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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무승부제도를 대하는 팬과 현장의 온도차

지난 12일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KBO 이사회가 열렸다. 대회규정이 정해지는 자리이긴 하지만 단장 회의에서 나온 내용 이상으로 논의가 확장될 가능성은 없었기 때문에 긴장감이 있진 않았다. 실제로 오프시즌 가장 화두가 될 만한 FA보상 규정에 대해서 일언방구도 없었고. 그래도 FA 투명화가 될만한 이적시 다년계약,인상률 폐지가 된건 의미가 있는 일이다. 결과는 여기

 

근데 뜻밖의 결과가 나오긴 했다. 작년과 같은 무승부 제도 유지를 한다는 것. 일전 단장회의에서 의견에서는 5:3으로 무승부를 승률에 포함시키는 2007년안으로 돌아가자는 쪽이었으나 두산측에서 입장을 바꿨고 SK측에서 입장을 표시하지 않으면서 무난하게 기존 무승부를 패로 하는 규정유지로 방향이 잡혔다. 이에 대해서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과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각 구단 감독들은 강하게 불쾌감을 표시했다. 언론에서는 옳타구나 떡밥이다 하고있는 것 같고.

 

그럼 팬들의 반응은 어떨까? 애초에 별관심 없다고 맞는 것 같고 현규정 유지도 괜찮다는 이야기 들도 많은 것 같다. 무승부 제도는 순위가 자기 목줄과 다름없는 감독들에게 중요하지 팬들에게는 8개구단 공통으로 적용되는 규정이라면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일 것이다. 그것 보다는 경기 후반 설렁설렁 뛰는 것과 간만에 시간내서 보러간 경기 무승부로 끝나는게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나두 다르지 않고.

 

아마도 다른 생각들이 있을 듯 한데 08년 한시적으로 시행된 무제한 연장전을 바라는 팬들이 많다는 것. 무승부보다 승부치기가 좋다는 여론조사를 보면 그만큼 무승부는 싫은 거다. 감독들이 이사회에 "현장 목소리 관심없나?" 라고 하는데 반대로 "팬들 목소리 관심없나?" 라고 되받아 칠수도 있다. 무제한 연장 폐지에 이유 중 하나라는 퇴근하는 관중을 위해서는 핑계일 수 밖에 없고. 실제로 무제한 연장이 경기시간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 수 없다. 08년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14분, 연장전이 있던 07,09년은 각각 3시간 19분,3시간 22분 이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1,2군 선수들 수준차이가 심하고 선수저변이 미국 같지 않다는 이유에서 폐지를 강력히 원했다. 과연 MLB와 AAA 선수들 간의 실력차가 클까 국내 1군과 2군 선수들의 실력차가 클까? 나는 전자라고 생각한다. 물론 선수 저변과 2군 환경이 척박하다는걸 부인 할 수 없다. 근데 기회를 받아야 할 유망주를 묵히고 만년 유망주로 은퇴시키고 MLB처럼 로스터개념, 마이너옵션 없어서 1군 엔트리에 거의 제한 없이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는 국내리그에서 설득력이 있을까? 게다가 엔트리도 한명 더 많다. 무조건 이기는 경기에 승리조만 투입시키고 최소한의 규칙없이 연투를 밥먹듯이 하는 승리 지상주의가 원인 일 따름이다.

 

그렇게 2군 선수들의 기량차이가 난다고 하면 마무리 훈련, 전지훈련에 한시적으로 신경써줄 게 아니라 2군환경과 시스템을 개선시키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의 규정결정 방식이나 팬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방식은 나도 분노한다. 하지만 보다 선결되야할 FA보상규정이나 룰5드래프트같은 규정이 보완 수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팬들의 생각과는 괴리가 있는 감독들의 분노는 공허한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