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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8월 한 달 팀 스탯, 기적을 보는 팀들

FIP는 가능한 수비를 배제한 추정 방어율

FIP = (13*HR + 3*(BB-IBB+HBP) - 2*K) / IP + 3.20(혹은 시즌에 따른 특정값)

 

wOBA = (0.72*(볼넷-고의사구) + 0.75*사구 + 0.90*1B + 0.92*실책출루 + 1.24*2루타 + 1.56*3루타 + 1.95*홈런) / (타석-고의사구) 

※ wOBA는 출루율처럼 보면 되는 종합 타격 스탯입니다. wOBA와 FIP계수는 톰 탱고가 공개한 방식으로 조정하였습니다. 팬그래프도 wOBA는 같은 방식으로 매해 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DER = (타석-안타-삼진-사사구-에러로 인한 출루 허용) ÷ (타석-홈런-삼진-사사구)

수비 효율(DER)은 인플레이 된 타구에 대해 얼마나 출루를 억제하느냐에 대한 기록. 수비수들의 어깨를 반영하지 않으므로 완벽한 수비스탯이라고 할 수 없지만, 국내 현실상 유용한 수비스탯이라고 여겨진다.

 

스피드스코어(Spd)는 도루 성공, 도루 시도, 3루타 비율, 출루시 득점 확률, 병살 아웃 빈도, 레인지팩터 등 6가지 항목을 수치로 평균을 내 기동력을 측정하는 스탯. 이 글에서는 RF9을 뺀 5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했다.





넥센 히어로즈 - 역대 최강 타선을 넘보다


NC와 썸을 타던 넥센이 8월 선전으로 상대가 1위 삼성으로 바뀌었다. 팀의 돋보이는 장점이라면 역시 타선. 후반기 들어 잠시 주춤한 다른 팀들과 달리 넥센은 3개월 연속 OPS 9할, wOBA 4할, 홈런 30개 이상을 친 유일한 구단이 됐다. 수치로 보면 당연히 역대 최고의 타격 팀이고, 리그 평균과 차이를 보는 OPS+(파크팩터 제외)는 프로 원년부터 244개의 팀 중 전체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중심타선의 LPG 트리오는 23개의 홈런을 합작. 전설의 2003년 '이마양' 트리오와 OPS+나 홈런 페이스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투수진에서는 문성현과 오재영이 각각 163.2이닝 동안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로테이션의 숨통을 트였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FIP는 5점대 중반 이상으로 높고, 에이스 벤헤켄이 부진했다는 점에서 마냥 기뻐하기는 이르다. 불펜에서는 손승락과 마정길이 살아나면서 시즌 종반에 더욱 강력한 팀이 됐다. 옥에 티라고 한다면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조상우에 대한 활용이 과했다. 8월 한 달간 20.1이닝 354개의 투구로 전제 릴리버 중 가장 많은 투구를 했다. 아시안 게임 휴식기가 있다고 해도, 만 20세 투수를 만병통치약처럼 쓰는 기용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현재 상황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감격적인 8월을 보낸 한화, 피에에게 있어서도 선수 생활 중 가장 눈부신 시기일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 - 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 - 3년 기다린 행복, 해법 찾다


8월 한 달은 한화 이글스에 있어서 지난 몇 년간 가장 기쁜 시간이었다. 2011년 9월 12승 9패의 성적을 올린 후 거진 3년 만에 패보다 승이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해결사가 되어 준 선수는 중견수 피에. 8월 전 경기 출장하며 .388의 타율 .672장타율 홈런 4개와 18타점으로 팀 내 최고 기록을 세웠다. 또 피에 개인으로서도 자신의 커리어 최다 홈런으로 생애 가장 멋진 시즌을 만들어 내고 있다. 피에 뿐 아니라 송광민은 3루에서 수차례 호수비와 맹타를 휘둘렀고, 루키 강경학도 공수에서 일조했다. 한화의 달라진 타선과 내외야 수비는 내년 시즌의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할 만하다.


