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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야구

히어로즈의 현금트레이드 승인해야 할까?

히어로즈가 오프시즌 이택근을 LG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했는데 알려진 댓가는 25억+83년생 박영복+ 86년생 외야수 강병우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2군 선수들을 상당히 좋아하고 이번 트레이드가 불행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박병호+ 한희 정도의 패키지라면 어떨까하고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망상이었던거죠. 두 선수의 2군 성적은


박영복 126AB .222AVG .277OBP .270SLG 1홈런 0도루
강병우 170AB .265AVG .342OBP .365SLG 2홈런 5도루

참고로 두산 김승영단장은 LG의 트레이드가 납득이 안간다며 본인들의 패키지가 더 괜찮을 것을 암시했는데요. 민병헌,정수빈같은 남는 쌕쌕이 유형의 유망주로 생색을 내려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팀내 탑 유망주인 박건우나 성영훈 같은 선수 이상의 댓가라면 저는 놀래 자빠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내심 기대치가 있었는데 제가 너무 무지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대 유니콘스의 매각 이전 시전부터 짧게 기사들을 돌이켜 봤습니다. 대략의 내용은 많이들 아시겠지만 정리하는 차원에서^^



먼저 현대는 2000년 쌍방울이 해체되고 SK가 재창단하는 과정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려는 시도를 하게됩니다. 기존 연고지 인천을 넘기는 댓가로 서울연고지 입성비로 54억을 SK에 받아 목동구장을 보수해 홈으로 쓰려고 한 것이죠. 하지만 모기업 하이닉스(현대전자)는 경영악화로 채권단에 넘어가게 되면서 모기업의 지원이 끊어져버리고 54억을 홀라당 써버립니다. 결국 임시로 쓰던 수원구장에 눌러 앉았는데 지금 SK가 주장하는 연고권을 침해당한 보상도 여기서 나오게 됩니다. 연고권이 없는 현대는 2003년부터 1차 지명도 하지 못했죠.

모기업인 하이닉스의 지원없이 유니콘스가 2006년까지 버틴건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현대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 지원이 끝이 나자 하이닉스는 KBO에 구단을 매각을 통보합니다. 이후 신상우총재의 KBO 총재는 농협과 협상에 실패하고 프로스테이트 홀딩 컴퍼니라는 외국계 회사가 뜬금없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범현대가에 끊임없는 구애를 하던 KBO는 결국 131억원의 자금을 유니콘스에 투입하게 됩니다. 다시 오프시즌 STX와 협상실패, KT와 다시 한번 협상에 다가서지만 역시나 실패합니다.  KT는 처음 60억원의 가입비로 얘기가 됬지만 KBO는 서울 입성과 관련해 LG,두산과의 합의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60억원의 헐값의 가입비도 KBO 자금인 131억원 서울 입성비 54억원의 얘기들이 나오기도 하죠. 협상실패의 원인을 뭐라고 단정질 수 없지만요...

그리고 나온 기업이 뜬금없게도 듣도보도 못한 센테니얼이라는 투자회사입니다. 센테니얼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 따져볼 이유도 없이 KBO에게는 구세주인 셈이었죠. 현재의 상황과는 별개로 08,09 최고의 흥행에는 센테니얼이 히어로즈 야구단을 인수한 덕이 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또 투자회사로서 모기업 광고에 의존할 수 없기때문에 네이밍라이츠에 의존하는 수익을 내기로 했는데 시도자체는 신선했다고 하겠죠. 하지만 전에 말했듯이 현재의 인프라와 환경에서 야구단만으로 흑자를 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한계 또한 명확했던 것 같습니다.
 


센테니얼은 120억원의 가입금을 내기로 했는데 서울입성금(54억)과 KBO가 썼던 자금(131억)의 반을 나눈 값과 맞아들어가는 군요.  가입금은 계약금 성격으로 12억원을 먼저 납부하고 08/06/30 24억, 08/12/31 24억, 09/06/30 30억, 09/12/30 30억을 4차에 걸쳐서 납부하기로 했습니다. 불행을 알린건 1차납입금 납부시한인 6월30일인데 히어로즈는 KBO에 조건을 내걸고 가입금을 볼모로 협상을 하려고 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목동 구단 개보수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프로야구 구단으로서 회원자격을 명확히하는 새로운 계약서를 원한다는 등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요구한 경위나 이외에 어떠한 내용(가입금삭감)이 있었는지는 논외로 하고 KBO는 의외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데요. 결국 7일 후 히어로즈는 백기를 들고 1차 가입금을 납입합니다.

