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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올라갈 팀’ LG가 가야 할 길은?

사진 제공 – LG 트윈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이는 2005년 현대 감독이던 김재박 감독이 만년 꼴찌였던 롯데가 초반 상승세를 타는 것을 두고 했던 말이다. 실제로 그 해 롯데는 .464의 승률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으니 롯데 팬들에게는 비수가 되어 꽂혔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2007년부터 LG의 지휘봉을 맡았던 김재박 감독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갔다. LG는 그 전까지 명감독이라 불렸던 프랜차이즈 출신 감독을 무너져가는 현대에서 모셔왔음에도 '가을 잔치'에 참여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급기야 팬들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를 두고 'DTD'(down team is down)는 과학이라며 비꼬기에 이르렀다.


사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는 말 자체는 틀릴 게 없다. 통계의 종목인 야구에서 표본의 문제를 제시한 것은 정곡을 찔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팀의 변화를 살피지 않은 체 그저 LG를 조롱하기만 한다면 DTD 이론을 제시한 김재박 감독의 명언을 왜곡하는 일이리라. LG가 그동안 내려갈 팀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진 않겠다. 그러나 앞으로 LG는 올라갈 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근거는 수치로 나타난다

 





위는 지난 5년간 리그평균과 LG의 평균자책점과 FIP 등락 그래프다. 항상 투수력이 하위권이었던 팀이 이제는 평균 이상으로 올라갔다. 2009, 2010년에 엑스존 설치가 영향을 준 것도 있지만, 리그 평균과 비교하면 최근 2년 방어율이 급격히 낮아졌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FIP 수치다. FIP는 수비를 삼진과 사사구, 피홈런으로 측정하는 방어율 개념인데 올해 방어율은 작년 보다 올랐음에도 FIP 수치는 더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박경수의 입대 등으로 LG 수비력이 떨어졌지만, 투수력은 그와 무관하게 좋아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LG의 급격히 좋아진 투수력에 대해 혹자는 주키치와 리즈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 영입 덕분이라고 단정할지도 모르겠다. 아래 외국인 선수의 기록을 제외한 LG의 평균자책점, FIP 변화 추이를 보면 이런 생각은 오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과 올해 LG가 외국인 투수들의 덕을 본 것은 사실이다. 옥스프링 이후 존슨과 바우어, 더마트레, 오카모토는 LG의 팀 방어율을 오히려 악화시켰다. 그와 비교해 주키치와 리즈는 확실히 LG의 투수력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 그러나 두 선수가 아니더라도 LG의 팀 방어율은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특히 FIP를 보면 2012년 국내 선수만으로 비교했을 때와 0.06의 차이밖에 나지 않았고 리그 평균보다도 낮다. 이처럼 LG의 낮아진 팀 방어율은 팀은 올라가고 있다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그럼 LG가 지난 5년 동안 LG의 투수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자. 먼저 선발진부터





2008년부터 2010년까지 LG의 선발은 봉중근과 난쟁이들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옥스프링을 제외하면 모두 5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을 따름이다. 09-10년에는 페타지니의 영입으로 선발 슬롯에는 외국인 투수 한 명만이 들어갈 수 있었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랬던 것이 주키치와 리즈가 영입되고 양상이 크게 바뀌었다. 2011년 주리박 트리오를 거쳐 2012년 전략적 8선발까지. 4, 5선발이 점점 탄탄해지고 있다. 특히 선발진에서는 김광삼이 투수로 돌아오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다. 단, 봉중근을 제외하면 3년 연속 이 명단에 들어간 선수가 김광삼 하나뿐이라는 것은 LG의 현실을 말해주는 단면이다..






LG의 구원투수들을 보면 마무리 투수 부재의 역사다. 연도별 세이브 리더는 정재복, 이재영, 오카모토, 송신영인데 모두 마무리 투수와는 거리가 있는 선수들이다. 또 한가지 특징은 매년 달라지는 필승조. 어쩌면 이럴까 싶을 정도로 해마다 투수진의 면면이 바뀐다. 


2008년 불펜 에이스 정재복은 2008년 구원으로 71.2이닝을 던지고 다음 해에는 선발투수로 활약하다 퍼지고 말았다. 08 드래프트 신인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정찬헌 역시 2년 동안 스윙맨으로 마구잡이로 기용되다 팔꿈치 수술을 하고 입대를 한다. 2010년 불펜 에이스 김광수는 2010년 76.2이닝을 던진 이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트레이드 된다. 2011년 루키이자 필승조 임찬규는 2번의 선발 등판 포함 82.2이닝을 던지고 올해 대부분 2군에서 뛰지 못하고 있다. 그럼 2012년 대상자는? 





그동안 LG의 전례로 보아 유원상이 불안하다. 작년 임찬규는 고졸 신인으로 후반기 쉬어야 할 상황에도 꾸역꾸역 투입되어 방어율을 높여갔다. 순위경쟁과는 상관없는 상황임에도 이는 이해할 수 없는 기용이었다. 아무리 대안이 없다고 하더라도 임찬규를 좀 더 쉬게 하였다면 2012년 임찬규의 페이스는 지금처럼 떨어지지는 않았을 듯하다.


LG가 내년 시즌 좀 더 힘을 내려면 지금이라도 유원상의 출장빈도를 낮춰줄 필요가 있다. 유원상은 전반기 임찬규보다 많은 이닝을 던졌고, 현재 LG의 순위를 볼 때 무리할 이유가 없다. LG가 올라갈 듯 말 듯하면서도 매년 실패하는 것은 코칭스탭의 이런 조바심 나는 기용이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LG 트윈스


선발 투수 중에도 불안한 선수가 있다.



지난해 187.2이닝으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주키치는 2년 연속 시즌 중반 불펜 알바로 피로감이 쌓였을 것이다. 주키치가 후반기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주키치는 마이너 시절 2008년 161.2이닝을 던진 것이 커리어 하이다. 이미 한국에서 최고 이닝 기록을 갈아치운 상태다.


만약 2013년 주키치가 팔꿈치에 통증을 호소한다면? LG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11년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급격히 커질 것이다. 김기태 감독이 자신의 감독 임기를 늘리는 방법은 올 시즌 조금이라도 많은 승수를 쌓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나무보다 숲을 보는 일이다. 주키치를 당겨쓰는 기용은 더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2년 전 봉중근의 과오를 재현할 텐가?


또 한가지 올 시즌 대부분을 2군에서 보내고 있는 신정락이다. 혹시나 하고 입대를 미뤘지만, 예정대로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다면 몸을 탄탄하게 만들고 2014년 복귀할 수 있었다. LG의 조바심은 이 밖에도 투타 전 부분에서 나타난다. 



앞서 보았듯이 LG의 투수력은 점진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득실점을 고려한 팀의 피타고리안 승률도 2008년부터 .357 -> .441 -> .463 -> .469 -> .474로 매년 상승 중이다. 2013년부터 정찬헌과 류제국이 합류해 적어도 내후년에는 더욱 강력한 투수진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LG 코칭스탭과 프런트가 조바심을 내지 않고 지금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LG의 ‘가을야구’는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올라갈 팀’ LG가 가장 빠르게 상승하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 천천히 걷는 것이라고 애타게 주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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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8일까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