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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한국시리즈 프리뷰 - 두터움의 삼성 VS 소수정예 넥센

대망의 한국시리즈가 시작된다. 4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달성한 삼성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1986년부터 4연패를 했던 해태의 아성에 넘어서려고 한다. 2001년 이후 업셋이 없었던 한국시리즈의 사례를 본다면 이번에도 삼성의 우승 확률은 꽤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박빙의 승부를 예측하는 이가 더 많다. 정규시즌 삼성과 넥센의 승차는 고작 0.5게임 차. 2000년대 이후 1위와 2경기 차 이내에서 대결을 펼쳤던 팀은 모두 7차전 이상 가는 접전을 이뤘다. 2004년 4승 2패 3무로 9차전을 가는 초유의 명승부를 펼친 현대와 삼성.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역전승을 일궈낸 2009년 KIA와 SK. 그리고 극적인 리버스 스윕으로 왕조를 이룩한 작년 삼성과 두산의 대결이다.


그밖에 지난 2년간 삼성과 넥센은 상대전적에서 15승 15패 2무로 동률을 이뤄 승부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과연 어느 팀의 상황이 더 우세한지 후반기 혹은 최근 기록을 통해 투타 페이스를 추정해보자.



정규시즌 최고의 투수였던 벤헤켄은 한국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범가너 이상으로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삼성과 넥센은 팀 컬러에서도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안정적인 4명의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에 차우찬과 배영수(혹은 마틴)의 1+1 기용이 가능한 투수층. 불펜진에는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는 우완, 좌완, 옆구리 투수가 골고루 분배되어 있다. 넥센의 우타 라인업을 상대로 우타자가 다소 많은 점. 핵심 불펜인 안지만의 상대 전적이 좋지는 않았다는 면에서 완벽하진 않아도 여러 가지 카드가 구비되어 있기에 임기응변에 유리한 진용이다.


반면 넥센은 삼성과 정반대로 소수의 인원으로 투수진을 운용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선발 3명과 필승조 3명을 제외한 투수의 등판횟수는 겨우 2회, 1.2이닝에 불과하다. 한국시리즈에도 염경엽 감독은 3인 로테이션 운용 계획을 밝혔다. 불펜에는 한현희가 좌타자를 상대로 과감한 등판이 쉽지 않아 손승락과 조상우의 부담이 더 가중될 예정이다. 


만약 염경엽 감독의 이 독한 수가 통한다면 넥센은 창단 첫 우승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기록 합산을 하면 넥센의 피칭 기록은 한 수 위로 평가되던 삼성에 대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계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과중된 부담으로 나타날 피로와 피칭량이 무시된 결과다. 올해로 만 35세에 접어드는 벤헤켄이 소사처럼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6차전 이상 시리즈가 이어질 경우 필승조 3명이 선발이 남긴 대부분의 이닝을 책임지기란 매우 고된 일이다. 물론, 그런 가혹한 기용이 아무렇지도 않게 허용되는 시기가 바로 가을(겨울?)이지만 말이다.



리그에서 가장 선구안이 뛰어난 타자 중 한 명인 박한이가 투구 수를 늘려나가면, 얇은 투수층의 넥센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사진 출처 - 삼성 라이온즈)





넥센이 소수 정예로 자신들의 약점을 감추려고 고군분투하겠으나 투수진에서는 두터움의 삼성이 우위를 차지한다고 하겠다. 결국, 이번 한국시리즈는 넥센의 야수들이 고생하는 투수들을 얼마나 도와주느냐에 시리즈 향방이 결정된다고 하겠다.


일단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고전한 원인은 4차전까지 .175의 타율 .510의 OPS 홈런 1개를 기록하는 빈공에 시달려서였다. 재작년에는 타격이 활발한 편이었으나 1차전에는 .185의 타율 .587의 OPS로 3득점만을 기록했다. 아무래도 긴 시간 휴식일로 인에 경기 감각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잠실에서 대포를 손질했던 넥센이 1차전 혹은 2차전에서 투수력이 아닌 타격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어야 시리즈에 승산이 있다. 정규시즌 그들이 승승장구했던 방식도 로테이션의 우위가 아닌 가공할 득점력에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9월 이후 극심한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택근의 회복이 절실하다. 


삼성도 만만치는 않다. 나바로의 타격 페이스가 전반기 같지는 않더라도 장타력과 기동력, 선구안을 모두 갖춘 준수한 타자다. 테이블 세터의 박한이는 특유의 루틴 동작부터 투수를 지치게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볼넷을 많이 얻어내는 삼성 타선이 자신들만의 페이스로 경기에 임한다면 충분히 대등한 타격전을 펼칠 수 있다. 다만, 비교적 이런 나이의 포수, 중견수 포지션에서 무게감이 떨어진다. 류중일 감독은 쓰리 포수제를 통해 경험과 타격 보강을 하려고 했지만, 교체할 수 있는 야수 숫자가 적어 기용에 제한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강명구 같은 전문 대주자 요원을 배제한 점도 지난 3년과 차이가 있다.



투타의 밸런스를 보면 양 팀의 전력은 막상막하다.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작년 두산과의 대결처럼 긴 시리즈를 전망하게 된다. S급, A+급 선수가 즐비해 어느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은 삼성이 다시 한 번 최강자임을 입증할까? 아니면 팀 명칭대로 MVP급 '영웅'이 경기를 주도해 나가는 넥센이 가을의 전성을 쓸까? 누가 승리하더라도 명승부는 예약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