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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LG 타선 점검과 전망 - 오지환 딜레마 어떻게 풀까?

8월 2일 LG가 한화와의 경기에서 에이스 주키치를 내고도 승리하지 못하면서 후반기 첫 위닝시리즈 달성에 실패했다. 이날의 패배로 6위 넥센과의 경기 차가 4게임 반으로 벌어지면서 6위보다 8위에 가까워지게 됐다는 점이 뼈아프다. 시즌 초반 중위권 그룹에 형성되면서 내심 플레이오프 직행도 노렸던 LG로서는 허탈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게 그리 놀랄 일인가 싶다. LG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 전문가들에게는 꼴찌가 유력하다는 냉담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택근과 김병현을 보강한 넥센, 김태균, 박찬호, 송신영을 영입한 한화와 비교하면 LG의 전력누수가 심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 초반기에 보인 좋은 모습은 신임 김기태 감독을 돋보이게 했지만, 다시금 성적이 떨어지자 그에 대한 평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과연 LG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타선을 보면 시즌 전 우려와 달리 득점력은 지난 시즌과 큰 차이가 없었다. 타율과 홈런을 비롯한 장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출루는 그대로이고 도루 숫자가 크게 늘었다. 도루 숫자가 늘어난 데에는 팀의 중심 박용택의 활약이 컸다. 25번의 도루 시도 중 무려 21번을 성공했고 수비에서는 중견수로 많은 이닝을 뛰며 팀의 기동력을 높였다. 


박용택은 여전히 뛰어난 운동능력을 갖춘 선수로 지난해처럼 무리한 벌크업으로 홈런을 노리는 것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게 팀과 선수 개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이것도 조절이 필요하다. 시즌 초 용암처럼 뜨거운 타격을 자랑하던 박용택의 방망이는 7월 이후 .269의 타율과 .372의 장타율로 차갑게 식고 말았다. 작년에도 6, 7, 8월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여름이 더욱 뜨거워진 만큼 79년생 박용택의 체력이 떨어진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박용택의 체력 관리를 위해서는 이대형의 도약이 절실한데 성적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2011년과 비교해 성적이 크게 변한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이대형은 수비와 주루만으로도 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다. 중견수로서 평균적인 타격만 되더라도 주전으로 기용될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170의 타율 .473의 OPS인 선수가 주전으로 기용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극도의 부진이 끝까지 가진 않겠지만, 올해는 팀에 민폐가 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듯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부진한 선수보다는 성적이 향상된 선수가 많았다. 4번 타자 정성훈은 커리어 하이에 가까운 타격으로 자신이 FA 선수임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진영 역시 자신의 명성만큼은 아니더라도 클래스는 살아있다고 할 정도의 타격은 보여주고 있다. 




사진 제공 – LG 트윈스



그보다 더 기쁜 소식은 팀의 기대주 오지환과 정의윤의 성장이다. 두 선수는 모두 평균 이하의 수비수이지만, 타격에서만큼은 한 단계 알을 깨고 나오는 듯한 인상이다. 특히 90년생 오지환의 장타력은 무시무시하다고 할 정도다. 비루한 타율에도 불구 2010년에 이어 다시 한번 두자릿수 홈런을 예약해 뒀다. 


이는 LG에 꽤 드문 일이다. MBC시절 포함 한 번이라도 1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총 13명, 20홈런 이상은 이병규, 조인성, 페타지니, 김재현, 김동수, 송구홍 6명이다. 이 중 2번 이상 20+ 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캐넌’ 김재현과 김동수뿐이고, 30홈런은 99년 이병규가 딱 한 번 기록했다. 잠실이 얼마나 타자에게 힘겨운 구장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오지환이 만약 유격수 수비의 부담을 덜게 된다면 잠실 구장에서도 20+ 홈런을 무난하게 칠 수 있는 타자로의 성장을 예상할 수 있다. LG에 호타준족의 준수한 수비의 유격수가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다. 허나 너무 큰 욕심을 내는 것은 아닐까? 오지환은 타격만으로도 LG의 레전드가 될 잠재력이 있는 선수다. 8개구단 최악의 수비를 보이는 유격수와 준수한 수비의 3루수 중 무엇을 선택할 지는 LG 프런트와 코치진에 달렸다.



LG의 올 시즌 타격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 LG는 2011년 좋은 활약을 했던 조인성, 이택근이 FA로 나가고 박경수가 입대했다. 이들의 공백은 얼마나 됐을까?



 




위 표에서 보다시피 가장 타격이 적었던 출혈은 이택근이 넥센으로 간 일이다. 이택근은 LG에서 외야수보다는 1루와 지명타자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고로 같은 우타자인 최동수와 비교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택근이 조금 더 낫긴 했지만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비율 스탯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애초에 외야수가 많은 이택근 영입 자체가 고개가 갸웃해지는 움직임이기도 했다.


문제는 14년간 팀에 몸담았던 조인성과의 재계약에 실패한 일이다. LG 프런트는 선수가 충분히 재계약 의사가 있었음에도 연봉을 후려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서 싸늘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 결과 조인성은 SK로 이적했고, 팀 주전 포수 자리는 공석이 됐다. 김태군, 심광호와 작년 조인성의 OPS 차이는 무려 .272로 올해 성적과 비교해도 2할이 넘는다. 게다가 수비에서도 나아지지 못했다. 아무리 조인성이 SK 팬들에게 홀대를 당한다 해도 LG에 있었더라면 NO.1 포수다. 만약 조인성이 LG에 그대로 있었으면 어땠을까? 적어도 4강 경쟁 후보로 뒤처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경수의 공백도 내야의 수비불안을 가져왔다. 타격에서도 김일경과 서동욱은 박경수보다 낫다고 볼 수 없다. 단지 오지환과 정성훈의 타격이 이런 문제를 덮었을 따름이다.




사진 제공 – LG 트윈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2시즌이 끝나면 LG는 다시 한번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바로 2008시즌 후 영입했던 FA 듀오들이 시장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진영의 공백은 정의윤이 잘해주면 이택근의 예처럼 팀에 타격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정성훈은 다르다.





정성훈과 대체자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의 올 시즌 성적 그래프를 보자. 위 조인성의 그래프와 상당히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연 LG가 이 차이를 또 어디서 메꿀 것인가? 김태완의 한계는 명확하고 김용의는 타격과 수비 모두 너무 거칠다. 


김재율은 가능성 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선수지만, 당장 내년이 되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퓨처스리그 기록은 141타수 .270AVG .367OBP .348SLG 2홈런으로 좋은 삼진 볼넷 비율에도 아직 저조한 수준이다. 경찰청의 박용근은 타자 친화적인 벽제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121타수 동안 홈런은 단 한 개 출루율은 .321에 머물고 있다.



LG는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 한 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FA 예정자들을 트레이드하고 대체자가 될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었다. 만약 이진영으로 두산의 유격수 김재호 같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면 내야 수비가 업그레이드됨은 물론, 오지환을 3루로 전향시킴으로써 타격 향상을 꾀할 수 있었다. 이제 그 방법은 무산됐고 오프시즌 다시 한번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정성훈과 재계약할 가능성이 남아있긴 하지만, NC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LG는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 목표는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을 만드는 일이 돼야 한다. 오지환의 수비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박용택의 체력 부담을 덜어줄 외야 유망주는 누구인가? 오프시즌 영입 대상이 되어야 할 포지션은 어디인가? 이런 물음에 답을 줄 수 있는 후반기가 되었으면 한다. LG의 희망은 2012년 승수에 달린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마구스탯에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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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일까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