수비의 안정은 투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피칭 성향상 야수 의존도가 심한 앨버스는 전반기보다 무려 3점가량으로 평균자책점을 낮췄다. 선수 스스로 페이스도 올라왔지만, 거의 비슷한 FIP를 보면 수비진의 도움이 컸기에 가능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앨버스뿐 아니라 유창식, 이태양, 타투스코 모두 1~2점가량 FIP보다 ERA가 낮다. 이런 수치가 계속 유지되기는 어렵지만, 예전 같은 반대 상황만 나오지 않더라도 한화에는 매우 큰 변화다. 단, 조상우 다음으로 많은 이닝과 투구수를 기록한 안영명의 피칭을 제한해야 내년에 지금 같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SK 와이번스 - 김광현-최정, 투타 중심이 우뚝 


현재 SK는 전력의 많은 부분을 잃고 시즌에 임하고 있다. 2선발 윤희상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모두 미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마무리 박희수도 올해 복귀에 대한 기약이 없다. 가을 야구에 도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6할의 높은 승률을 올린 비결은 투타에서 확실한 기둥이 살아난 덕분이다. 김광현은 강력한 구위로 33.2이닝 1.87ERA 3.41FIP 27개의 삼진을 잡으며 리그의 에이스 오브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최정도 4할의 타율 7할의 장타율 5개의 홈런을 치며 해외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두 선수만이 아니라 가을이 되면 정신을 차리는 중심 타선의 박정권도 1.031OPS로 이재원의 부진을 만회했고, 이명기도 3할 후반대 고타율로 공격의 선봉장이 됐다. 김성현, 나주환 키스톤 콤비도 공격과 수비에서 그간 아쉬움을 날려 버렸다. 불펜에서는 이재영과 윤길현이 울프가 나간 자리를 훌륭히 메꿨다. 그렇다고 해도 4,5 선발을 찾지 못하고, 박정배의 재활 기간이 길어진 점은 팀에 큰 타격이다. 포기하지 않더라도 4강에 올인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LG 트윈스 - 좌우 완벽 조합, 불펜으로 철벽 방어


7월 .650의 승률을 올렸던 LG의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비록 6할 승률은 올리지 못했더라도 12승 9패의 성적은 4강 안착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LG를 떠받치고 있는 핵심은 투수력, 그중에서도 불펜진이다. 롱릴리프 임정우, 우완 이동현, 정찬헌, 유원상, 좌완 윤지웅, 신재웅, 마무리 봉중근까지 신구조화가 잘 이루어진 짜임새 있는 구성이다. 평균자책점 2.71 FIP 3.95의 기록은 홀로 투고타저의 시대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선발진도 티포드가 무난히 복귀하면 어느 팀 부럽지 않은 로테이션이 짜이게 된다.


두터운 투수층과는 반대로 야수들의 활약은 리그 최하위권으로 처져있다. 베테랑 정성훈이 1루수다운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으나 3루 포지션은 리그 평균대비 타격에 많이 못 미치고, 새로 영입된 스나이더는 .180의 타율로 부진했다. 조쉬 벨을 교체한 선택은 지금까지 실패에 가깝다. 그래도 무리하지 않고, 수비에서 투수진에 해가 가지 않는 라인업을 짜는 방식은 팀을 엇나가지 않게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 토종 선발 부진, 천적에 울다


8월 21일까지 삼성의 승률은 .684로 2위 넥센과는 무려 7게임 차가 났다. 전후기 리그를 끝낸 후 2000년 현대의 .695의 승률마저 넘보는 게 아니냐는 낙관적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불과 열흘 만에 삼성은 5연패로 넥센에 3경기 반 차 추격을 허용하게 됐다. 갑작스레 전력이 떨어졌다기보다 경기가 꼬였다고 하는 편이 낫다. 상승세에서 4번의 우천순연. 이후 싸대기 매치로 유명한 두산, 그중에서도 천적이라 불리는 니퍼트에 막혀 1점 차 패배를 당한다. 그리고 5일 뒤 다시 두산과의 시리즈 니퍼트와의 대결에서 1점 차 석패. 다음 날은 유희관에 1점 차로 끌려가다 6회 종료 후 우천 콜드게임 패배. 다음에 만난 넥센에 2연패를 하며 8월 마지막을 씁쓸하게 끝내게 됐다.


