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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태양도 바람도 타이거즈를 떠나지 않는다

지난 3월 31일 은퇴를 발표한 이종범이 구단과 면담을 통해 은퇴식과 영구결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으로 여론의 역풍을 맞은 구단이 이종범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춰 기다린 결과다. 이종범은 플레잉 코치, 연봉 보존, 코치 연수 제의는 정중히 거절하였는데 타이거즈에 돌아오겠다는 말로 팬들을 안심시켰다. 또 광주구장을 찾아 선동열 감독과 최소한 형식적으로는 화해의 제스쳐를 취했다. 광주방송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앙금이 모두 풀리진 않았을지 모른다. 그래도 이번 행보는 매우 적절했다고 보여진다.



16년을 팀에 공헌한 43살의 노장에게 동계훈련을 모두 마치고 전력 외라는 판정을 내린 것은 매우 배려심이 부족한 일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선수가 이런 통보가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 이종범의 전력 외 판단은 감독과 코칭스탭의 권한이고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삼성 시절 선동열 감독이 양준혁에게 은퇴 압박을 했을 때 선수협 관련한 갈등으로 사적인 복수는 아니냐는 비난도 있었다. 허나 이번 사례는 그런 의심을 살 이유가 없다. 언론에 밝힌대로 기량을 보고 세대교체를 선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무엇보다 성적에 가장 민감한 것이 감독이다. 선동열 감독 이하 코칭스탭이 이종범을 엔트리 제외 판단을 내린 것은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팀 전략적 판단이라고 보는게 설득력이 있다.


이러한 선택이 현명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노장의 경험이 올 시즌 KIA에 미칠 영향을 간과하는 것일 수 있고, 관중 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과정의 후유증을 남긴 것은 선수와 협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선 감독과 이순철 수석코치의 소통부족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일련의 과정에 따른 아쉬움에도 레전드 이종범이 타이거즈 품에 포옹했고, 코칭스탭을 향한 분노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성적일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무등산 폭격기'도 '바람의 아들'도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하나같이 소중한 전설이다. 타이거즈 영구결번 18번과 7번에 팬들은 언제나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 인간적으로까지 두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팬이기에 조금은 너그럽게, 조금 더 이해하는 마음으로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짧든 길든 함께 KIA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하는 권유의 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