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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이혜천 계약 발표, 다시 뒷걸음 친 KBO 행정

8일 두산 베어스는 이혜천과 계약금 6억 연봉 3억5000만원에 계약했음을 밝혔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혜천이 처음 국내로 돌아온다고 했을때 경쟁이 좀 더 치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보상금 때문에 그렇게 시장에서 열광적인 반응은 아니었죠. 이혜천 정도의 선수가 시장에 나왔음에도 FA 큰 손들이 외면했다는 것은 그 만큼 FA보상 제도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것의 반증입니다. 그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요.
제가 발표내용을 보면서 의아했던 건 두산이 1년 계약으로 발표했다는 점 이었는데요. 이혜천은 계약 전 4년 계약을 받고 싶다고 압박했고 두산도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1년 계약일 리는 없었습니다. 작년 이 맘때 단장 워크샵에서 FA다년 계약 & 계약금을 인정한 상황에서 두산이 구지 다년계약을 속일 필요가 있을까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그리고 오늘 그에 대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KBO의 정금조 운영팀장은 이혜천의 계약전 신분에 대해 FA가 아닌 방출 선수의 자격이다. 7년 후 해외진출자, 시즌 중 돌아온 선수, 1년, 2년이 지나서 복귀하는 선수들에게 FA자격을 주면 해외진출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법을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혜천은 국내에서 9년을 채우고 FA를 얻어서 야쿠루트와의 계약 2년을 마치고 정상적으로 국내에 복귀했지만 갑작스런 특별법 적용으로 실제 3년 이상의 계약을 했음에도 부득이 1년계약이라는 거짓 발표를 해야했던 것이죠.

특별법의 실질적 효과와는 상관없이 KBO가 일본진출자에게 금전적 이득을 주지 않겠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데 뜬금없이 특별법을 적용해서 구단과 선수에 이면계약을 유도하는 방식은 정말 수준이하의 행동이라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네요. 아마도 KBO가 이런 갑작스럽고 어리석은 선택을 한 것은 이범호의 국내복귀와 관련해서 논쟁을 없애기 위해서 밑밥을 깔아논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관련)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하면 이범호가 국내에 왔을때 FA자격을 지우는데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겠죠. 나중에 배영수 복귀하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면 계약 혹은 거짓 발표에 대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제가 가장 우려하는 문제점은 KBO가 프로야구의 운영, 집행기관 임에도 구단의 눈치를 보느라 스스로 규정을 무너뜨리고 오히려 무시하라고 부추기고 있다는 점 입니다. 작년에 외국인 선수 계약과 관련해서 KIA와 롯데가 구톰슨, 가르시아 협상이 기한을 넘겼음에도 유권해석으로 이를 허용하는 코미디를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과연 프로야구를 위한 단체인제 기업들의 눈치를 봐주려고 존재하는 기구인지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최근 히어로즈의 현금 트레이드 가능성과 관련해서 우려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KBO 이상일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합리적인 트레이드라면 막을 이유가 없는데 어떻게 기준을 잡아야 할지 KBO가 정하기 어렵다는 말로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했는데요. 핑계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앞서 선수들에게 적용한 결단력이라면 충분히 기준을 잡을 수 있을 텐데요.

예를 들어 선수의 연봉이상의 현금보조를 허용하지 않는 다거나 현금을 제한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넥센을 플로리다 말린스에 비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플로리다는 MLB 수익분배금으로 흑자를 본 구단입니다. MLB 역시 현금트레이드는 대부분 연봉보조의 개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구요. 구지 특별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선수에 연봉보조 이상의 현금이 들어간 트레이드가 얼마나 필요할까요? KBO는 넥센 만이 아니라 모든 팀에 대해 트레이드에 포함되는 현금을 엄격히 규제함으로써 넥센의 현금트레이드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앞서 얘기했듯이 KBO는 8개 구단의 결정을 막을 의지도 힘도 없습니다. 신상우 총재처럼 장원삼 트레이드를 스톱시켜놓고 사퇴하지 않는 이상 KBO이사회에서 구단 사장들의 눈치만 살필 뿐이겠죠. 힘없는 KBO를 무턱대고 나무를 수는 없습니다. 저는 KBO가 있는 규정을 제대로 지키고 팬들에게도 꺼리낌 없이 프로야구 운영의 투명화 함으로써 힘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KBO에 이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어쩌면 KBO의 직위를 잠깐 지나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KBO에서 수고하시는 많은 분들을 폄하하고자 함이 아님을 말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