당연히 삼성 내부의 부진도 있다. 토종 선발진 윤성환, 장원삼, 배영수는 모두 6점대 FIP, 11경기 59.2이닝 동안 합산 6.1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초반부터 어려운 경기를 하게 만들었다. 불펜에서도 임창용과 안지만 두 베테랑이 5점대 이상의 FIP, 16이닝 합산 7.56의 평균자책점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김현우가 새롭게 계투진의 대안으로 떠올랐으나 당장 마무리를 맡기기에는 1군에서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껄끄러웠다. 다행히 9월 4일 윤성환이 완봉승을 따내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탄탄한 전력의 삼성이 아시안 게임 팀을 잘 정비한다면 손에 쥔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놓치지는 않을 확률이 높다.



두산 베어스 - 부족한 화력지원, 3선발로 가을나기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두산의 약점은 일관되게 지목할 수 있다. 정립되지 않은 5선발은 점점 일정을 치르며 자리를 넓혀 가고 있다. 이제 노경은이 갑자기 회복하리란 예상은 하기 어려워졌고, 실질적으로 3인 로테이션에 의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비가 와도 일주일에 4명의 선발이 투입되는 경우가 다수고, 두산은 특별한 대안 없이 노경은을 중용하며 경기를 쉽게 어그러뜨렸다. 분명 기회가 없지 않았다. 2군에서 밸런스가 잡힌 정대현을 선발로 내세워 희망을 봤으나 다시 불펜에 시험하며 페이스를 흔들었다. 데드라인에도 움직임이 없던 두산. 살 길이 있는데 고생을 자초하는 격이나 진배없다.


그런데 지금 두산보다 더한 선발난을 겪는 팀이 있다. SK는 밴와트를 제외하고 모두 부상이나 부진으로 실상 2명의 선발을 제외하면 모두 5선발 이하다. 8월 두산과 달랐단 점은 불펜 투수의 BABIP 수치가 낮아 실점이 적었고 최정, 박정권 등의 활약으로 타격이 더 활발했다. 두산은 한때 넥센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타선의 힘이 강하다는 평을 들었다. 올해도 선수층이 두터워 기본은 하지만, 폭발적인 타격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단 팀의 간판인 김현수가 3경기 연속 홈런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는 점은 호재다. 결국, 앞으로 두산이 4강에 가느냐 혹은 가을 야구에서 일을 내느냐는 선발진 회복보다 화끈한 화력 지원이 더 현실성 높은 승리로 가는 길이다.




무기력증에 빠진 NC. 아시안 게임 기간 휴식기는 팀에 어떤 영향을 줄까? (사진 출처 - NC 다이노스)


NC 다이노스 - 투타 슬럼프, 최약체로 돌아가다


8월 9승 12패. 위에 적은 최약체라는 표현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투타의 힘을 보자면 더 성적이 좋지 못했던 KIA나 롯데보다 더 형편이 없었다. 득실점 마진은 -30으로 가장 낮고, 선발에서는 에릭을 제외하면 모두 6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과 FIP를 기록했다. 5선발을 고정하지 못하기는 예년과 다를 바 없다. 이재학이 회복하지 못하면 내년 시즌 NC는 매우 암울한 시즌이 될 수밖에 없다. 타선에서도 테임즈를 제외하면 특별히 좋은 성적을 낸 선수를 찾기 어렵다. 나성범은 OPS 8할대로 기본은 했으나 28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볼넷은 겨우 5개로 시즌 초중반과 비교해 심히 흔들리고 있다. 베테랑 이호준도 힘이 많이 빠졌고, 모창민과 이종욱, 박민우 등도 OPS 5할 이하로 타격감이 땅을 파고 들어갔다.


