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야구

미국진출 사례로 보는 안치홍의 길, 이학주의 길

한국야구에서 아마 특히 고교선수의 해외 진출은 민감한 문제입니다.  탑유망주의 미국진출은 즉각적으로 프로야구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니까요. 박찬호가 한양대 2학년을 마치고 1994년  미국 진출 후   1996년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죠.  그리고 이 즈음인 1997년을 시작으로 서재응, 김선우, 봉중근을 시작으로 뛰어난 투수 유망주들이 대거 미국무대에 진출하게 됩니다. 박찬호의 성공으로 극동담당  미스카우터들이 더 적극적으로 대쉬했을 것이고 국내 아마선수들에게는 붐에 가까운 현상이 일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정적으로 국가적 위기였던 IMF사태가 선수들의 들을 떠밀었겠구요.  아마 선수들만 해외로 눈을 돌린게 아니죠.. 국내 정상급 선수들인 선동열,  정민철, 구대성, 이종범 등이 일본으로 러쉬를  했고 유망주들이 보충이 안 되니 리그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은 상당한 타고투저가 됬는데 1999년은 리그 득점, 홈런, OPS, WOBA가 모두 역대 1위에 해당하니 짐작이 가네요.

 

 

뉴스뱅크F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꿈을 품고 뛰어든 미국리그는 유망주들에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는데요.  90년대 이후  프로 출신인 이상훈을 제외 하고 26명의 선수가 미국진출을 했지만 빅리그 무대를 밟은 건 10명으로 절반이 체 되지 않았습니다. 


메이저 유니폼을 입은 10명의 계약금을 보면 조진호를 제외하고 모두 120만달러 이상을 받은 선수들입니다.  환율로 치면 13억 가량 되죠.  세금과 에이전트 비용이 40%가량이라고 계산했을 때(가정) 8억이상은 될 것 같네요.  한기주가 프로야구 계약금 최고액으로 10억이 되지만 일반적으로 5억 이상을 받는 경우는 드문데요. 위 선수들의 재능을 봤을 때 미국에 가면서 3억원 정도는 더 받고 미국에 간 것으로 보이네요. 큰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이너리그 생활은 국내에 보다 배로 고단하고 생활비도 비교할 수 없죠.  계약금이 국내 프로구단은 경쟁도 안될 만큼 메리트 있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단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김병현.  225만 달러는 정말 헉 소리 나오는 금액이었죠. 게다가 김병현은 99년 프로진출 해에 바로 메이져에 올라 활약할 만큼 마이너의 괴로움을 겪지 않은 선수 입니다. 박찬호 조차 94, 95년은 더블A, 트리플A에서 담금질을 했는데 BK에게 눈물 젖은 햄버거는 남의 얘기 였네요.


김병현만 같으면 누가 미국진출을 마다하겠습니까? 김병현 같이 곧바로 성공하지 않더라도 박찬호 혹은 추신수 만큼 메이져 커리어를 쌓기를 꿈 꿀 겁니다. 하지만 이는 아시다시피 매우 낮은 확률이었죠. 김병현 다음으로 많은 계약금을 받았던 류제국은 메이져에서 단 39.2이닝 만을 던졌습니다.  현재는 83년생으로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는데 2013년이 되어야 LG에서 뛸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재능을 생각하면 참 아쉬운 선수겠구요.  그에 비해 서재응이나 김선우, 최희섭, 봉중근은 사정이 훨씬 낫습니다. 99년 이전 진출했거나 특별지명으로 공백 없이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국내무대에서 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선수들도 아쉬움이 남는 건 매한가지 겠죠. 국내에서 뛰었다면 이미 FA요건을 충족하고 일본 진출 혹은 메이저진출을 모색할 수도 있는 시간이 됬으니까요. 최희섭이 연봉협상 때 산에 들어간 이유를 짐작하고 남음입니다.
 

메이져리그에 오르진 못했지만 송승준, 채태인, 이승학 처럼 해외파 특별지명을 받고 국내로 유턴한 경우도 있습니다. 각각 2억, 1억씩을 받고 입단계약을 맺었는데 먼 길을 돌아온 셈이죠. 역시 앞으로 FA대박을 꿈꾸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그외 다른 선수들을 보면 부상과 부진등으로 트리플A에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이 보여지면서 2002년~ 2005년 까지 메이져리그 구단에 입단한  한국 선수는 동의대 정성기와 오릭스에 있던 구대성으로 대폭 줄어 들었습니다. 정성기 선수는 중간에 한국으로 돌아와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미국에 간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올해는 니혼햄에 입단테스트를 했는데 계약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79년생 정성기 선수는 국내 복귀를 원하지만 2년 유예 규정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2009년 국내로 돌아왔기 때문에 올해 드래프트에 참여 프로야구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네요.

