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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2011-2012시즌 눈여겨 볼 플래툰 기록들

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7월 24일 KIA와 넥센의 경기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서재응은 3회초 위기를 맞았다. 9번 타자 김민성에게 안타를 맞은 후 좌타자 장기영에게 6구 끝에 볼넷, 이택근의 번트로 2사 2, 3루 상황이 됐다. 5번 타자가 강정호라면 어렵더라도 박병호에게 승부하는 게 정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서재응과 김상훈 배터리는 무슨 생각인지 박병호를 연속 볼 네 개로 거르고 강정호를 상대했다. 결과는? 싹쓸이 2루타로 리그 MVP 타자의 위력을 몸소 실감해야 했다.


이런 결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틀 후 목요일 경기에서도 1회초 2사 3루에 다시 박병호를 거르고 강정호를 선택한다. 역시 결과는 적시 2루타로 실패한 결정이 된다. 그럼 도대체 왜 KIA 배터리는 똑같은 우타자임에도 이런 결정을 한 걸까? 박병호의 거구와 타점 스탯 때문에? 그보다는 두 타자의 좌우 스플릿 기록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우타자인 박병호는 올해 좌투수를 상대로 .258의 타율 .439의 장타율로 약했던 반면, 우타자에게는 .308의 타율 .630의 장타율로 매우 강했다. 다소 특이한 결과인데 서재응이나 앤서니가 박병호를 두려워했던 게 이해는 된다. 그러나 강정호는 좌우 투수 모두에게 공포스러운 선수라는 게 함정이다. 강정호는 좌투수에게 .362AVG .707의 장타율, 우투수에게는 .329AVG .591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강정호와 박병호의 우투수 상대 OPS는 모두 1.000이 넘고 엇비슷한데 강정호가 타율과 출루율이 높아 투아웃 상황이라면 좌우를 막론하고 박병호를 승부하는 게 이득이다.



우타자는 우투수에 약하다?


이처럼 좌우 스플릿 기록을 통한 전략적 기용은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한 신중한 선택이 돼야 한다. 개별적으로 보면 박병호의 예처럼 우투는 우타에 좌투는 좌타에 약하다는 명제를 비켜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선수의 특성도 있겠지만, 너무 작은 표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리그 전체의 좌우 상황별 기록을 찾아보았다.



좌투수와 우투수 모두 전체적인 타격 기록은 비슷하다. 우타자가 약간 장타율이 높은 정도다. 그래서 좌우 타자의 능력치를 거론할 필요없이 좌우 상황별 기록을 보기가 매우 편리하다. 위 기록을 통해 일반적인 플래툰의 속설이 맞는지 입증해보자.


먼저 좌타자는 좌투수에 약하고, 옆구리 투수에 강하다는 명제는 참인 것으로 보인다. 메커니즘 적으로 불리하기도 하지만 좌투수를 상대할 경험이 많지 않기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우투수보다 좌투수를 상대할 때 OPS는 3푼가량 떨어졌다. 그에 반해 옆구리 투수를 상대할 때는 무려 8푼 정도 높은 OPS를 기록했다. 사이드암 투수의 활용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게 기록상으로 드러나는 듯하다.


우타자는 어떨까? 일반적인 속설과 달리 좌투수보다 우투수를 상대할 때 성적이 더 좋았다. 일시적인 현상인지 확인하기 위해 2007~2009년 우타자의 스플릿 기록을 구해봤는데 역시나 우투수를 상대로 할 때 OPS가 약 1푼 3리가량 높았다. 일반적인 현상일까? 2010년에서 2012년까지 메이저리그의 우타자들은 좌투수를 상대할 때(.750PS) 우투수보다(.710OPS) 4푼가량 높은 OPS를 기록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는 조심스럽다. 좌투수가 득세하는 국내 리그의 영향일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좌타자들의 성적이 더 나빠져야 한다. 어쩌면 아마시절 출루를 위해 오른손잡이 선수들이 무리해서 좌타자로 전향한 원인이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박병호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타자는 좌투수에 강하고 우투수에 약하다는 명제는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리그의 플래툰 후보들은?


