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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엑스 펙터' 용병 효과 가장 많이 누린 팀은?

사진 출처 - 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의 션 헨이 웨이버 공시됐다. 션 헨의 성적은 14경기 동안 15이닝 8.40ERA 퇴출당해도 할 말이 없다. 4강 진출 확률이 희박해진 한화로서는 더 이상 연봉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바티스타 또한 30이닝 5.70ERA를 기록해 내년 재계약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럼에도 당장 퇴출하지 않는 것은 팬들의 원성과 여론의 뭇매를 맞지 않기 위함일 뿐이다. 시즌 초 5년을 공들였다고 하는 배스를 비롯해 한화 용병들이 이렇게까지 부진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렇듯 외국인 선수 영입은 팀의 기본 전력과 무관하게 가장 변화무쌍한 엑스펙터다. 지난해 잘한 선수라고 해도 장담할 수 없고, 헐값으로 영입한 선수가 대박이 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넋 놓고 지켜볼 수는 없다. 한화의 실패 요인이 부실한 투자의지와 엉성한 스카우팅 때문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가? 어려운 일이기에 더 꼼꼼하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 올해는 어떤 팀의 외국인 투수가 빼어난 활약을 하고 있을까?



 


WAR이라는 지표를 통해 살펴보았다. WAR은 대체(땜빵) 선수 대비 기여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선수의 활약을 승수로 보여준다. 일단 리그의 평균과 선수의 차이를 구하고 여기에서 다시 평균과 대체 선수 레벨과의 차이를 더해 준다. 위 그림은 작년 MVP였던 윤석민의 WAR에 해당하는 구간을 나타낸 것이다. 


대체 선수와 평균과의 차이를 메이저리그는 선발은 38%까지, 불펜은 47%로 계산하고 있다. 이는 선발 투수들을 땜빵으로만 꾸렸을 때 팀 승률은 38%까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바탕이 됐다. 국내는 야구는 선수층이 더욱 얇기 때문에 대체 기준을 더 낮출 필요도 있는데, 일단 이번 글에서는 MLB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기로 했다. 대체 기준을 더 낮게 잡았을 때는 WAR 수치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참고하고 보기를 권한다.



 

※ 구장 효과는 고려되지 않은 값입니다.



평균자책점으로 구했을 때 가장 기여 승수가 높은 선수는 넥센의 나이트였다. 외국인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과 최저 평균자책점으로 팀에 무려 5승을 선사했다. 지난해 고전했던 나이트와 재계약한 넥센 프런트의 판단은 확실히 탁월했다. 나이트의 활약은 넥센 내야진의 승리라고도 할 수 있다. GO/FO(땅볼 아웃/플라이 아웃) 비율이 가장 높은 나이트가 한화 소속이었더라면 ERA는 1점 이상 치솟았을지도 모른다. 아… 류현진!


반면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이라 할 수 있는 FIP로 구했을 때 나이트의 WAR은 2.5승으로 크게 낮아진다. 이에 대해 땅볼비율이 높은 선수는 삼진 비율이 낮아 FIP에 불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뜬공이 적으면 그만큼 홈런 비율이 떨어져 그라운드 볼러는 FIP 수치로 볼 때 오히려 유리하다는 통계도 있다. 참고로 나이트 다음으로 GO/FO 수치가 높았던 사도스키는 ERA보다 낮은 FIP를 기록했다. 다만, 국내와 미국은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판단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나이트의 활약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FIP를 통한 WAR 승수도 2.5로 외국인 투수 가운데 세 번째로 높았다. 



나이트 이상으로 인상적인 활약을 한 선수라면 유먼과 주키치를 꼽을 수 있다. 두 선수는 모두 메이저커리어가 화려하거나 빠른 볼이 굉장한 선수들은 아니다. 그러나 각각 트리플A와 독립리그, 대만리그에서 뛰어난 커리어를 쌓았다. 넥센의 헤켄도 비슷한 유형의 선수로 분류된다. 이름값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속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경우다.