하지만 이 일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됩니다. 메인 스폰서인 우리담배로부터 이 일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스폰서 지원을 해지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안 그래도 재정이 빡빡한 히어로즈 로서는 타격이 될 수 밖에 없겠죠. 결국 히어로즈는 08년 8월에 '우리' 표기를 삭제하고 9월부터 우리담배는 지원을 중단합니다. 올해 말 히어로즈는 우리담배를 상대로 후원금청구소송을 했지만 패소하고 말죠. 한가지 재밌는건 우리담배의 지원금이 08년초에는 3년 300억으로 보도됬지만 실제로는 3년 210억원 이었다는 사실입니다. 히어로즈가 부풀린거라고 예상할 수 있는데 어찌됬든 구단 운영에 엄청난 타격을 입은 것입니다. 결국 히어로즈는 메인스폰서를 구하는데 실패했고 내년 부터 '서울' 히어로즈로 울며 겨자먹기로 가기로 한 것 같습니다.

서울을 홍보해주니 야구장 이라도 임대비 없이 공짜로 쓰게해주면 안될까 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어림도 없는 생각이었습니다. 히어로즈는 연단위 계약이 아니라 매 경기당 500만원씩 내는 방식이고 함부로 구장시설에 보수 대해 양천구청에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너무 한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히어로즈는 지금까지 사용한 임대료도 다 못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체납된 금액은 1억 9천만원 정도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히어로즈의 재정상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센테니얼의 청사진과는 거리가 많이 멀어진 것이겠죠.


센테니얼은 히어로즈를 인수하면서 한 해 운영비로 130억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예상했다고 하는데요. 재창단을 하면서 연봉규모를 줄이고 다른 팀의 경우처럼 FA계약금이나 연봉에 지출을 하지 않으니 어느 정도 가능하겠죠. 07년 KBO가 현대를 운영할때 약 150억 가량이 들었다고 하니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스폰서로 100억을 훨씬 상회하는 소득을 얻고 관중수입도 늘려서 흑자경영을 목표로 했지만 허황된 꿈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을 겁니다. 최대한 좋게 예상을해보면 2년간 운영비 260억+목동개보수비용13억 -  입장수입+중계권+상품수입 60억 - 메인, 서브 스폰서 120억 - 정성훈 보상금 14억4천 = 78.6억 이 나오는데 이는 제 예상일 뿐이긴 합니다. 하지만 훨씬 더 손해가 나면 낫지 적자폭이 이보다 적지는 않을 것 같네요. 여기에 120억원의 가입비가 있죠 헉헉.

센테니얼이 나중에 200억을 상회하는 가입비를 생각하고 투자한다고 해도 이 금액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볼게 지난해 장원삼을 트레이드 시도하면서 삼성에 받은 30억, 이번 LG의 25억 앞으로 두산과의 현금 트레이드 인데요. KBO에 의하면 지난 3차 가입비와 이번 마지막 가입비를 LG와 두산에 직접 납입했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예상되는 현금 트레이드 대상자가 위 세팀과 동일하다는 걸 볼때 보면 LG와 두산에 트레이드를 하는 것도 가입비 납입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또 현금 트레이드가 선택이 아닌 구단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은 아닐까요?




이번 현금 트레이드를 KBO가 승인할때 센테니얼이 가지고 있을 부채를 해소하고 앞으로 구단 경영이 정상화 되면 찬성하시는 분들의 생각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금 트레이드가 이뤄졌을때 내년 히어로즈의 가치는 폭락할 것이고 야구흥행으로 인해 목동구장 평균 5000명에 가까이 입장했던 관중수도 현격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스폰서상황이 좋아진다는 것도 생각하기 어렵고. 트레이드 승인 이후 장미빛 예상을 하기는 사태를 악화 시키는게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야구단에 투자한 이장석 사장, 센테니얼도 이득을 얻고, 아니 손해를 최소한으로 막고 히어로즈를 인수하는 길인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자폭을 최소화 하면서도 인수금이 줄어들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겠죠. 물론 야구계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는게 전제가 될 것이구요. 올해 야구가 가장 흥행한 해였다고 자부해도 될 것 같아서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기업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평가들도 있는 것 같구요. 제가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만은...  저는 KBO의 트레이드 승인은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