 

 

한 동한 뜸 했었던 미국리그 진출이 시작된 건 2006년 입니다. 한 경기 242개 투구로 혹사논란의 주인공이 됬던 정영일이 1차지명 했던 KIA와의 협상에 실패, 앤젤스에 입단한 것입니다. 07드랩에 워낙 뛰어난 고졸 선수가 많았지만 정영일은 그 중에서도 김광현과 함께 주목받은 선수였죠. 정영일의 미국행을 시작으로 美러쉬가 다시 시작 됬는데 재밌게도 추신수가 메이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시기와 일치합니다. 2000년대 전후 투수가 대부분이 었던 것과 달리 야수가 중심이 된 건 이 영향도 있을 까요?


2006년부터 현재 까지 미국에 진출한 선수들의 2010년 투타 기록을 살펴보면


유창식이 7억을 받긴 했지만 국내리그의 신인계약금이 어느 정도 가라 앉었다고 하는데 이는 미국 구단도 같은가 봅니다. 전체적으로 계약금이 줄었는데 그 와중에 작년 컵스와 계약한 김진영은 120만 달러를 받았네요. 그 만큼 기대치가 있는 선수라는 뜻 이죠.  이대은은 데뷔 시즌 상당히 인상적인 피칭으로 컵스 BA TOP 10에 4위로 선정된 적이 있는데요. 현재는 토미 존 서저리 이후 부진한 모습이네요. 현재 가장 두각을 보이는 선수는 시애틀의 김선기가 아닐까 하는데 루키시즌이지만 FIP가 2.03으로 굉장히 좋죠. 전에도 얘기했지만 저는 방어율 보다는 FIP를 더 신뢰합니다. 지켜볼 만한 선수인데 세광고 3학년때 기록을 보면

2008년 세광고 7G 32.1이닝 4.73ERA 25삼진 18볼넷 0피홈런 34피안타
2009년 세광고 6G 43.1이닝 2.70ERA 38삼진 17볼넷 0피홈런 37피안타

김선기는 미국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2010년 드랩에서 1라운드에 지명 될 선수로 평가 받았습니다 히어로즈의 김정훈을 제외 한다면 가장 앞에 놓을 수 있는 선수일 듯 한데요. 140이상을 뿌릴 수 있었던 패스트볼은 더 빨라졌다고 하고 매년 기량이 향상되는 선수라 주목할 만 합니다.

가장 눈이 가는 선수는 정영일인데 토미 존 수술을 하고 4년동안 33.2이닝을 던졌을 뿐 입니다. 동기인 김광현과 양현종은 벌써 국내에서 서비스 타임 4년을 채웠습니다. 포스팅이면 3년 후, FA로는 5년 후에 자유로운 해외진출이 가능합니다. 정영일이 메이져에 빠르게 올라간 다고 해도 2~3년은 필요해 보입니다.  곧바로 미국에 가는게 빅리그로 가는 최선의 길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이죠. 물론 정영일의 몸상태를 감안하면 국내에 있더라도 수술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군 문제는 미국에 있는 선수들에게 상당한 부담감으로 다가오겠죠. 국내에 있었다면 성영훈 처럼 수술 후 공익근무 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재활도 가능했을 거구요.  그래도 아직 어리니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늦지 않겠습니다만.



재작년 드래프트의 뛰어난 야수가 많았죠. 준족인 덕수고의 나경민, 파워히터들인 제물포고의 남태혁, 북일고의 김동엽.  근데 그럴듯한 성적을 낸 건 최지만 뿐 입니다.  국내에 있을 당시 역시 가장 뛰어난 포수자원으로 평가 받았는데 루키리그, 하이 A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동산고 시절 기록을 찾아 봤습니다.

2009년 동산고 12G 54타석 .325AVG .491OBP .625SLG 1홈런 6도루 5삼진 9볼넷

보시다 시피 성적이 상당히 좋죠. 타석이 적긴 하지만 2009-2010년 고교리그 최고의 모습을 보인 것 같습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타석이 적긴 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모습을 보면 우연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최지만의 가장 큰 걸림돌은 수비 입니다. 작년 50경기 중 포수로 출장 한 건 10경기 밖에 안 되는 데요.  포수로서의 툴이 괜찮다고 해도 언어의 벽은 애로사항이 있겠죠. 또 186Cm 89Kg의 체격은 좋지만 부상이 좀 있는 선수 같습니다. 1루수로 전향하기에는 파워에서 물음표라는 의견이 많은데 SK의 이재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 선수는 우투좌타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야수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이학주 겠죠.  컵스에 항상 열 손가락안에 드는 유망주로 뽑혀왔던 이학주는 레이스로 트레이드 된 게 도움이 됬습니다. 컵스에는 이미 스탈린 카스트로라는 유격수 유망주가 자리를 잡았고 레이스의 팀 베컴이나 레이드 브리냑 이 보다 만만한 경쟁상대 이기 때문이죠. 이학주의 타격기록은 그리 대단하지 않지만  수비면에서 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유격수로 갖춰야 될 운동능력이 뛰어난 선수죠. 제가 최지만, 김선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당장만 봐서는 빅리그를 밟을 거라고 낙관 할 수 있는 건 이학주 정도 인지도 모릅니다.

