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메모

박경완 계약 논란은 왜 나왔나


사진출처 - 와이번스 홈피


박경완의 계약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SK와 박경완은 올해 1월 계약금 4억의 2년 계약을 맺고 보도 자료를 통해 발표했는데 올해 박경완이 FA자격을 얻으면서 이상한 상황이 연출 된 것이다. 어떻게 FA 전의 선수가 다년 계약으로 묶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재기될 수 밖에 없다.

본래 규약상 다년 계약은 FA 신분 일때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SK와 박경완의 규약 위반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당시 이런 류의 이면계약이 만연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범호와 이혜천이 맺은 계약도 다년 계약으로 예상되는데 해외에서 계약을  완료하지 않고 돌아오는 경우 KBO는 FA 신분을 허용하고 않다. 표면상으로는 이들이 1년 계약이지만 이면계약을 취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에 일본에서 돌아온 김태균과 이승엽도 FA 신분으로 인정하지 않기에 역시 이면 계약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약 위반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박경완과 이들의 차이는 보도 자료를 통해 공개했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그럼 이렇게 기사로 이면 계약을 노출한 사례까 처음일까? 그렇지 않다. FA 다년계약, 계약금 인정은 2010년 1월에 개정된 사항이다. 이전까지 타 구단 이적시 이전 연봉의 50% 이상 인상도 허용하지 않았다. 심정수가 역대 최고 금액으로 삼성과 4년 계약을 발표했던 것이 기억나는가? 박진만 역시 4년 계약으로 발표됬다. 박명환이나  마해영등 이런 사례는 쉽게 볼 수 있다. 또 안경현은 2006 시즌 후 FA 신청을 하지 않고 두산과 2년 10억 계약을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2007시즌 후 안경현은 박경완과 똑같이 FA자격을 얻었지만 이면계약 상태였다. 


그러면 똑같이 위반을 하고도 왜 이번 SK 사례가 더 문제가 된 것일까? 모든 구단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는 상태가 계속되자 2008년 3월 단장들이 모여 [FA 계약 위반 처분]을 따로 만든 것이 계기라고 볼 수 있다. 언론을 통해 5천만원의 제제금과 향후 그 선수와 계약할 수 없다는 것이 이때 만들어진 규정이다. 그래서인지 2008 시즌 후 각 구단들은 언론을 통해 1년 계약을 한 것으로만 발표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규정에도 8개구단은 전혀 규약을 지키지 않았고 단지 발표만 1년 계약으로 했을 뿐이다. 

결국 2009 시즌 후 개정을 통해 다년계약을 허용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됬는데 SK 프런트는 이것이 FA 신분이 아니어도 다년 계약을 허용하는 것으로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올 초 박경완의 계약을 문제 삼지 않았던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이전 다년 계약 사례들처럼 FA 신분이 아니더라도 다년 계약이 리그의 발전에 저해 될 요소라고 할게 없기 때문이다. 미국만 해도 FA 자격을 얻지 않은 선수에게 미리 다년 계약을 제의해 향 후 선수 가치가 더 오르기 전에 묶어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구단으로서는 연봉조정신청을 피할 수 있고 오랜 기간 프랜차이즈 스타로 잡아 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다. 선수도 미래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안정된 계약이 매력적으로 다가 올 수 있다. 애리조나의 업튼, 콜로라도의 툴로위츠키, 플로리다의 헨리 라미레즈가 이런 경우다. 

국내에는 9년 이라는 긴 FA 자격 취득조건 때문에 필요성은 적지만 향후 프로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잔디밭에는 길을 내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하지 않나. KBO가 결국 FA 다년 계약을 허용했던 것 처럼 시대에 맞지 않는 룰은 개정할 필요가 있다. FA 이전에도 다년 계약을 허용하거나 해외 진출자의 FA 신분 허용, FA 재자격 취득 기간 4년을 없애는 것을 모두 실행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의 문제를 뒤로하고 박경완의 문제로 돌아오면 분명 KBO 규약을 위반한 것이 사실이다. 규정대로라면 박경완은 내년에 SK에서 뛸 수 없다. 언론을 통해 공론화가 된 상태에서 KBO가 그냥 넘어간 다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다만 KBO는 유권해석이라는 만병통치약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했듯 이면 계약은 거의 전 구단이 하고 있고 당장 올해 오프시즌에도 계속 될 것이다. KBO의 반응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규약대로 제재가 갈지는 의문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