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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포스트시즌 진출 유력 4강팀 잔여일정 & 전력점검

스포츠에서 종종 기적과 같은 일이 목격되곤 한다. 2007년 내셔널리그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는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샌디에고에 4.5게임 차 뒤진 상황에서 13승 1패를 질주해 월드시리즈까지 올랐다. 당시 콜로라도의 놀라운 역전을 가리켜 '락토버'라는 명칭으로 종종 회자되곤 한다. 반대로 이 같은 일들이 자주 일어나지 않기에 기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현재 정규시즌이 평균 10경기 내외를 남겨 둔 시점에서 7게임 차는 극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미 세간의 관심은 가을 야구를 앞두고 상위 4팀 간의 어깨 싸움에 쏠리고 있다. 과연 어떤 구단이 한국시리즈, 플레이오프에 직행할지 또 얼마나 상승세를 타고 있는지 후반기 기록을 살펴봤다.




후반기 타격, 선발, 불펜, 수비와 주루, 현 순위 항목을 나누어 5각형 그래프를 그렸다. 평가 기준은 위 표를 참고하면 된다. 타격은 비율스탯인 wOBA(OPS의 확장형이라고 보면 무리가 없다.)를 통한 추정 득점을 사용했다. 다만, 실제 득점과 1 : 5 비율로 조정하였다. 선발과 불펜의 투수력은 FIP를 이용한 WAR을 구해 평점를 매겼다. 수비는 평균자책점과 FIP의 차이와 DER 수치를 활용했다. 주루는 추가 진루가 중요사항이나 구하기 어려워 도루 숫자와 성공률로 대체했다. 마지막으로 리그 평균이 아닌 상위 4팀의 평균을 기준으로 점수가 매겨졌음을 밝힌다. 




삼성 라이온즈 - 2위도 장담 못했던 위기의 삼성은 최근 경기 5연승으로 다시 선두에 올랐다. 기사회생의 비결은 선발과 타격의 힘이 컸다. 채태인이 복귀하며 곧바로 중요한 타점을 쏟아냈고, 선발은 차우찬까지 이닝이터의 모습을 보이며 5선발까지 가장 안정된 모습이다. 문제는 오히려 강점이라던 불펜에서 나타나고 있다. 후반기 오승환은 더는 끝판왕의 포스를 뿜어내고 있지 못하다. 17경기 20.2이닝 동안 3.05ERA로 준수하다 FIP가 무려 4.44로 커리어 로우에 가깝다. 해외진출에 대한 외부의 끊임없는 이슈가 영향을 미치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 전체적으로 보면 삼성은 여전히 우승후보 1순위다. 남은 일정이 빡빡하지만, 4강 팀과의 대결은 단 한 번으로 부담스러운 대결이 적다. 29일 LG전을 제외하고 가장 껄끄러운 매치업은 다음 주 SK와의 3연전. 윤희상이 최근 매우 뛰어난 피칭을 보이고 있어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그리고 가장 큰 외부 변수가 한 가지 있다. 김시진 감독이 유먼을 언제 내보내느냐에 따라 향후 일정의 난이도가 크게 갈리게 된다. 유먼의 휴식은 LG전 옥스프링 등판에도 영향을 미쳐 1위 경쟁에 상당히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일요일 유먼의 투구수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LG 트윈스 - 시즌 전 투수진이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LG는 어느새 견고한 투수력의 팀으로 변모했다. 리즈는 후반기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지며 계투진의 부담을 덜어주었고, 우규민의 안정감은 국내 투수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하위 로테이션의 선수들도 기본은 해주고 있다. 불펜에서는 이동현-봉중근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류택현-이상열의 좌완 계투 등 베테랑의 고군분투가 돋보인다. 정현욱, 유원상의 활약에 따라 LG 불펜은 더욱 특별해질 여지가 있다. 4강 팀 중 FIP 1위는 LG의 강점을 대변하는 수치다.


반면 타선에서 고민거리가 늘어나고 있다. 적은 피홈런만큼 타자들이 때려낸 홈런 숫자도 적은데 득점은 주로 안타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운과 구장 특성에의 요소가 비교적 많이 작용하는 BIPA수치는 가장 높고, 득점과 비교해 wRC도 약간 낮다. 풀어서 말하자면 LG의 득점 루트는 꽤나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클러치 상황을 비롯해 계속해서 우주의 기운이 LG에 모인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최근 5경기 평균 3득점만을 올렸다. 그나마 발 야구는 기복을 덜 탄다는 게 다행이다. 일정을 보면 시즌 말미 중요한 경기가 몰려 있다. 10월 4일 경기가 확정되면 마지막 7연전은 상당히 고단한 여정이 될 전망이다.





넥센 히어로즈 - 지난 21일 삼성과의 경기 이택근의 결정적 에러가 아니었다면 넥센은 정규시즌은 우승을 노릴만했다. 그런데 이 실책을 우연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후반기 가장 실책이 많은 팀임과 동시에 KIA 다음으로 DER 수치가 낮은 팀이었다. 타격에서는 분명 비율 스탯은 좋았으나 실제 득점은 wRC와 비교해 무려 21점이 낮았다. 단순한 우연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는 병행돼야 하겠다. 


투수력은 생각보다 양호하다. 선발에서는 밴헤켄이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해주는 가운데 FIP 자체는 낮았다. 적은 이닝 수가 아쉬운데 계투가 매우 원활히 돌아가면 약점을 메우고 있다. 손승락은 후반기 21경기 24.1이닝 1.11ERA 2.39FIP로 최고의 마무리 투수에 등극했다. 손승락뿐 아니라 강윤구, 김상수, 송신영이 모두 20이닝 이상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한현희, 마정길까지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금보다 수비력을 좀 더 가다듬는다면 플레이오프 이상도 가시권에 있다고 보인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표현은 두산을 보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로 느껴진다. 니퍼트가 없는 상황에서 후반기 팀 투수력이 바닥을 기고 있음에도 야수의 힘으로 후반기 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 홍성흔은 192타석 동안 .933OPS 6개의 홈런으로 돈값을 했고, 오재일, 이원석 등 시즌 중반 합류한 선수들도 5할 이상의 장타율로 활력소가 됐다. 무엇보다 2~3개의 주전 라인업이 가능한 무시무시한 야수 층이 팀을 탄탄히 지탱하고 있다. 구원 투수 중에는 윤명준이라는 신예가 나타났다. 후반기 20경기 29.2이닝 0.91ERA 2.70FIP를 기록하며 9개 구단 전체로 봐도 최고의 계투 요원이다. 다만 그 외의 투수들은 물음표가 붙는다.


두산에 긍정적인 요인은 니퍼트가 순조롭게 합류하면서 반쪽짜리 팀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잔여 경기도 가장 적어 유희관을 좌완 계투로 활용할 여력이 있다. 남은 5경기에서 니퍼트 - 노경은 원투펀치의 가동이 가능해 막판 역전 시나리오도 꿈꿀 수 있다. 후반기 최강의 팀은 1위 삼성도, 이슈를 몰고 다녔던 LG도 아니다. 니퍼트가 합류한 두산이 현재 최강의 팀이다. 설령 정규시즌 3, 4위에 머물더라도 가을의 두산은 무시무시할 확률이 높다. 21세기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업셋을 달성한 팀이 두산 아닌가?


※ 27일 이후 일정 업데이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