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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압도적 득표 MVP 양현종, WAR 둘러싼 갑론을박?

11월 6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하모니볼룸에서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행사 중 하나인 KBO 시상식이 열렸다. 1군과 2군 투타 각 부문별 시상과 함께 신인왕과 MVP가 행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신인왕은 이정후가 확실시되었기에 실질적으로 MVP를 누가 수상하느냐가 세간의 관심사였다. MVP는 포스트시즌이 시작하기 전 기자단 투표에 의해 1위는 8점, 2위는 4점, 3위는 3점, 4위는 2점, 5위는 1점으로 계산되어 점수가 매겨진다. 결과는 양현종이 전체 107표 가운데 1위 표를 무려 68표나 획득하며 2위 최정보다 362점 많은 656점으로 압도적인 점수로 영광스러운 MVP 자리에 올랐다.


양현종은 강력한 MVP 후보로 꼽히긴 했으나 워낙 득표 차이가 많아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양현종이 좋은 활약을 했다고 해도, 최정과 헥터, 최형우의 득표수를 합친 것만큼 활약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한 언론사는 역대 MVP들의 WAR 수치를 인용해 이러한 상황을 비판하기도 했는데 기록에 대한 출처가 없고, 설명이 부족해 표 자체가 자극적인 내용이 되고 말았다. 기사에 인용된 수치는 스탯티즈의 자료였는데 MVP 후보들의 스탯을 정리하며 WAR을 간략하게 이해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먼저 이 글에서 WAR을 구하는 방식에 대해서 설명하면 야수는 wOBA 수치를 기반으로 타격 가치를 매겼다. wOBA는 안타, 볼넷과 같은 이벤트의 실제 가치를 통계를 통해 계산하고, 출루율 스케일로 조정한 값이다. wOBA와 WAR등 자세한 설명은 FreeRedbird님 블로그를 참고하시면 좋다. wOBA의 기본 공식은 


wOBA = (0.72*(볼넷-고의사구) + 0.75*사구 + 0.90*1B + 0.92*실책출루 + 1.24*2루타 + 1.56*3루타 + 1.95*홈런) / (타석-고의사구)


위와 같으나 팬그래프를 비롯해 최근에는 분모에 (타석-고의사구) 대신 (타수+사사구+희생플라이-고의사구)를 쓰고 있고, 실책 출루를 제외하곤 한다. 이 글에 쓰인 수치는 분모는 팬그래프의 방식과 같으나 실책 출루는 포함했다. 그리고 각 항목의 계수는 연도별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리그 스탯을 통해서 매년 다르게 구한다. 구하는 방식은 여기를 참고


wOBA를 통해 구한 득점 생산력은 스탯티즈의 파크팩터를 반영하였고, 수비와 주루값 역시 스탯티즈에 나온 값을 반영했다. 참고로 스탯티즈 메인의 WAR은 포지션 조정은 하되 수비 기여 값이 제외된 수치다. 가치 카테고리로 가면 수비 기여가 포함된 값도 확인할 수 있다.






투수는 실점이 아닌 야수의 수비 영향이나 운의 요소를 가능한 배제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FIP를 기준으로 계산되었다. 기본적인 FIP 계산법은 


FIP = (13*HR + 3*(BB-IBB+HBP) - 2*K) / IP + 3.20


위와 같으나 마지막에 더해지는 3.20이나 홈런, 사사구, 삼진 등에 곱해지는 값들은 역시 wOBA와 같이 리그 스탯을 사용해 다르게 구했다. 파크팩터는 타자와 마찬가지로 스탯티즈의 자료를 이용해 반영했다.




추가로 야수와 투수 모두 대체 선수 기준에 따라 2가지 수치를 구했는데 WARⓐ는 땜빵 선수를 평균적인 선수와 600타석당 20점(약 2승) 차이가 난다는 MLB 방식이다. WARⓑ는 국내는 메이저리그보다 선수 수급이 어려워 땜빵 선수와 평균적인 선수의 차이가 더 크다고 가정하고 600타석당 30점(약 3승) 차이가 난다는 계산으로 구했다. WARⓑ의 야수, 선발, 불펜의 총합 비율은 메이저리그와 비슷하도록 조정했는데 WARⓐ와 비교해도 비율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WARⓑ가 미세하게 선발이 하향 불펜이 미세하게 고평가된다. 앞으로 블로그에 올릴 FA 연봉 계산에서는 이전과 같이 WARⓑ를 이용할 계획이다.


설명은 이 정도로 하고 선수 개개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면 




양현종의 WAR 사이트마다 다른 이유는?


스탯티즈에서 양현종의 WAR은 4.63으로 전체 8위에 해당하며 박세웅보다도 값이 작다. 반면 위에서 구한 양현종의 WAR은 켈리, 소사 다음으로 높고, 누적이 높게 반영된 WARⓑ로 구하면 어느 야수들 못지않게 높은 수치다. 켈리, 소사와 비교해 팀이 높은 순위에 올라있고, 평균자책점도 가장 낮다고 볼 때 양현종이 MVP를 타도 이견이 별로 없는 WAR 값이라고 하겠다. 이 차이는 뭘까?


