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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6월 한 달 팀 스탯, 발톱을 드러낸 사자

기록과 코멘트를 보기에 앞서 한국야구위원회의 기록을 출처로 했다는 점을 밝힌다. wOBA는 OPS보다 발전된 타격 측정 스탯이라고 보면 되고, FIP는 ERA보다 운과 수비력을 배제하려고 노력한 방어율 개념의 피칭 스탯이다. 공식은 아래와 같다. 


wOBA = (0.72*(볼넷-고의사구) + 0.75*사구 + 0.90*1B + 0.92*실책출루 + 1.24*2루타 + 1.56*3루타 + 1.95*홈런) / (타석-고의사구)  출루율 스케일 입니다.


FIP = (13*HR + 3*(BB-IBB+HBP) - 2*K) / IP + 3.20(혹은 시즌에 따른 특정값)   삼진,볼넷, 피홈런 등으로 추정하는 방어율 개념




 


삼성 라이온즈 - 4명의 에이스, 한 명의 슈퍼스타

 

"더워지면 올라가요" 삼성이 한참 부진하던 시기, 류중일 감독과 삼성 관계자들이 하던 말이다. 이는 확실히 근거가 있는 논리였다. 홈구장 대구의 무더운 날씨 덕에 삼성 선수들이 전통적으로 여름에 강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며, 올라갈 팀은 올라간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삼성은 공수주 할 것 없이 최고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고, 탄탄한 선수층으로 부상마저 위협이 되지 못했다. 결국, 7월 첫째 날 삼성은 순위표의 맨 윗자리에 올라서며 자신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갔다.

 

1위 도약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면 강력한 선발진이다. 에이스 역할을 해줬던 윤성환의 공백도 삼성의 질주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돌아온 에이스' 배영수를 필두로 고든, 탈보트가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출장하며 3점대 내외의 평균자책점으로 1선발에 가까운 역할을 해줬다. 한 팀에 몇몇 선수가 상승세를 타기는 쉬우나 이렇듯 고르게 잘하는 것은 보기 드물다. 차우찬도 선발로 출장한 3경기 18.2이닝 5.30ERA 4.67FIP로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이 팀에 빈틈이 있기는 할까?

 

타격에서는 한 명의 슈퍼스타가 돋보였다. '라이온 킹' 이승엽도 아니고 작년 홈런왕 최형우도 아니다. 박석민은 6월에만 8개의 대포로 월간 홈런왕에 오르며 '웃기는 놈'이 최고라는 것을 입증했다. 또 조동찬이 부상에서 복귀해 2루수로 합류하면서 타선의 구멍을 하나 메꿨다. 몇몇 부진한 선수들이 있음에도 기다려 줄 시간이 있다는 게 삼성의 무서운 점이다.

 

 

 

롯데 자이언츠 - 정대현 없어도 최강 방패

 

6월 초 롯데에는 큰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투수진에서는 고원준이 부진으로 빠졌고, 야수 중에는 홍성흔, 문규현이 부상으로 엔트리에 말소됐다. 게다가 이용훈은 부정투구 논란으로 시끌시끌, 버티기만 해도 성공이라는 예상을 했다. 그러나 롯데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이용훈은 논란이 생긴 후 3경기 19.2이닝 0.92ERA로 완벽한 피칭을 했다. 5월 부진했던 유먼은 6 5번의 등판에서 34.2이닝 0.78ERA 4월의 모습을 재현했다. 홍성흔의 부재는 박종윤, 강민호가 5할의 장타율로 분담했고, 문규현 대신 정훈이 유격수로 출장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는 김주찬으로 .361의 타율 3개의 홈런, 7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빠르게 FA모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롯데 불펜이 평균자책점, FIP 모두 8개 구단 1위를 기록한 것이다. 5 드래프트로 영입한 ''성배는 15경기 13이닝 0.69ERA, 좌완 이명우는 13경기 10.2이닝 2.53ERA, 최대성은 11경기 10.1이닝 2.61ERA로 필승조 역할을 했다. FA로 영입한 이승호는 SK 시절처럼 비교적 높은 FIP에도 불구, 6월 한달 13이닝 무자책을 기록했다. 롱릴리프로 출장한 김수완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러니 한 것은 4.22ERA, 5.14FIP로 가장 부진한 김사율이 마무리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정대현이 복귀한다면 롯데는 삼성의 불펜진을 넘어 최강 방패로 거듭날지도 모른다.