반대로 고민이 되는 것은 니퍼트와 탈봇이다. 이들은 모두 훌륭한 메이져 경력과 평균 이상의 구위로 성공이 보장된 선수들이었다. 특히 니퍼트는 지난해 187이닝 동안 2.55ERA 3.33의 FIP로 명불허전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올해는 잠실을 홈으로 뛰면서도 12개의 피홈런을 기록하는 등 미심쩍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평균자책점이 작년 FIP와 같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시즌 활약이 살짝 우려된다고 하겠다.





 

외국인 선수를 잘 뽑고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예도 있다. SK의 마리오는 FIP가 준수한 선수는 아니지만, SK의 강력한 수비수들과 궁합이 좋아 괜찮은 활약을 해주는 용병이었다. 허나 부상관리가 잘 되지 않아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두산의 프록터는 불펜 투수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상황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과 FIP는 크게 도움이 되지만 이보다 세 배 이상 이닝을 소화한 선발 투수들의 활약을 뛰어넘기는 역부족이다. 5점대 평균자책점의 바티스타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위 선수들을 포함해 올 시즌 한 경기라도 뛴 외국인 투수들을 팀별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가장 외국인 투수의 덕을 크게 본 팀은 넥센이다. 시즌의 60%가 지난 시점에서 지난해 외국인 선수 WAR 1위인 LG를 추월했다. FIP를 기준으로 했을 때도 8개 구단 1위로 넥센 스카우트들은 포상을 받을 만하다. 또 롯데 역시 구단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 조합이라 할 만큼 좋은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이대호, 장원준이 빠져나갔음에도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것은 용병의 활약이 결정적이다.


그와 비교해 한화는 용병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용병 WAR 꼴찌를 기록했던 한화는 올해에는 무려 8점대의 평균자책점으로 마이너스에 접어들었다. 이 말인즉슨, 차라리 외국인 선수를 안 뽑는 게 나았다는 뜻이다. 평균자책점만 보자면 한화는 용병 차이에 의해 넥센과 10승 차이가 벌어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현재 30승을 올리고 있는 한화에 +10승이 추가되면 넥센과 단 1승 차다. 스카우트, 트레이너만 잘 운영해도 한화는 4강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 한화 보고 남들보다 더 잘하라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하는 것만 따라 하자.






KIA도 작년과 비교해 외국인 선수의 덕을 보지 못했다. 오프시즌 선동열 감독이 좌완 투수를 강조한 것도 실패의 원인이다. 좌타자가 좋은 삼성을 너무 의식한 결과인데 내년부터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만약 2009년 우승 당시 로페즈와 구톰슨이 재림했다면 어떨까? 당시 두 선수의 WAR 합은 ERA를 기준으로 했을 때 무려 11.6승, FIP를 기준으로 했을 때 9.8승이나 된다. 이를 77경기로 조정하면 약 2~4승의 차이로 KIA가 이들과 함께 했다면 약 .540~.560의 승률로 단독 2위로 치고 나갔을 것이다. 삼성에 가장 위협적인 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대체 선수기준을 낮추면 WAR 수치는 커진다. 국내는 MLB와 비교해 선수층이 얕기에 위에 설명한 것보다 실제 용병의 영향력은 더욱 클 수 있다.



용병의 활약은 투자되는 자금과 큰 상관관계를 가진다. 하지만 넥센의 예에도 알 수 있듯이 스몰마켓 팀도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는 더 큰 대어는 일본 리그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특수성에 기인한다. 꾸준히 현지 출장으로 외국인 선수들과의 인맥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고, 좋은 평판을 유지하려면 임의탈퇴 조치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투수 편향적인 시각도 버릴 필요가 있다. 특히나 야수층이 얇고 타자 친화적인 구장을 쓰는 한화는 더욱 그렇다. 


국내 선수만으로 강한 전력을 만드는 일이 우선이 돼야겠지만, 용병의 활약에 따라 프로야구 순위가 파도치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순위를 만드는 스카우트들에 대한 투자, 인색해서는 안 되겠다.



  

 ※ 이 글은 마구스탯에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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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5일까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