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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불안요소가 된 박용택계약, 에이전트가 있었다면...

오늘 라디오 볼에서 LG와 재계약 한 박용택과의 인터뷰가 있었는데요. 이순철 해설위원이 바로 지적할 만큼 목소리가 밝지 않았습니다. FA계약 당시 맘고생에 바로 감기가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봉관련 해서 조금 놀라운 멘트를 했는데요. 바로 마이너스 옵션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옵션을 제외한 보장금액이 예상보다 낮은  15억 5천만원으로 알려져서 마이너스 옵션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목소리가 낮아질 네요.

그리고 이재국 기자의 기사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었습니다. 최악의 경우 보장된 금액은 옵션을 모두 달성했을 경우 받는 34억의 50%에 못미치는 정도가 아니라(15억 5천만원) 30%(10억내외) 정도 라는 것입니다. 예상을 해보면 매년 3억5000만원의 연봉에서 1억 혹은 1억 5천 정도의 마이너스 옵션이 있다는 건데요. 마이너스 옵션이 박명환처럼 드러눕지만 않으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거라고 하더라도 선수에게는 불편한 계약일 수밖에 없습니다. 박용택의 시장가치를 생각하면 조금 충격적이기도 하네요. 


구단 입장에 보면 적은 금액으로 선수와 계약하는 건 앞으로 팀을 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샐러리캡 정도는 아니라도 각 팀마다 예산이 한정되 있기 때문에 박용택의 계약이 LG 전력강화에 유리하겠죠. 바로 예를 들면 이혜천 영입전에 뛰어 들 수도 있을 거구요. 비싼 몸값의 선수를 트레이드하는데 부담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전의 글에서 박용택의 계약이 LG에게 '좋은 계약' 이라는 표현을 했는데요. 글을 쓰고 난 후에 적절하지 못한 표현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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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한 이재국 기자의 글에서도 지적했지만 옵션 계약이라는 것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기계약자들에게는 나태해 지는 것을 방지하는 동기부여가 되는 장점이 있겠구요. 단점이라면 선수가 옵션을 만족시키기위해 말 그대로 기록을 위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죠. 또 감독입장에서 공 하나 타석 하나에 수백~수천만원의 돈이 걸린 상황이라면 사람인 이상 선수기용에 눈치를 보지않는게 더 의외일 것 같네요.

지금 생각나는 사례가 작년 KIA의 로페즈 였는데요. 로페즈가 야수들에게 눈을 부라리고 덕아웃에서 쓰레기통을 걷어찬게 팀이 패배해서 일리가 없겠죠. 승수에 따라 눈앞에서 돈이 날라간다면 눈에서 불꽃이 튀는게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조범현 감독도 많은 투구수에도 로페즈를 선뜻 강판시키지 않을때 그런 이유가 전혀 배제되지는 않았겠죠. 

물론 LG의 주장이고 프랜차이즈 스타인 박용택이 로페즈처럼 팀 분위기를 해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박용택 선수만을 본다면 장점이 부각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LG의 상황 전체를 보자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죠.
LG의 외야는 박용택을 포함 소위 빅 5와 작년 조인성, 이택근에 이어 높은 WOBA를 기록한 83년생 이병규,  2군리그 불망망이를 뽐내고 상무에서 복귀하는 정의윤, 그 에 못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급격히 떠오른 황선일까지 대단한 깊이를 보이고 있죠. 감독입장에서 박용택에게 의지할 필요성이 적습니다. 박용택이 초반 난조를 보이거나 컨디션에 지장을 주는 부상을 입었을때 박용택의 계약내용에 비춰볼때 이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드는 아쉬움이 있는데요. 바로 에이전트 제도의 부재입니다. 박용택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정도로 고민하면서 결국 협상을 합리적으로 이끌지 못한 것, 작년 최희섭과 이정훈의 재계약에서 벌어진 진통 모두 에이전트가 있었다면 결과는 많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올해 강영식이 FA신청을 하지않고 재계약 하면서 내년 FA 보상금이 3억6천에서 9억으로 늘어나게 된 것도 장성호가 무리하게 FA신청을 하면서 벌어진 일들도 모두 아쉬움을 남깁니다.

에이전트 제도가 단점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FA제도 처럼 선수가 가져야할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제도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손윤님이 쓴 을 보면 2001년 선수협이 대리인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공정거래위에 제소했고 공정위는 이에 대해 KBO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결국 KBO는 결국 변호사법 소정의 변호사에 한해서 에이전트를 허용하는 조항을 만들었지만 시행은 나중이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대리인 제도는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구단에서는 대리인 제도로 프로야구 선수의 연봉이 올라 구단경비가 늘어나는 것을 우려 시기상조라 할 수 있지만 에이전트의 수수료는 NPB에서 연봉별로 1~3% MLB에서 5% 정도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으로 보면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아보입니다. 에이전트들의 협상력으로 선수연봉이 올라가는 부분은 시장을 보다 합리적으로 만드는 결과라고 보면 이상적인 해석일까요? 에이전트 제도로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갈 수도 있고 에이전트의 역할이 다른 산업과의 연계등으로 시장의 파이를 늘릴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저는 구단이 에이전트 제도에 부정적인 것은 경제적인 이해가 아니라 FA제도처럼 선수협에 관계된 선수권익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글이 너무 중구난방으로 흐른 것 같은데 계약에 있어서는 프로가 아닌 완젼 아마추어가 될 수 밖에 없는 선수들이 안타까워서 적어봤습니다. 덧붙여 이재국 기자와 야구라 손윤님의 글을 엮은 정도라 할 정도로 동기가 됬고 뼈대가 됬다는 점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