 

 


SK 와이번스 - 변화의 시기가 온 SK의 야구

 

지난 몇 년 간의 SK 야구, 더 직접적으로 얘기하면 김성근 감독이 지휘한 SK는 확실한 전략이 있었다. 초반 무리를 해서라도 치고 나가면 시즌이 끝날 때까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그런데 작년부터 SK는 이런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 2011 6 28일 선두를 삼성에 내줬던 SK 2012 6 26일에도 롯데에 의해 1위 자리에서 끌어 내려졌다. 올해도 이만수 감독이 이전과 같은 전략을 시도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SK의 야구가 좀 더 피로를 줄이는 방식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정우람, 박희수가 부상으로 빠지고, 김광현은 다시 한번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과연 SK의 위기 대응 방식은 어떤 모습일까? 급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래도 낭보라면 새로 영입한 부시가 매번 5이닝 이상 투구하며 3점대 내외의 방어율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또 윤희상이 6월 평균 6이닝 이상 책임지며 선발 투수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팀의 주포 박정권이 5개의 홈런과 함께 5할의 장타율로 살아난 것도 고무적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센터 포지션의 조인성, 최윤석, 김강민이 멘도사 라인에 머물러있다. 덩달아 6월 팀타율, 출루율이 꼴찌를 기록했다. 3명의 뛰어난 포수를 보유할 만큼 여유가 있는 걸까? SK는 현재 선발도, 불펜도, 타격도 평범한 팀이 됐다. 오직 수비력만으로 선두권에 머물기는 어려울 것이다.

 

 

 


두산 베어스 - 무한 경쟁, 약될까? 독될까?

 

5월 한 달 .423의 승률로 부진했던 두산이 5할의 승률로 팀을 추슬렀다. 가장 큰 계기가 된 것은 노경은의 선발 전환이다. 임태훈이 이탈로 기회를 잡은 노경은은 5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6이닝 이상 투구했고, 2.14의 평균자책점으로 깜짝 놀랄만한 호투를 보여줬다. 니퍼트 또한 FIP는 높았지만, 6경기 무려 43이닝 2.51의 평균자책점으로 팀에 크게 공헌했다. 두산 선발진은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지며 불펜의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 그럼에도 두산 불펜진이 평균자책점 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아쉬운 결과다. 다만 FIP 3.62로 양호해 향후 전망은 어둡지 않아 보인다. 홍상삼이 불펜 에이스로 자리 잡았고, 유망주 김강률과 변진수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타선에서는 외야진의 극심한 부진으로 경기를 어렵게 끌고 나가야 했다. 김현수는 3할의 타율에도 손가락 부상의 영향인지 .419의 장타율로 만족스럽지 못했고, 정수빈은 101타석 .219의 타율, 이종욱은 73타석 .143의 타율 .403 OPS로 끝 모를 부진에 빠졌다. 반면 내야 상황은 나은 편이다. 김동주의 이탈에도 윤석민이 3연타석 홈런 포함 50타석 .581의 장타율로 폭발했고, 유망주 최주환이 3루수로 출장하며 .767 OPS로 좋은 활약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 이들은 꾸준한 출장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고영민, 이원석, 오재원, 허경민, 김재호 등 뛰어난 내야수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은 송재박 2군 감독의 콜업과 함께 전반적으로 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내야의 교통정리 문제는 장기적으로 고민이 된다. 트레이드 혹은 고영민, 오재원 같은 경험 많은 내야수들을 외야로 기용하는 방안이 해결책이 필요하다. 감독과 프런트, 선수가 대화를 통해 방법을 모색할 시기다. 가지치기 없이 큰 열매는 맺지 않는다.

 

 


KIA 타이거즈 - 휴식과 변화로 슬럼프 탈출

 

KIA는 최근 7연승으로 5할 승률을 달성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타선은 불을 뿜고 선발은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전까지만 해도 6 18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5승 승률은 .313를 기록하며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팀 홈런은 6개로 2 LG에 절반 정도에 불과할 만큼 장타력은 사라졌고, 에이스 윤석민의 이탈, 소사, 서재응 등 선발들이 흔들리며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 때는 1위와 8경기 차, 4위권 3팀과 4게임 차가 날 정도로 4강 경쟁에서 쳐지기도 했다. 그러면 KIA가 이런 부진을 타개한 비결이 뭘까?

 

어려울 때는 확실히 고개를 숙이고, 변화를 추구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다. 먼저 투수진에 몸이 불편한 선수를 휴식을 주고, 지는 경기에 필승조 투입을 최소화해 과부하를 줄였다. 7연승 기간 투수들이 잘해준 것도 이러한 기용이 밑바탕에 깔렸기에 가능했다. 야수진에는 이건열, 백인호 코치가 내려가면서 분위기 전환한 것도 있지만, 삼성에서 조영훈을 영입하며 녹슨 자물쇠의 열쇠를 찾은 느낌이다. 조영훈은 6 KIA 유니폼을 입고 .258의 타율 홈런 1개 포함 .484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대단한 성적은 아니지만 2012시즌 .487 OPS를 기록한 김주형의 대체자였기에 큰 업그레이드다. 로또 카드였던 최향남은 특유의 빠른 템포를 무기로 5이닝 자책점 제로, 1.57FIP를 기록하며 팀의 필승조로 거듭났다. 하위권 팀의 교과서라 할 만큼 좋은 경기 운영을 보였던 KIA가 위기 뒤 찬스를 살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넥센 히어로즈 - 영웅만으로 이길 수 없다

