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메모

9월 23일자 루키랭킹, 대졸 라이징 스타

정규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는 신인왕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의 생각도 어느 정도 결정이 나기 시작할 때다. 꼭 상이 아니더라도 팀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했느냐가 포인트다. 올해는 어떤 신인 유망주가 만족스러운 결실을 맺었는지 정리해 보았다.


선수 범위는 KBO 신인자격을 갖춘 선수 중 타자는 60타석, 투수는 15이닝 이상으로 한정했다. 야수는 wOBA, 투수는 FIP와 피wOBA를 50 : 50으로 반영해 승리기여도(WAR)를 구해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수비와 주루는 임의로 점수를 매기되 가능한 영향이 적도록 최소치만 반영하였다. 또 NC와 한화는 파크팩터를 구하지 못해 중립구장으로 적용했다. 대체 선수 레벨은 야수는 600타석당 30점으로 낮추고, 선발과 구원 투수들의 계산은 MLB 계산법의 비율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조정하였다.

 

아무리 객관적이려고 해도, 평가 기준은 주관적일 수 있기에 하나의 관점이라고 생각하고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1. 이재학 RHP 1990년 10월생 NC 다이노스

25G 22GS 142.0이닝 3.04ERA 4.02FIP 129삼진 57볼넷 11피홈런 .291피wOBA 4.16WAR


한 팀에서 선발 투수를 키우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날고 긴다 하는 1차 지명자 중에도 1군에 살아남지 못하는 선수가 부지기수이고, 이들은 대부분 불펜에서 길러진다. 그런 면에서 NC의 이재학 발굴은 대단한 소득이며, 1군 진입 전 2군에서의 1년이 소중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가 일깨워 주었다. 2차 드래프트 후 부상에서 회복한 이재학이 퓨처스리그에서 선발로 단련하는 기간이 없었다면 올해의 활약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재학은 스리쿼터-사이드스로 계열의 투수로 최고 140km 중반, 리그 정상급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돌려세운다. 제구력도 나쁘지 않다. 한마디로 토종 에이스로 부족함 없는 모습이었다. 후반기에도 64.2이닝 동안 2.9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의 면모를 과시했다. 단, FIP의 관점으로 보면 페이스가 떨어진 게 눈에 띄었다. 실질적인 2년 차가 될 내년에도 이 같은 성적을 이어가려면 체력을 기름과 동시에 자만하지 않는 자세가 요구된다.



2. 유희관 LHP 1986년 6월생 두산 베어스

38G 17GS 138.2이닝 3.50ERA 3.91FIP 92삼진 50볼넷 7피홈런 .304피wOBA 3.61WAR


대학을 졸업하고, 상무 복무를 마친 후 늦깎이 스타가 된 유희관에 대해 여전히 롱런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아무리 제구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130km 초중반의 구속은 불안하다는 것. 실제로 전반기 83.0이닝 2.49ERA 3.51FIP를 기록하던 유희관은 후반기 5.01ERA 4.50FIP로 고전했다. 최근에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보직이 불펜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1군에서 처음 풀타임을 치르는 신인들은 후반기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선발 기준으로 하면 유희관의 성적은 평균에 해당하고, 계투진에서는 더욱 강력했다. 올해 31이닝일 뿐이지만, 2.43의 FIP는 좌투수인 LG 봉중근, SK 박희수보다도 낮다. 유희관은 신인왕 후보 빅3 중 유일하게 가을 야구를 경험할 예정이다. 2013년 일정을 모두 끝마쳤을 때 팀 기여도가 가장 높은 선수는 유희관이 아닐까 싶다.




아직 거친 모습에도 불구 나성범은 자신의 스타기질을 충분히 어필했다. (사진 출처 – NC 다이노스)


3. 나성범 CF 1989년 10월생 NC 다이노스

97G 430타석 .247AVG .326OBP .422SLG .342wOBA 13홈런 12도루 88삼진 33볼넷 3.00WAR


NC의 미래라고 불리는 나성범. 김경문 감독은 이 젊은 야수를 입단하자마자 전폭적으로 밀어줬고, 선수는 기대에 부응했다. 1군 첫해에도 변함이 없다. 부상 회복 후 곧바로 주전 중견수 겸 3번 타자로 고정해 출장시켰고, 초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역시 1군의 벽은 높았다. 후반기 나성범의 타율은 .221로 떨어져 공갈포에 가까운 모습이다. 신인에게 나타나는 선구안 문제는 슈퍼루키도 비켜나가지 못했다.


