94년 이종범을 위협할 만큼 눈부신 전반기를 보냈고, 올해는 SK의 최정이 3루수로 역대급 시즌을 만들고 있다. 범위를 넓히면 두산의 김현수까지 2005년 입단 동기 또래의 천재 타자 3인방은 현시대를 정의하고 있으며 모두 과거의 전설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다. 야구를 다루는 방송들은 올해 최정에게 조금 더 존경심을 드러냈으면 한다. 스타를 포장하며 부각시키는 일도 미디어의 역할 중 하나다.


SK의 전반기를 주도했던 또 한 명의 선수는 아름다운 머릿결을 휘날리는 선발 세든이었다. 5월까지만 해도 10경기 68.0이닝 1.72의 평균자책점으로 MVP급 활약을 했다. 그러나 6월 이후 46.1이닝 동안 4.27의 평균자책점으로 평범한 투수로 내려앉았다. FIP도 약 1점가량 상승해 후반기의 활약을 의심하게 한다. 정근우, 박정권의 상승세에도 SK가 주춤하는 이유다.



NC 다이노스

찰리 - 17G 17GS 110.1이닝 2.45ERA 3.66FIP 67삼진 34볼넷 3피홈런 .248BAA 4.0WAR

김종호 - 76G 335타석 .299AVG .408OBP .353SLG 0홈런 29도루 .359wOBA 2.5WAR


트레이드 데드라인 이전, NC가 찰리를 트레이드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당장 4강이 어려운 NC가 용병을 통해 한철 장사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찰리는 리그 투수 중 가장 높은 WAR을 기록 중이며 구위, 제구력, 나이 등 밸런스가 매우 좋은 선수다. 평균자책점과 비교해 FIP가 높긴 하나 상위권 투수임에는 변함이 없다. 현재 워낙 가치가 오른 선수이기에 팔아도 좋고, 올해 이후를 생각하면 지켜도 좋다. 어찌 됐건 내년에도 찰리를 국내리그에서 볼 거라는 점은 매우 유력하다.


신생팀 야수 중 베스트를 꼽으라면 리드오프 김종호를 꼽을만하다. 이호준이나 나성범처럼 홈런을 칠 파워는 없지만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서며 그라운드에서 가장 고생하는 선수다. 그 노력만큼의 결실이 나타나 김경문 감독의 눈을 다시 한 번 증명시켰다. 후반기 체력 문제와 .372의 높은 BIPA수치가 걸리지만, NC의 전반기 돌풍을 이끈 김종호의 땀은 내년 연봉으로 보상받을 듯하다.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 - 74G 319타석 .322AVG .420OBP .577SLG 19홈런 3도루 .435wOBA 3.8WAR

나이트 - 18G 18GS 104.1이닝 4.14ERA 4.46FIP 73삼진 52볼넷 5피홈런 .276BAA 2.2WAR


이제 리그를 대표하는 슬러거로 입지를 다진 박병호가 올해 두 가지 마일스톤에 도전하는 중이다. 전반기 19개의 홈런으로 선두에 오른 박병호는 후반기에 리드를 뺏기지 않는다면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하게 된다. 역대 이를 달성한 이는 이만수, 김성한, 장종훈, 이승엽 딱 4명뿐이다. 또 시즌 끝까지 30개의 홈런을 치면 장종훈, 이승엽, 우즈, 심정수, 마해영, 이호준에 이어 2년 연속 30홈런을 친 7번째 선수가 된다. 강정호와 함께 이 두 명의 거포는 리그의 가장 위협적인 듀오로 넥센 돌풍의 가장 큰 동력이다.


반대로 투수진에서는 믿을만한 에이스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가장 성적이 좋은 나이트조차 5,6월 50.2이닝 동안 6.04ERA 5.12FIP로 극심한 기복을 나타냈다. 폭발적인 파괴력의 타선과 달리 불안하기 짝이 없는 투수진. 이 투타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하면 넥센의 4강은 쉽지 않은 과제다.