 

넥센이 처음으로 월간 승률 5할을 달성하지 못했다. MVP 시즌을 보내고 있는 강정호가 봉와직염으로 내려간 것이 큰 타격이다. 강정호 없이도 박병호는 3할 타율, 4할 출루율, 5할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위압감을 드러냈지만 이택근과 유한준과 6할 언저리의 OPS로 부진했다. 두 선수 모두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6월 한 달 30타석 이상 선수 중 신인왕을 노리는 서건창과 박병호를 제외하면 7할 이상의 OPS를 기록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투수진은 외국인 투수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 나이트는 5경기 평균 7이닝 이상을 투구하며 1.22ERA 2.88FIP로 확실한 1승 카드였다. 헤켄도 4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과 FIP로 안정감을 보였다. 그러나 토종 선발진의 활약은 미비했다. 강윤구가 부진으로 내려갔지만, 사실 김병현이 5점대 방어율, 6점대 FIP로 더욱 부진했다. 불펜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필승조가 불분명한 가운데, 마무리 손승락마저 8경기 7이닝 5점대 FIP로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2점대 방어율은 허울 좋은 수치일 뿐이다. 현재 토종 투수진에서 가장 페이스가 좋은 선수는 루키 한현희다. 문성현이 돌아올 때까지 19살 소년이 팀의 앞날을 결정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넥센은 소수의 영웅보다 다수인 범인의 활약이 절실이 필요한 상황이다.

 

 

 

LG 트윈스 - 'LG 노래방♪' 최악 위기 아니다

 

국내 프로야구를 보면 과도하게 승리지상주의에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프로는 승리해야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 그러나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 한다면 죄인이 될 필요는 없다. 지난 시즌 LG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과도한 분위기 침체로 스스로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올해는 4강에 진출하지 못한 지 10년째. 팀의 5할 승률이 무너지며 다시 한번 이상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듯했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었다. 29 SK와의 문학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자 LG 덕아웃에서는 선수와 코치가 노래를 부르며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어 냈다. 연패에서 벗어나려는 고육지책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LG는 이런 여유가 필요했다.

 

실제로 LG의 기록을 보면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선발진은 이승우가 부진으로 내려갔지만 우규민이 합류하며 4인 로테이션이 꾸려졌고, 봉중근의 어린아이 같은 행동(자해)에도 유원상, 이동현, 이상열의 승리조는 살아남았다. 너무 많은 투구를 한 유원상에게 휴식을 줄 수 있다면 아직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타선에서는 박용택과 쌍병규가 건재하며, 정성훈이 4월에 보여줬던 타격감을 이어갔다. 정의윤도 오랜만에 홈런을 쳐내며 6 44타석 동암 .325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동자승'처럼 머리를 빡빡 깎은 오지환도 장타력만큼은 팀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있다. 지금 LG가 좋은 흐름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일찌감치 좌절할 만큼 암울한 것도 아니다.

 

 


한화 이글스 - 무너진 투타, 비상구는 있나?

 

어느 팀이나 기복은 있는 법이다. 또 하위권이라고 해도 기회는 온다고 한다. 그런데 한화가 과연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한화는 4, 5, 6월 모두 5할을 한참 못 미치는 성적으로 3연속 최하위 승률을 기록했고, 4위 두산과는 11경기 차가 벌어져 있다. 18연승을 해야 5할에 도달한다. 여기서 조금 더 떨어지면 한화의 4강 실패는 기정사실화 될 것이다. 한화의 이런 추락은 결코 하나만 따져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프런트는 FA 영입을 했다고 하지만 송신영은 부진으로 2군에 있고, 외국인 선수 영입은 악몽에 가까웠다. 지자체는 대전구장 리모델링을 원활하게 진행시키지 못했다. 코치진은 지는 경기에 과도한 투수기용으로 팀의 연패를 가중시켰다.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한 선수들도 말이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 한화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심타선의 김태균, 최진행, 장성호는 여전히 위력이 있고, 오선진, 정범모, 양성우 등이 가능성을 보이며 세대교체가 진행됐다. 선발진의 유창식이 6 21.1이닝 동안 3점대 중반의 평균자책점과 FIP로 선전한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이제 한화가 팬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한정되어 있다. 무리한 투수기용이나 부상 투혼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며 이기는 방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발버둥칠수록 빠져드는 뻘밭에서 나와 숨을 크게 쉬고 비상구를 찾는 것이 한화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