 
전에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학주는 09드랩 유격수 4인방 안치홍, 김상수, 오지환, 허경민과 동기입니다. 이학주는 고3시절 46타석 .270AVG .400OBP .351SLG 4개의 도루를 기록했는데 동기들에 비해 뛰어난 타격은 아니었죠. 안치홍은 다른 4명과 차이를 보일 정도로 빼어난 타격과 힘을 보여줬고 김상수는 좋은 타격기록에 빼어난 스피드를 보였습니다.  이학주는 마른체격 이지만  190Cm에 가까울 정도로 키가 훤칠하고 김상수 만큼 빠르고 어깨는 더 강한 것 같습니다. 현재 이학주가 김상수 보다 앞서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뛰는 모습만 봤을 때 이학주가 더 그럴싸해 보일 것 같긴 합니다. 

뉴스뱅크F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09드랩 4인방과 이학주의 비교는 참 흥미를 끄는데요. 현재 프로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건 역시 안치홍이겠죠. 안치홍은 데뷔 시즌 최연소 미스터 올스타에 뽑혔고 2루수로 점점 나아지는 수비와 강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바닥 부상이 변수긴 하지만 벌써 서비스 타임 2년을 채웠고 이변이 없는 한 KIA의 붙박이 2루수죠. 벌써부터 메이져리그를 거론한 다는 건 너무나 이르긴 하지만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뛰었던 타다히토 이구치 처럼 성장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닐까 합니다.  현시점에서 2014년 아시안 게임 엔트리에 이학주보다 안치홍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는 듯 한데요. 더 높은 레벨에서 더 좋은 활약을 하고 있으니까요. 왜 AG엔트리에 드는게 중요한지는 뭐 부연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아마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도전 하는 방법은 여태까지 단 한가지 뿐 이었습니다. 고교 졸업 후 혹은 대학 중퇴를 하고 미 구단과 계약하는 것 이었죠. 김상훈, 구대성, 최향남등이 도전 했지만 한 시즌도 버텨내지 못 했습니다. 이승엽은 일본으로 갔구요. 근데 앞으로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광현, 윤석민도 있지만 두 명의 괴물 류현진, 김현수가 미국 무대를 노크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습니다. 내년 시즌 후 류현진이 국내에 남을 확률보다 포스팅으로 미일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겠구요. 일본을 거치더라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많은 나이가 아닙니다. 김현수는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의욕을 수시로 나타내고 있죠. 어떤 선수보다 유력할 듯 하네요. 

국내 선수들이 WBC 대회를 통해 미 스카우터들의 눈에 뜨일 기회가 많아진 것도 달라진 점 입니다.  류현진과 김현수가 WBC를 통해 부각되면서 아마 선수들에게도 이 길이 보이기 시작했을 것 같습니다.

 

뉴스뱅크F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유창식은 류현진의 길을 택했고 김진영은 이전의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제 2011년 신일고의 하주석이 선택을 할 차례입니다. 하주석이 올해 어떤 모습을 보일 지 모르지만 빅리그에서 통할 만한 체격과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는 하주석을 미 스카우터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겠죠.

저는 국내에 남는게 무조건 옮은 결정이라고 말 하진 못 하겠습니다. 좋은 대우를 받고 미국에 진출한다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는 조금 더 빠른 길인 건 사실고 대박 확률도 없진 않으니까요. 국내리그에도 나쁘다고만 볼 수 없는게 봉중근,서재응, 최희섭, 김선우, 송승준 등은 미국에서 성장해서 프로야구를 풍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윤석민, 김광현, 양현종등이 FA가 되서 국내를 나가겠지만 이 들은 나이와 FA요건 때문에 은퇴까지 국내리그를 지켜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KBO가 해외진출 선수들을 포용할 수 있게끔 규정을 균형있게 조정할 수 있다면 보다 좋은 방법을 모색 할 수 있겠죠. 미국행 러쉬가 과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서 입니다.

하지만 선수에게 어떤게 좋은지는 신중하게 판단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꿈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면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무책임한 낙관 입니다.  고교 최고의 타자, 투수들이 좌절을 겪는 곳이 메이저리그니까요. 고교레벨에서 자신의 재능을 판단 한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수의 성장에도 속도가 있고 시간을 놓지면 군복무와 2년 유예라는 규정에 벼랑끝으로 몰릴 수 있습니다.  미 시민권을 딴다고 해도 마이너생활의 고달픔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죠. 먼저 국내에서 최고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게 안정적인 길 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을 듯 합니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가 미국으로 가는게 현실적이지 않다구요? 아마선수가 마이너에서 메이저리거로 올라가는 것 만큼은 아니겠죠. 도전의 시기 차이라고 할 수는 있을 듯 합니다. 미국에 간다고  FA가 될 때 까지 류현진, 김광현 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심사숙고 하기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네요.



※위 표의 계약금은 국내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기입한 것입니다. 미 연봉을 볼 수 있는 블로그 싸이트에는 이학주의 signing bonus가 115만 달러가 아닌 72만5천달러로 나와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