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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인천, 광저우,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 기록 비교

금메달의 영광과 해외 진출, 김광현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사진 출처 - SK 와이번스)


9월 22일 태국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일정이 시작된다. 야구라는 종목에서 미국, 일본, 중남미의 정예들이 나오지 않는 아시안게임 대회는 위상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국에서 열리는 큰 국제 대회이고, 병역 특례가 걸려있는 실질적인 마지막 대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야구계가 갖는 관심은 절대적이다. 2, 3위를 해도 '참사'라는 호칭이 붙는 높은 기대치. 그렇다면 실제 대표팀은 최정예로 구성되어 있을까? 지난 3개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전 시즌 FIP+와 조정 OPS를 계산했다. 파크팩터는 적용하지 않았고, 최대한 환경의 변수를 줄이기 위해 FIP는 외국인 투수, OPS는 외국인 타자의 기록을 리그에 제외하고 계산하였다.





2006년 이후 대표팀에서 류현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2006년 일본과의 경기에 이어 2010년 대회에서도 가장 중요한 대만전 두 경기를 책임지면서 류현진의 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면 2006년과 2010년 결정적인 차이는 왜 벌어졌을까? 2006년의 류현진은 고교를 막 졸업한 신인으로 무려 30경기 201.2이닝을 던지고 대회에 출장했다. 아무리 구위가 좋은 투수였다고 해도 경험이 부족한 선수였기에 노련한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변수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질적인 결승전이라 불렸던 대만과의 경기에 선발로 나섰던 손민한도 이 시기를 전후로 기량의 하락이 왔던 시기였다. 실제로 2007시즌부터 FIP+가 130 중후반에서 110 내외로 떨어지는 등 세월의 무상함을 나타냈다. 결국, 대만전 4이닝 피홈런 2방을 허용하며 3실점으로 에이스의 역할을 다하지는 못했다.


불펜진에서는 2000년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 불리는 오승환과 정대현을 축으로 스윙맨으로 윤석민이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했다. 도하아시안게임에는 접전 상황에서 결과가 좋지 못했는데 오승환, 윤석민 등이 프로 2년 차였다는 점에서 노련하게 대처하지 못한 듯싶다. 2010년 광저우에서는 강력한 타선의 도움으로 불펜진의 비중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서 투수진에 여유가 있었다.




올해 대표팀 투수진을 지난 대회와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약해 보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김광현과 양현종의 올 시즌 활약은 류현진이 리그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차이가 크다. 좌완으로 스피드가 빠르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제구가 불안해 마지막 등판에서 보였던 것처럼 종종 난타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양현종은 후반기 평균자책점 6.25 FIP는 4.86으로 타고투저라고 해도 빼어난 성적이라고 하기는 망설여진다. 그나마 김광현의 페이스가 살아났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불펜진에는 오승환의 해외 진출과 정대현의 나이에 따른 기량 하락으로 확실한 안심을 주는 마무리 투수는 보이지 않는다. 성적이 가장 나은 봉중근이 구위로 찍어 누르는 투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평가절하되는 면이 있긴 하다. 중간 계투에서는 볼티모어에서 고전했던 윤석민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접전 상황에서 길게 마당쇠 역할을 해줘야 할 차우찬은 후반기 부진으로 쓰임새가 애매해져 한현희, 임창용 등 옆구리 투수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해외파가 늘어나면서 대표팀에 쉽게 차출되기 어려운 상황이 기록에서 드러난다고 하겠다. 투수진의 약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로 타선에서 이른 만회하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전 대회와 비교하면 어떨까?





도하아시안게임 대회에서의 문제점은 투수보다 야수진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그간 대표팀의 간판 역할을 해왔던 이승엽과 김동주 등이 부상 등의 이유로 참가하지 못하면서 타선에서 이대호를 제외하면 중심타선의 무게감이 많이 떨어졌다. 게다가 이대호를 3루수로 뛸 만큼 수비면에서도 강하다고 할 수 없었다. 


역대 가장 강한 타선을 이뤘다고 할 만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전성기에 접어든 82년생 트리오 추신수-김태균-이대호가 모두 포함되면서 막강한 위용을 자랑했다. 당시 김태균도 일본 리그에서 평균 이상의 타자였고, 추신수는 MLB에서도 조정 OPS가 140이 넘어갈 정도로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또한, 몸 상태가 좋지 않던 최정 대신 3루수로 출장했던 강정호가 눈에 불을 켜고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말 그대로 드림팀이 무엇인지 보여준 대회였다.






이번 대회에도 비슷한 활약이 이어질까? 우선 82년생 클린업은 괴물 타자가 된 박병호와 87, 88년 또래의 강정호, 손아섭, 김현수로 세대교체가 됐다. 변수라면 강정호가 최근 경기에 뛰지 못했고, 손아섭 역시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다. NC의 간판 나성범은 후반기 .256의 타율 .785의 OPS로 극심한 부진에 빠져 활약을 장담하기 어렵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병역이 해결되지 않은 선수들을 과하게 배려하면서 리그의 최정예 엠버를 구성하지는 못했다. 1루수겸 지명타자로 리그 최고의 교타자로 안정감 있는 타격을 하는 김태균이 빠져 있고, 후반기 맹폭 중인 최정이 빠져 있다. 리그 최초 200안타를 노리는 서건창이 제외된 점도 아쉽다. 후반기 황재균은 .805의 OPS로 리그 평균보다 낮고, 실책은 5개로 수비에서 불안을 나타냈다. 김민성은 .253의 타율과 .765의 OPS로 부진하다. 유일한 2루수 오재원의 타격도 .804의 OPS로 빼어나지는 않고, 유일한 전문 2루수로 멀티 포지션의 장점이 제한된다.


라인업과 수비 진용에도 몇 가지 고민이 생겼다. 지명타자로 뽑은 나지완이 후반기 .254의 타율과 .815의 OPS로 타격에서 존재감이 미약해 쓰임새가 애매해졌다. 민병헌이 중견수로 나성범이 지명타자로 가는 방법도 있으나 황재균을 1번 타자로 고려한다는 류중일 감독의 인터뷰를 보자면 경기 후반 대주자들의 역할을 중요시하지 않나 싶다. 한편 포수 자리에는 이재원이 타격 슬럼프에 빠진 상태라 강민호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 다행히 강민호는 9월 4개의 홈런을 치며 맹타를 휘두르면서 타격감이 올라온 상태다.



강정호의 경기 감각, 후반기 선수들의 부진 등을 고려하면 2010년 대표팀이 보였던 강력한 포스에 접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류현진, 오승환, 윤석민 등이 없는 투수진은 기록상으로 봐도 역대 최약체라는 일부 시각에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에이스 김광현과 야수들의 기본적인 기량은 대만, 일본 등의 팀보다 크게 우위를 점한다. 아시안 게임 대회가 끝난 후 야구 열기가 더 뜨거워질 수 있도록 멋진 경기를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