LG가 가을의 전설을 써내려면 선발진의 페이스 유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사진 출처 - LG 트윈스)


LG 트윈스

리즈 - 19G 19GS 118.0이닝 3.13ERA 3.75FIP 114삼진 56볼넷 5피홈런 .213BAA 3.6WAR

정성훈 - 72G 279타석 .296AVG .405OBP .421SLG 5홈런 8도루 .389wOBA 2.7WAR


LG가 시즌 전 예상과 달리 선두권 경쟁을 하는 비결이 뭘까? 가장 큰 소득은 약점이라고 여겨졌던 선발진의 분투다. 전반기를 마친 현재 9개 구단 선발진 가운데 외국인 선수 3명이 있는 NC 다음으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FIP는 3.99로 아슬아슬하게 유일한 3점대. LG가 잘 나갈만하다. 여기에는 우규민, 신정락 등 옆구리 듀오와 류제국의 합류도 크지만, 리즈의 활약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리무원'이라 불리던 꾸준함을 한 단계 넘어 확고부동한 에이스 역할을 시작했다. LG의 후반기도 리즈를 비롯한 선발진이 꾸준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타선은 독보적인 한 명보다 준수한 다수의 선수가 팀을 움직이고 있는 형태다. 그중에서도 정성훈은 전 경기를 출장하며 매우 건실한 타격을 했다. 비록 수비에서 아쉬움이 있다곤 하나 LG의 FA 재계약 선택은 적어도 올해에 한해서는 탁월했다.



두산 베어스

니퍼트 - 16G 16GS 106.0이닝 3.40ERA 3.35FIP 91삼진 27볼넷 6피홈런 .246BAA 3.2WAR

민병헌 - 69G 243타석 .318AVG 404OBP .507SLG 6홈런 19도루 .390wOBA 2.8WAR


니퍼트는 3년째에도 변함없이 정상급 피칭을 하며 두산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2M가 넘는 큰 신장과 150km를 넘기는 강한 어깨, 준수한 제구력과 국내 적응력까지 외국인 선수에게 바라는 이상향 같은 모습이다. 약물 의혹이 있는 리오스를 제외한다면 역대 최고 외인 투수라는 표현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은 앞으로도 니퍼트가 일본에 진출하지 않도록 물심양면 힘써야 한다.


한편 최고의 타격을 자랑하는 두산은 도루 부문도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말 그대로 육상부의 부활. 특히 민병헌, 이종욱, 오재원 등이 공수에서 팀을 이끌고 있다. 세 명의 WAR은 약 0.2정도 차이로 매우 근소해 누가 더 낫다고 하기 어렵다. 그래도 팀에서는 군 문제를 해결할 필요도 없고, FA까지 많이 남은 민병헌의 활약이 가장 반가울 듯싶다.



롯데 자이언츠

옥스프링 - 18G 18GS 108.1이닝 3.66ERA 3.75FIP 98삼진 43볼넷 6피홈런 .249BAA 3.1WAR

손아섭 - 74G 327타석 .329AVG .407OBP .434SLG 5홈런 22도루 .410wOBA 2.7WAR


리치몬드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갑작스레 영입된 옥스프링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크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마이너리그에서 제대로 뛰지 못했기에 계산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5월 즈음부터 주무기인 컷패스트볼이 위력을 발휘하며 위력적인 피칭을 시작했다.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를 고려하면 기분 좋은 이변이다. 기본은 해주는 유먼까지 롯데가 앞으로도 이 정도 용병 조합을 구성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 타선의 파워 부족은 4강 경쟁을 힘겹게 한다. 그나마 손아섭이 제 몫을 다하며 2년 연속 황금장갑을 노리고 있지만, 겨우 5개의 홈런으로 팀 내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불만족스럽다. FA를 앞둔 강민호도 루키 시즌 이후 커리어 로우에 가깝다. 흔치 않은 투고타저로 트레이드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롯데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잘 뽑은 대졸 야수 한 명, 열 고졸 투수 안 부럽다. (사진 출처 -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