스탯티즈의 WAR은 FIP가 아닌 실점 반영이다. 작년 MVP 니퍼트가 2.95의 평균자책점으로 스탯티즈 상 5.97의 WAR을 기록했는데 FIP로 구했을 때는 양현종과 거의 비슷한 선발 투수 중 6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그리 높지 않았다. FIP나 실점 기준에 따라 얼마든지 수치는 요동칠 수 있다. 그런데 양현종은 평균자책점도 3.44로 낮은데 스탯티즈 WAR은 헥터가 1위로 훨씬 높다. 이유는 두 가지다. 평균자책점은 실책으로 인한 비자책점이 반영 안 되는데 실점은 포함된다. 양현종의 비자책 점수는 14점으로 헥터보다 9점이 많다. 9이닝당 실점률은 4.10과 3.70으로 0.4가량 차이가 난다. 또 한 가지 스탯티즈 WAR은 상대한 팀의 타격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양현종은 팀 OPS 1위 KIA 타자들을 상대하지 않았고, 팀 OPS 2위 두산을 상대로도 정규시즌 11.2이닝으로 등판이 매우 적었다. 스탯티즈의 투수 WAR 계산 방식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러한 이유가 원인이 됐을 것이다.


비자책을 포함하는 실점을 기반으로 상대 타선의 수준이 일정 부분 반영되는 스탯티즈의 투수 WAR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반대로 상대 타선이 반영되지 않더라도 FIP를 기준으로 한 기본적인 방식의 계산도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다만, MVP가 된 양현종의 기록이 유감스럽게 스탯티즈의 방식에서 낮게 계산됐을 뿐. 평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면 된다.




임팩트 부족? 박건우가 외면받은 또 다른 이유


WAR에 비해 득표수가 적었던 선수를 꼽자면 박건우를 빼놓을 수 없다. WARⓑ로 계산할 때 박건우는 양현종보다 높은 승리 기여를 한 선수고, 중견수로 평균적인 수비수라고 가정하면 MVP 득표에서 치열한 경쟁을 했어야 한다. 그런데 박건우의 2017시즌을 말하면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 커리어가 쌓이지 않은 선수로 지명도가 낮아서이기도 하다. 또 워낙 강력한 두산 타선이기에 상대적으로 튀어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수치상 박건우의 임팩트가 떨어진 이유는 따로 있다.


흔히 클러치 타자라고 하면 많이 보는 스탯은 득점권 타율이다. 박건우는 올해 .359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했고, 237타석 동안 무려 11개의 홈런으로 장타율은 .569에 달한다. 자신의 2017년 기록보다는 약간 떨어져도 찬스에 약하다고 할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득점권이라고 경기에서 모두 똑같은 상황이 아니다. 경기 후반 적은 점수 차에서의 타점과 경기 초반 벌어진 점수 차에서 타점은 의미가 크다. 스탯티즈 기록실에는 중요한 상황(하이 레버리지)에서 평소보다 얼마나 잘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1.34로 두산 타자 가운데 꼴찌다. 추가한 승리 확률도 2.76으로 다른 MVP 후보들과 비교해 턱없이 낮다.


박건우라는 선수의 활약이나 능력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고, 내년 이 수치는 전혀 다르게 변할 확률이 높다. 다만, 올해 박건우가 중요한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기여하지 못했기에 결과적으로 MVP에 어울리는 활약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유격수의 수비 가치는 얼마나 될까?


MVP 투표에서 또 한가지 놀라움은 김선빈이 5위에 해당하는 득표를 받은 것이다. wRC를 보면 김선빈의 타격 생산력은 약 93점으로 100점을 넘긴 다른 후보와 비교하면 초라해 보인다. 그럼에도 많은 득표를 받은 점은 우승팀 KIA의 프리미엄과 함께 클래식 스탯 중 가장 기자나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타율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덕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나성범이나 손아섭 등이 더 높은 순위에 있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100% 확신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수비에 대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선빈이 다른 유격수보다 평균적으로 어마어마한 활약을 해서 1.5승 이상의 기여를 했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래도 유격수 수비로 어디까지 커버 가능한지는 알고 있어서 나쁠 게 없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 수비로 유명한 엔젤스 소속의 안드렐톤 시몬스는 올해 수비로 평균보다 약 1.5승의 기여를 한 것으로 계산된다. 수비력이 떨어지는 유격수와는 많게는 2~2.5승까지 수비력에서 기여하는 승수 차이가 벌어진다. 시몬스는 5년 연속 이러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기에 신뢰할 만한 수치다. 국내에는 경기 수가 적더라도 1.5승까지는 최악의 수비수와 최고의 수비수는 승리 기여 차이가 커버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수비 비중이 적은 1루나 코너 외야에서 이러한 차이를 벌이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유격수는 수비가 우선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는 골든 글러브에서 OPS 혹은 wRC+ 순으로 선수 가치를 매기면 안 된다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최정이 얼마나 더 해야 MVP를 수상하느냐는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올해는 최정이 MVP를 타기에 어려움이 따른 악재가 있었다. 바로 타자로 리그를 파괴한 김재환의 존재 때문이다. 김재환은 WAR에서도 클러치 능력이 많이 반영된 WPA에서도 타격에서 눈에 띄는 1위를 기록한 선수다. 추가한 승리 확률 WPA는 7.45로 2위 박용택보다 1.8 이상 차이가 나서 임팩트로 따지면 당할 타자가 없다. 수비력으로 최정이 WAR에서 역전한다고 해도 전반적으로 야수의 가치에서 김재환을 넘어섰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징계가 나지 않아 김재환으로서도 불행한 일이고, 최정에게도 그렇다. 두 선수에게 안타깝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정말 표현하기 어려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