그래도 나성범의 잠재력은 유감없이 발휘된 시즌이다. 타율이 떨어진 대신 발야구를 시도해 12개의 도루 성공, .857의 도루 성공률을 기록했다. 타석당 홈런 수치 또한 후반기 더욱 늘어났다. 여기에 강한 어깨도 돋보인다. 나성범이 타자로서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한 시즌이라 여겨진다. 


참고로 이 글의 기준인 피wOBA와 평균이 아닌 FIP로만 WAR을 구하면 이재학, 유희관, 나성범의 WAR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4. 백인식 RHP 1987년 11월생 SK 와이번스

18G 14GS 85.1이닝 3.38ERA 4.36FIP 45삼진 33볼넷 4피홈런 .306피wOBA 1.97WAR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 사실상 좌절된 SK라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최고 140km 중반 이상을 뿌리는 고속 사이드스로 투수 백인식의 발굴이다. 2년제 대학 출신의 이 선수는 입단 첫해 별다른 활약은 없이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했다. 제대 후 2군에서 인상적인 시즌을 보내고, 올해는 1군에서 선발로 활약 중이다. 게다가 시즌이 흐를수록 좋은 피칭을 이어 나가고 있다. 전반기 39.1이닝 4.58ERA 4.79FIP에서 후반기에는 46.0이닝 2.35ERA 4.00FIP로 이닝과 방어율이 모두 향상되었다. 초고속 성장 중인 백인식이기에 내년 더 좋은 모습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5. 한동민 OF-1B 1989년 8월생 SK 와이번스

89G 290타석 .256AVG .341OBP .440SLG .343wOBA 11홈런 2도루 68삼진 19볼넷 1.20WAR


슬러거 유형의 유망주가 씨가 말랐다고 하는 현 프로야구에도 잘 찾아보면 대안이 될 만한 선수들이 있다. SK의 루키 한동민은 190cm의 커다란 체격 조건을 바탕으로 풀타임 20+ 홈런을 때려낼 우수한 자원으로 꼽힌다. 대학에서도 4년간 8개의 홈런을 쏘아 올린 이름난 유망주였다. 그럼 왜 지명 순위가 밀렸느냐고? 4학년 .250의 타율 .382의 장타율을 기록하는 부진 때문이다. 아마 시절에도 기복이 있던 한동민은 올해 시즌 중에도 부상, 부진을 차례로 겪었다. 어찌 보면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장거리 타자의 당연한 모습일 수도 있다. 앞으로 한동민이 비슷한 기복을 보이더라도 SK는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인 계획하에 육성해 나가야 한다.




송창현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진 출처 – 한화 이글스)


6. 송창현 LHP 1989년 8월생 한화 이글스

28G 69.2이닝 3.88ERA 5.59FIP 43삼진 45볼넷 7피홈런 .306피wOBA 1.17WAR


코끼리의 안목이 옮았을까? 송창현은 시즌 시작 전 장성호와의 트레이드로 논란의 중심에 선 선수였다. 포지션 중첩으로 트레이드가 옮았다고 해도 송창현의 대학 시절 성적은 기대감을 떨어뜨렸다. 또한, 시즌에 들어가서도 실망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제구력이 떨어지는 송창현은 선발로 나와서는 초반 난타당하기 일수였고, 불펜에서는 감독의 특별 관리 속에 경기 중요도가 떨어지는 상황에 주로 등판했다. 이래저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헌데 9월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총 네 번의 선발 등판에서 6이닝 언저리까지 이닝을 지키며 1.44ERA 4.17FIP로 준수한 활약을 하기 시작했다. 구속은 140km 내외로 아주 빠르진 않지만, 시즌 중 체득한 체인지업이 효과적으로 구사되고 있다. 볼넷 수치 또한 줄어들었다. 물론, 송창현의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보여준 기간이 너무 짧다. 그렇지만 지켜볼 투수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다. 과한 환호는 자제하되 지금의 자신감은 지켜나가길 바란다.



