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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알고 보면 더 치열한 NC : LG 준플레이오프

시즌 종료일이 되어서야 준플레이오프 결전을 치를 팀이 결정되었다. LG는 9월 이후 .588의 높은 승률로 4위를 수성하려 했지만, SK가 시즌 마지막 무렵 13승 6패라는 놀라운 페이스로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투수를 소모하며 준플레이오프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 그래도 긍정적인 점을 꼽자면 후반기부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15일 등판했던 에이스 리오단이 83개의 투구만을 했기에 2차전 등판이 무리는 아니다.


SK의 분전을 여유롭게 지켜봤을 NC는 후반기 성적이 신경 쓰인다. 8월 이후 19승 21패 1무를 기록해 가을야구에 참가하는 팀 중 가장 승률이 떨어진다. 그렇지만 김경문 감독은 큰 걱정을 하지는 않을 듯하다. 이미 오래전에 4위 이상을 확정 짓고, 9월부터는 가을 야구를 우선으로 시즌을 운영해 왔다. 2010년 후반기 5할 승률에 그쳤던 두산은 .628의 승률로 상승세에 있던 롯데를 준플레이오프에서 2패 뒤 리버스 스윕을 하며 라운드를 통과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두산도 현재의 NC처럼 느긋하게 가을야구 티켓을 손에 넣은 상태였다. 게다가 10월에는 6승 3패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기세에서 LG에 밀리지 않는다.


상대전적은 어떨까? NC는 LG에 강하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 작년 NC가 개막전 이후 연패를 계속할 때 첫 승을 거둔 상대가 LG였고, 다음번에 만나 역사상 처음으로 스윕을 달성하는 등 좋은 기록을 남겼던 덕이다. 하지만 이후 LG가 선전하며 6승 10패로 상대전적에서 밀렸고, 올해는 양 팀이 8승 8패로 팽팽하다. 최근 가을 야구 경험도 겨우 1회 차이니 현 상황에서 누가 유리하다고 논하기는 이르다. 그럼 8월 이후 기록을 통해 실질적인 투타의 힘을 비교해 보자. 단, 후반기 다소 부진했던 NC가 기록상에서 실제 전력보다 과소평가 될 수 있음은 참고해야 하겠다.




테임즈가 LG의 집중 견제를 당한다면 NC에서는 많은 경험과 빠른 발을 가진 이종욱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사진 출처 - NC 다이노스)




LG는 홈런을 많이 치는 대포 군단은 아니나 30대가 훌쩍 넘는 노장들이 많은 안타를 양산하면서 생산력을 유지했다. 특히 정성훈은 1번 타자로 나서면서 타격을 이끌었다. 박용택도 FA 예정자답게 준수한 활약을 했고, 시즌 막바지 현재윤이 합류하면서 포수진에 숨통이 트였다. 대타 요원으로는 장타력이 뛰어난 유망주 최승준이 기대를 모은다. 큰 이병규는 10월 이후 25타수 8안타로 타격감을 조율 중이나 장타가 거의 없다는 면에서 완벽하게 컨디션을 회복하진 못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8월 이후 109타석 동안 .289의 타율 .413의 출루율을 기록하던 박경수의 엔트리 제외다. 시즌 최종전 허벅지 부상을 당하면서 팀의 2번 타순과 2루 포지션에 빈틈이 생겼다.



NC는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타격감이 그리 좋지 못하다. 특히 나성범은 후반기 급격히 삼진이 늘었고, 아시안 게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완벽한 몸 상태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부상 공백이 있던 손시헌도 정규시즌 방망이 달구기에는 실패했다. 다행히 NC에는 슈퍼맨이 있다. 테임즈가 후반기 박정권, 박병호 등과 함께 최고의 활약을 해주면서 팀의 든든한 구심점이 되고 있다. 권희동도 나성범의 공백을 잘 메웠다. 김종호 대신 주전 좌익수로 뛸 가능성이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타격에서 누가 우위라고 하기 어렵다. 수치상 NC가 다소 뒤지나 나성범이 제대로 가세한다면 상황은 역전된다. 또 2배가 훌쩍 넘는 도루 숫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타격 외적으로 NC는 더 많은 득점 루트를 가지고 있다. 최경철의 도루 저지율이 .313로 나쁘지 않다고 해도 NC 주자들은 과감히 누상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 수비는 양 팀 모두 평균 이상으로 보이나 전체적인 레인지나 어깨 면에서는 NC가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다고 여겨진다. NC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DER 수치가 최상위권이다. LG도 나쁘지 않다. 야수 쪽에서는 백중세인 가운데 LG 타자들의 컨택 능력과 NC 야수들의 힘과 스피드의 맞대결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6일 NC를 상대로 7.2이닝 무실점 9K로 호투한 신정락. LG는 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로테이션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도 있다. (사진 출처 - NC 다이노스)




투수 쪽에서는 준플레이오프를 겨냥하고 등판 일정을 맞췄던 NC가 유리한 게 사실이다. 이재학은 아시안게임 후 3경기에서 14.2이닝 1.84ERA 16삼진 3사사구 0피홈런을 기록하는 등 무시무시한 괴력투를 이어가고 있다. 옆구리 계열의 투수임에도 써클체인지업이 뛰어나 좌타자가 많은 LG에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류제국도 스플릿 기록이 나쁘지 않으나 1차전은 NC의 근소 우세로 전망한다. 2~3차전은 찰리와 에릭 중 누가 나오더라도 LG는 할 만한 경기다. 다만 리오단은 플라이볼 피쳐로 마산에서 NC 타자들을 상대한 경험이 없다. 원정 경기에서는 45.1이닝 동안 5.9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만큼 전형적인 홈보이이기도 하다. 신정락이 2차전 등판한다면 묘수가 될 수 있는데 1차전 패배한다면 여유를 부리기 쉽지 않을 듯하다.


불펜에서는 선수 면면을 보면 LG의 우세가 점쳐진다. 김진성-원종현-임창민의 필승조보다는 봉중근-이동현-유원상 라인이 더 안정감이 있다. 임창민의 후반기 성적은 대단히 뛰어나지만, 가을에 훨씬 터프한 상황에서 자신의 구위를 발휘하며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롱릴리프와 좌투 배분에서도 LG의 조합이 더 짜임새 있다. NC 불펜의 엑스펙터라고 하면 후반기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 이혜천과 시즌 종료 전 선발 등판에서 호투했던 손민한의 존재다. 가을 야구에서는 아무래도 베테랑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기록상으로 보면 타력과 투수력 어느 한쪽이 크게 밀리지 않는다. LG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고 해도, 도입부에 말한 것처럼 NC는 정규시즌 후반기 보다 여유 있는 운영을 한 결과다. 또한 전력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비와 주루 플레이가 누락되어 있는 수치다. 1차전 등판할 이재학의 페이스가 좋다는 점에서 5.5 : 4.5 정도의 NC 우세를 점친다면 너무 무난한 전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