이러한 타격 슬럼프는 작년 시즌 후반에도 나타났던 문제다. 8월 wOBA가 .312에서 9월에는 .276까지 떨어지면서 성적도 하락하고 말았다. 나이 많은 베테랑과 풀타임 경험이 많은 유망주급 선수들의 조합은 체력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나마 수비와 주루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넥센은 정말 4강 진흙탕 싸움에 살포시 한 쪽 발을 담갔을지도 모른다. 아시안 게임 휴식기가 있다고는 하더라도 NC는 이제 전력질주보다도 가을 야구를 차근차근 준비하며 실리를 찾는 방안도 모색할 때가 됐다. 




KIA 타이거즈 - 이유 있는 불운, 부실한 센터 라인


4강 경쟁에서 최하위를 걱정하는 신세가 된 KIA. 8월에는 지독히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직선타는 야수 정면으로 가 병살로 잡히고, 투수들은 좋은 구위에도 고개를 떨구는 순간이 많았다. 실제로 이러한 장면들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8월 타자들이 인플레이 된 타구가 안타가 된 비율(BABIP)은 NC 다음으로 낮고, 투수가 던진 공이 야수를 빠져나가는 비율은 삼성, 롯데 다음으로 높은 .347로 차이가 컸다. BABIP가 운의 요소에 작용한다는 점을 보면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던 셈이다. 허나 운을 운으로 볼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강한울이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면서 김민우가 주전 유격수 자리에 정착했고, 이는 내야 수비 불안으로 이루어졌다. 유격수만이 아니라 포수, 중견수로 이어지는 KIA의 센터라인은 공수에서 매우 빈약하다. 또한, 나지완으로 대표되는 KIA의 주루플레이는 보는 사람이 낯 뜨거울 정도로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놀랍게도 8월 팀 FIP가 가장 낮은 팀은 KIA다. FIP가 완벽한 스탯은 아니라지만, 토마스 서재응 등의 선전으로 KIA 투수력은 힘이 붙은 상태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은 최근 야구를 본다면 허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며 투수 놀음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피칭과 야수들의 움직임을 포함한 수비력의 중요성이라고 봐야 적절하다. KIA는 과연 이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가? 여지없이 드래프트에서 대졸 투수에 상위픽을 할애한 점을 보면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롯데 자이언츠 - 순위 경쟁 주역, 반등 가능할까?


8월이 시작되기 전 롯데는 43승 44패로 5할에 단 1승이 부족한 승률이었다. 그런데 9월이 되자 패가 승보다 11회가 더 많아졌다. 롯데 덕분에 순위 경쟁이 치열해져 후반기 프로야구가 더 흥미로워졌으나 KBO는 KIA, 롯데 등 인기 팀의 부진으로 씁쓸히 명절을 맞이하게 됐다. 수치상으로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선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으로 FIP보다 0.86점이 높다. 만약 롯데 전체의 FIP를 실점으로 환산하면 약 101점으로 실제 실점과 27점가량 차이가 난다. 또 득실점 마진에 비해서 패가 너무 많기도 하다. 아마도 순위가 추락하면서 선수와 코치진이 모두 패닉 상황에 있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승리조와 추격조의 구분이 모호한 롯데 불펜진의 특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긍정적인 요소를 보자면 최근 경기에서 바닥을 쳤다는 분위기가 감지되었다는 점이다. 8월 26일부터 총 4개의 팀을 상대하면서 모두 5할 승부를 이끌어 냈고, 30일 강민호의 물병 투척 사건이 있었음에도 팀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심판의 실책에 가까운 볼 판정 이후 선수들의 투지가 끌어올린 인상이다. 선수 개인별로 보자면 최근 3년간 1.5군 투수에 가까웠던 이정민이 눈부신 호투로 불펜의 희망이 됐다. 손아섭과 강민호의 타격감이 살아났고, 히메네스도 어쨌든 얼굴은 내비친다. 여기에 하준호, 김민하 등 외야의 새로운 얼굴들이 예상보다 잘 해주면서 활력소가 되고 있다. 아직 롯데는 희망을 버릴 시기도 아니고 기본적인 전력이 다른 4강 팀보다 처지지 않는다. 쉽지 않은 상황이나 전력투구를 해도 될 만한 여건이 롯데에는 갖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