7. 임창민 RHP 1985년 8월생 NC 다이노스

52G 62.2이닝 3.73ERA 4.88FIP 61삼진 29볼넷 10피홈런 .281피wOBA 1.15WAR


작년과 올해 NC는 넥센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어중간한 입지의 선수가 많은 넥센과 전력감이 필요한 NC의 이해관계가 맞았던 덕분이다. 임창민은 두 팀 간 트레이드에서 최고의 승자로 넥센 2군 투수에서 NC의 필승조로 입지가 바뀌었다. 어린 선수가 많은 NC에서 손민한 다음으로 중요한 순간에 중용되고 있고, 올해 루키 중 가장 높은 약 1.52의 gmLI(등판시 경기 중요도)를 기록하고 있다. 당연히 피로도는 쌓이고 그에 따라 성적도 많이 떨어졌다. 임창민은 구위나 제구력이 아주 뛰어난 선수는 아니기에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올해의 노고는 연봉으로 보장받겠으나 프로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계속돼야 하겠다.




2011년 SK의 박희수를 떠올릴 정도로 윤명준의 후반기 비상은 인상적이다. (사진 출처 – 두산 베어스)


8. 윤명준 RHP 1989년 6월생 두산 베어스

32G 41.2이닝 4.10ERA 3.06FIP 32삼진 14볼넷 0피홈런 .316피wOBA 1.11WAR


후반기로만 한정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루키라고 하면 가장 먼저 언급될 선수는 윤명준이다. 2012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됐던 윤명준은 첫해 발목 부상 후유증으로 제대로 피칭을 하지 못했다. 올해도 출장정지가 발목을 잡을 뻔했는데 김진욱 감독은 윤명준의 가능성을 믿고 엔트리에 포함해 징계를 해제시켰다. 본인이 의도치 않은 HBP이기에 도리 차원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 결정으로 시즌 중반 윤명준이 정상적으로 투입될 수 있었고, 7월 이후 32.0이닝 0.84ERA 2.62FIP라는 성적으로 팀에 보답했다. 윤명준의 활약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대학 4년내내 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하며 9이닝당 볼넷 수가 1개 내외로 적을 만큼 커맨드가 뛰어난 선수였다. 체격으로 인해 계속 저평가 됐으나 최고 140km 중반의 빠른 볼은 프로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드래프트에서 윤명준을 지명한 순간부터 두산은 이미 승자나 다름없었다고 말하면 과장일까?



9. 이태양 RHP 1993년 1월생 NC 다이노스

23G 13GS 75.2이닝 5.59ERA 4.90FIP 49삼진 30볼넷 7피홈런 .350피wOBA 1.01WAR


이태양은 올해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부터 줄곧 언급됐던 선수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에서 NC로 영입되었고, 인상적이지 못한 스프링캠프에도 불구 실력으로 선발의 한 자리를 따냈다. 손민한이 영입되기 전, 그리고 노성호와 이성민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동안 팀의 5선발로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상위 라운드의 대학 선수들인 두 선수와 달리 고졸로 프로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선수 가치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태양은 1군 엔트리 경쟁에서 밀리고 난 후 2군에서 다시 단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 비록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고 해도 시간은 많으며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믿음을 가져본다.



10. 이민호 RHP 1993년 8월생 NC 다이노스

53G 60.2이닝 4.30ERA 4.52FIP 56삼진 33볼넷 5피홈런 .328피wOBA 0.86WAR


NC의 첫 번째 드래프트 1순위로 부름 받은 이민호는 입단한 후 빠른 볼이 최고 150km에 육박하는 등 구위가 향상됐다. 김경문 감독은 이민호의 이러한 잠재력을 믿고 마무리로 기용하기도 한다. 나이와 경력 대비 이민호는 매우 뛰어난 활약을 했다. 일반적으로 또래의 선수들은 2군에서 그 정도의 성적을 남기지 못하는 예도 수두룩하다. 단지 이민호에게 맡겨진 짐이 너무 무거웠다고 할 수 있다. 이민호에게 중요한 점은 올해 성적이 아니라 앞으로의 발전이다. 욕심을 부리자면 보직에 대한 고민인데 팀의 사정을 고려하면 선발 전환이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