그러면 실제로 플래툰을 고려할 만한 선수가 얼마나 될까? 2011~2012년 좌우 투수 모두 100타수 이상 소화한 선수를 기준으로 OPS가 4푼 이상 차이 나는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이 중 좌우 차이가 나더라도 수준급 이상의 타격을 하는 선수는 플래툰을 시킬 이유가 없다. 가령 최정은 상대적으로 우투수를 상대로 약하더라도 여전히 훌륭한 생산력을 보여준다. 조인성 역시 포수로 .747의 OPS는 평균을 훨씬 웃돈다. 이 선수들은 플래툰 대상자가 아니다.


우타자가 주전일 때는 특별히 플래툰을 시킬만한 선수를 찾기 어렵다. 롯데의 조성환, 삼성의 배영섭 정도만 후보라 말할 수 있다. 롯데는 조성환이 건강하더라도 우투수를 상대로는 스위치히터인 박준서를 기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반대로 좌타자를 상대로는 박종윤보다 좋은 타격을 보여주고 있기에 1루를 병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삼성은 에이스급 우완을 상대로는 배영섭보다 정형식의 출장비율을 높이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 특히 에이스급 투수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다음은 2011~2012년 좌우 투수 모두 70타수 이상 소화한 선수를 기준으로 OPS가 4푼 이상 차이 나는 선수들의 명단이다.





플래툰 기용을 가장 잘 활용하는 지도자로는 김성근 前 SK 감독을 꼽을 수 있다. 스타 플레이어를 막론하고 적시에 좌우 타자를 활용해 팀 승리를 이끌곤 했다. 올해 역시 이 같은 전략 운용이 필요하다. 임훈, 박정권, 박재상 등은 최근 좌투수를 상대로 부진한 타격을 보이고 있다. 좌완이 선발이라면 선수의 동기 부여 측면에서도 박정권 대신 박진만을 1루에 임훈 대신 안치용을 우익수로 기용하는 편이 승리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LG는 전임 박종훈 감독이 플래툰 기용으로 많은 논란이 되곤 했다. 박용택을 플래툰 기용하는 것은 확실히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이다. 박용택은 좌투수가 나와도 준수한 타격을 보여주던 선수였다. 또 작은 이병규 역시 좌완일 때 타격기록이 급격히 떨어지긴 하지만 정의윤(.635OPS)보다는 좋은 타격을 했다. 다만 기회부여 측면에서는 가능한 일이긴 하다.


그리고 타격이 부진한 이대형을 정 기용하려 한다면 우투수에 한정하도록 하자. 박용택이라는 대안이 있는데 이대형을 무조건 선발로 출장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유격수 자리의 오지환처럼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위에 살펴본 선수들과 반대로 좌우 상성을 비껴가는 선수들도 있다.





대부분 팀에서 주전을 차지하고 있는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들이다. 표본이 크지 않기에 이들이 정말로 역상성을 가졌는지 확신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타순 조정을 통해 역상성을 고려하는 것은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일례로 김선빈은 김병현의 등판에서 타순이 9번으로 밀렸는데 오버스로 유형의 우투수와 달리 사이드암 투수를 상대로는 47타수 동안 .616OPS로 좋지 못했다. 9 : 1 대승의 발판에는 이런 작은 조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고정된 타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타선의 흐름이 좋지 않고 하락세에 있다면 약간의 조정은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을까? 좌투수와 우투수에 따른 상황별 대처는 극단적이지만 않다면 효율적인 기용법이 된다.



끝으로 글을 마치기 전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 보았던 좌우 상황별 기록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특히 이 글은 단 2년을 한정해서 계산했기에 표본이 작다. 좌투수를 상대로 한 타격은 기껏해야 200타수 남짓이다. 현장의 선택에서 참고사항이 될 뿐이지 공식이 될 수 없다. 물론 현장의 감만 믿고 기록을 참고하지 않는 것 역시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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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5일까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