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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리그& 유망주

배영섭 신인왕 수상, 중고신인이라는 말 이제는 버리자

MVP와 신인왕  수상자가 발표 됬다. 득표수는 몰라도 수상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받을 선수가 탔다는 인상이다. 신인왕 후보에 박희수가 없었다는게 옥의 티지만 배영섭은 올해의 루키로 조금도 손색이 없는 선수다. 그런데 이 영광의 주인공이 된 선수에게 붙는 호칭이 꺼림직하다. 바로 중고 신인이라는 단어다. 여러 기사들에서 입단 1년차 선수에게 순수신인, 그렇지 않으면 중고신인 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얼마나 현실적인 표현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2001년 부터의 신인왕 후보들을 살펴봤다.



2006년까지는 데뷔 1년차 후보가 총 22명의 선수 중 무려 15명으로 과반수를 넘는다. 하지만 2007년 이 후 부터는 총 19명 중 겨우 4명 뿐이다. 2008년 이후에는 데뷔 해에 신인왕을 탄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최근 1년차 신인의 활약이 급속히 줄었다. 이유는 뭘까?
 

아마야구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의견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리그 수준이 올라간 것 때문으로 보인다.  흔히 일본리그는 MLB와 AAA의 중간즘, 국내리그는 짜게 평하면 AAA와 AA의 중간 즘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는 어떤지 모르지만 대략 그 정도로 했을때 미국에 대입해 보자. 
 
드래프트 된 고졸 유망주가 AA 혹은 AAA에서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1라운더라고 해도 루키리그를 거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피 - 에이로드 이후 최고의 재능이라던 저스틴 업튼도 2년차에 메이저리그 까지 오르긴 했지만 데뷔 첫 해는 로우A에서 온전히 한 시즌을 치뤘다. 2010년 지명된 괴물 타자라는 브라이스 하퍼도 올해는 싱글 A를 거쳐 더블A에 도달했을 뿐이다. 국내 리그 수준이 올라간다면 더욱 1년차 선수가 활약할 가능성은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면 대졸자들은 어떨까? 미국에서도 스트라스버그 정도를 제외하면 바로 빅리그에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싱글A, 빠르면 더블A에서 시작하지만 고졸자보다는 승격이 빠른 편이다. 아무래도 야구경력이 길기 때문에 그 만큼 완성된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이도 국내사정에 대입하긴 어렵다. 최근 아마야구에서는 군문제, 해외진출등으로 가능한 빨리 프로에 진출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는 대부분 고교 졸업 후 상위라운드에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이다. 표에서 보다시피 05년 오승환, 06년 장원삼 이후 대학 출신 데뷔 년도 신인왕 후보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대학리그의 수준이 갑작스레 올라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내년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한화의 하주석, 넥센의 한현희, 두산의 윤명준이 가장 1군에 가까운 선수들로 생각되지만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낸다는 보장은 없다. 하주석은 안치홍 보다 뛰어난 체격과 운동능력의 소유자이지만 공수에서 더 완성된 선수는 아니다. 한현희나 윤명준은 기회를 받겠지만 선발로 꾸준히 나올 가능성은 적다. 류현진이 고졸 루키의 로망을 키운듯 하지만 프로야구 30년사에 적어도 다섯손가락에 꼽히는 괴물이다. 비교의 대상이 아니란 뜻이다.


중고신인이라는 말의 문제점은 1년차 애송이 들에게 성급함을 유도한다는 것에도 있다. 1군에서 바로 뛰려는 것 보다 프로의 벽을 인정하고 담금질을 거친 후 꽃을 피는 것이 선수나 팀에 더 이상적인 방식이다. LG 박경수를 보자. FA 자격을 다 채워가는 그지만 재능만큼 큰 성장을 이루었나? 내년 상무, 경찰청에서 복귀하는 최재훈, 허경민, 최주환등의 탑 유망주에게 중고신인이라는 말은 이제 그만 두는게 어떨까? 사실상 이 단어들이 시대성을 잃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