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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PO] LG 핸디캡 매치 승리, 잠실벌 승자는?

플레이오프 2차전 영웅은 LG에서 나왔다. 사이드스로 신정락이 명품 커브를 무기로 넥센 강타선을 7이닝 1실점 10K로 제압하면서 팀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시리즈 스코어는 일대일. 그러나 분위기는 LG 쪽으로 조금 기운듯하다. 단순히 1차전 역전패를 설욕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 LG의 가장 큰 핸디캡이라고 여겨졌던 4선발이 등판하는 2차전 경기를 잡아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우위를 점했다고 여겨진다. 


반면 넥센은 문성현 부상이라는 악재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채 잠실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 외국인 투수가 등판하는 목동에서의 두 경기를 모두 잡기 위해 필승조를 일찍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몇 차례 수비 시프트가 실패하고, 결정적 순간 한현희가 난조를 보이면서 계획은 어그러지고 말았다. 



우타-옆구리 상성에 밀려버린 넥센. 반격은 좌투수 오재영이 해줘야 한다. (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어쩌면 한현희가 흔들리는 징조는 후반기 들어 조금씩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손승락이 9월 이후 확연히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던 반면에 한현희는 전반기 많은 피칭의 영향인지 페이스가 썩 좋지 않았다. 또 한가지는 옆구리 투수와 좌타자 간의 상성이다. 염경엽 감독은 한현희가 시즌 중 LG와의 경기에 나쁘지 않았음에도 좌투수를 피하고자 최대한 뒤로 미루는 선택을 했다. 이 변칙적인 기용이 투수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한현희는 자신감 없는 모습을 노출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이재학의 퀵후크, 시즌 말미 나성범-이종욱의 포지션 변경 등 정규시즌과 다른 변화를 줬던 NC의 실패가 연상되는 장면이다.


반대로 투타 메카니즘의 상성 문제는 LG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 대부분이 우타자로 점철된 넥센은 두 명의 옆구리 투수에게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상대전적으로 보면 우규민은 이번 포스트시즌의 피칭이 아니더라도 지난 2년간 넥센을 상대로 9번 선발 등판해 9경기 54.1이닝 3.15ERA 4.48FIP로 좋은 성적을 내어 호투가 어느 정도 예상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신정락은 3번 선발 등판해서 평균 4.9이닝 4.30ERA 6.61FIP를 기록했던 신정락의 호투는 작은 표본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제 3, 4차전은 매치업상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플라이볼 피쳐로 넥센 타자들에 약점을 보였던 리오단이지만, 잠실에서는 명실상부한 LG의 에이스 투수다. 류제국은 후반기 그리 인상적인 피칭은 아니더라도 지난 2년간 상대전적은 LG 선발 가운데 가장 양호하다. 그에 비해 넥센은 오재영이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지고, 소사는 1차전 투구수가 많지 않았더라도 3일 휴식 후 던져야 하는 부담이 있다.


넥센이 의지할 점은 앞서 LG가 승리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상성에 따른 변수다. 중심타선에 좌타자가 주축인 LG는 최근 좌완 영건을 상대로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오재영도 마찬가지로 LG와의 경기에서는 3선발 이상의 역할을 해주곤 했다.



스나이더가 포스트시즌 최고의 타자가 되면서 LG의 전력이 몇 단계 올라섰다. (사진 출처 - LG 트윈스)





그런데 포스트시즌 넥센이 LG에 강점을 보이는 영역은 피칭이 아니었다. 후반기 이후 넥센 야수들(엔트리에 포함된)의 OPS는 .908로 LG보다 1할 이상 앞서 있었다. 투수 상성이나 휴식기를 무시했던 넥센의 파괴력이 살아나지 않은 게 1, 2차전 넥센의 결정적인 패인이다.


LG의 상승세와 넥센의 부진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 범위를 9월 이후로 조금 더 좁혀 보자. 팀 생산력에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는 2번 타순에 양 팀이 모두 고민을 가지고 있다. 특히 넥센은 이택근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타선의 연결고리가 끊겼다는 인상이 있다. 또 빅3에 의존도가 높은 팀에서 선봉에서 좌타자 서건창이 막히게 되면 중심 타선은 고립될 수밖에. 그러고 보면 서건창의 독특한 타격 자세가 원인인지 정규시즌에도 옆구리 투수를 상대로는 .279의 타율을 기록할 만큼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해줘야 할 선수들이 부진한 넥센과 달리 LG는 1번 정성훈과 중심 타선에서 박용택과 이병규의 타격감이 절정에 달한다. 포스트시즌 3명의 성적을 합산하면 86타석 .386AVG .482OBP .614SLG로 넥센 빅3에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스나이더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치면서 뒤를 받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1.328의 OPS는 NC 이호준 다음으로 가장 높아 진정한 가을 사나이로 거듭났다.  






LG에 다소 유리해보이는 지금까지의 시리즈 양상은 잠실 구장에서도 이어질까? 봉중근은 미디어 데이에서 잠실에서는 넥센 타자들이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는 뉘앙스의 다소 도발적인 발언을 했다. 봉중근의 말이 아니더라도 잠실이 타자에게 위협적인 공간이라는 점은 대부분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허나 이는 넥센만이 아니라 LG 타자과 넥센 투수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비록 박병호가 잠실에서 올해 좋지 못했으나 타석당 홈런 수를 보자면 어디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임이 증명된다. 넥센은 LG에 비해 잠실에서 약 1.64배 많은 홈런을 쳤고, 높은 타선의 생산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서건창과 같은 유형의 타자는 빈 공간이 많은 잠실 구장에서 타격감을 회복할 여지가 있다.


수비적인 변수도 빼놓을 수 없다. 2차전 신정락의 호투는 경기 초반 오지환의 다이나믹한 수비가 큰 도움을 줬다. 1차전 LG의 주루플레이, 2차전 넥센의 수비 실책 등이 경기에 큰 전환점이 됐던 만큼, 잠실 구장의 천연 잔디가 어느 팀에 유리하게 작용할 지도 경기를 보는 포인트다.



앞서 말했듯이 LG는 로테이션상 무게감 있는 투수들로 인해 한결 여유 있는 상황에서 홈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넥센 타선의 저력이 만만치 않기에 시리즈가 5차전까지 진행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이 시나리오를 가장 기대할 이들은 삼성이겠으나 전체 야구 팬 입장에서도 양 팀의 치열한 경기 양상은 감독과 프런트 문제로 혼탁한 야구계에 청량제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