배영섭 - 71G 310타석 .320AVG .428OBP .395SLG 1홈런 18도루 .376wOBA 3.1WAR

윤성환 - 15G 15GS 96.0이닝 3.28ERA 3.50FIP 75삼진 18볼넷 7피홈런 .256BAA 3.0WAR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은 올해 그렇게 압도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클린업에서 2011년의 최형우, 2012년의 박석민처럼 공포감을 주는 타자가 나오지 않은 탓이다. 올해는 중심타선보다 최고의 1번으로 거듭난 배영섭의 활약이 더 두드러진다. 약한 어깨를 제외하면 수비와 주루에서도 일류. 완성된 대학 타자의 표본과 같은 선수다.


삼성은 투수 쪽에서도 대졸을 뽑아 성과를 냈다. 윤성환은 이제 손민한을 잇는 최고의 기교파 우완으로 토종 선발들 가운데 가장 높은 WAR(FIP기준)을 기록 중이다. 다만, 전반기 마지막 5경기 30.2이닝 동안 5.28ERA 4.86FIP로 부진하며 팀이 함께 흔들렸다. 그만큼 '황태자' 윤성환이 삼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반증이다. 



KIA 타이거즈

나지완 - 68G 286타석 .303AVG .415OBP .530SLG 13홈런 3도루 .410wOBA 2.7WAR

김진우 - 14G 14GS 83.1이닝 3.56ERA 3.49FIP 84삼진 35볼넷 3피홈런 .275BAA 2.4WAR


배영섭과 다른 유형으로 역시 대학 최고의 타자로 불리던 나지완.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파격적으로 4번 타순에서 기회를 받았다. 당연히 첫해에는 시행착오를 거쳤고 몇 번의 등락 속에 마침내 올해 기량이 절정에 오른 모습이다. 약점이었던 몸쪽 공에 대한 대처가 좋아지며 BIPA 수치가 상승했다. 올라간 타율을 단순히 운으로도 볼 수 있으나 KIA가 4강 이상을 노린다면 행운에라도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대치가 큰 김진우의 피칭에 대해 팬과 코칭스탭은 100%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다. 좋지 않은 제구력으로 인한 기복과 긴 인터벌은 보는 이를 조바심 나게 만든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김진우가 전반기 KIA 최고의 투수였으며 리그 전체로 봐도 2선발급 성적을 남겼다. 선발 투수 가운데 바티스타 다음으로 높은 K비율, 2년 연속 3점대 FIP는 매우 고무적이다. 이러한 숫자들은 김진우가 긴 공백에서 리그 에이스급 투수로 복귀했음을 의미한다.



한화 이글스

바티스타 - 17G 17GS 97.1이닝 4.25ERA 3.80FIP 107삼진 43볼넷 7피홈런 .272BAA 2.3WAR

김태균 - 72G 303타석 .305AVG .432OBP .420SLG 4홈런 0도루 .386wOBA 1.9WAR


다른 구단과 달리 한화는 MVP에 어울릴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1선발이었던 바티스타도 부상 등이 겹치며 최근 5경기에서는 26.1이닝 5.81ERA 4.56FIP로 부진했다. 단지 높은 탈삼진 비율로 수비에 부담을 줄여준다는 위안 정도다.


한화 타자 중 가장 높은 wOBA를 기록한 김태균도 이름값에는 못 미친다. 물론, 나쁜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경기를 본 팬들은 최진행이 조금이라도 낫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아마도 클러치 상황에 대한 부분이 배제됐기 때문일 텐데 스탯의 미진함을 부인하지 않겠다. MVP는 WAR보다 클러치 관념의 스탯(WPA)가 좀 더 반영될 필요가 있는데 쉽게 구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