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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에이스' 윤석민의 귀환이 리그에 미칠 영향은?

메이저리그의 추신수, 일본의 이대호, 한화의 김태균은 각각의 리그에서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다. 스물여덟 윤석민이 보여줄 야구도 아직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다. (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오프시즌 최고액 FA는 시범 경기가 임박해서야 결정됐다. 2014년 2월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했던 윤석민이 1년 만에 KIA타이거즈로 깜짝 컴백. 계약금 40억, 4년간 연봉 12억 5000만원, 총액 90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보도에 따르면 윤석민이 볼티모어와 맺은 3년 계약중 약 450만 달러 상당의 잔여 연봉(사이닝 보너스 포험)을 포기하는 대신 방출을 허용했다고 한다. 


볼티모어로서는 손해날 게 없다. 스프링캠프 초청 명단에 윤석민을 제외하면서 시즌 계획에 없음을 알렸고, 웨이버 공시로 선수를 파는 효과를 얻은 셈이다. 반면 윤석민은 구단의 눈칫밥을 먹으며 힘겨운 도전을 노리기보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곳에서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선택을 했다. 연간 금액으로 보면 미국과 한국에서 받는 금액이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세금 등을 고려하면 2년간 20억 이상 차이가 날 수도 있다.


물론, 지난겨울 미국에 도전할 당시 당찬 포부를 상기하면 국내로의 조기 복귀가 다소 허망하게 느껴진다. 마이너리그에서 선발로 시작하지 못하더라도 연간 200만 달러 가까이 받는 선수를 완전히 배제한다는 것은 구단으로서도 남는 장사가 아니다. 본인의 기량이 올라오기만 한다면 시즌 중 다른 유니폼을 입고서라도 빅리그 데뷔 무대의 꿈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아 칼도 뽑아보지 못한 체 도전을 멈췄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하지만 프로야구 팬의 입장에서는 애초에 리그 최고 스타들의 해외 진출이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만약 류현진을 필두로 강정호, 김광현, 양현종, 윤석민까지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었다면 리그 흥행과 경기력 면에서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안치홍 입대, 이대형 이적, 기대에 못 미친 외국인 투수 영입으로 시무룩했던 KIA 팬들에게 프랜차이즈 스타의 귀환은 단순한 전력 보강 이상의 선물이다.




이제 관건은 선수나 팀이 얼마나 기대치에 걸맞은 성적을 내느냐다. 윤석민이 국내 최고의 우완투수로서 기량을 갖췄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나, 몸 상태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이 더 많다. 2013년 WBC 대회 참가 후 어깨 통증을 호소한 후 약간 조바심을 냈다는 인상이 있고, 선발로 리그 평균적인 활약밖에 하지 못했다. 2014년에는 볼티모어와 계약이 늦어지면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트리플A 노포크에서는 6월과 7월 어깨 문제로 두 차례 일주일 부상자 명단(DL)에 등재됐다. 빠른 볼 구속도 88마일로 한참 좋을 때보다 2km 가량 떨어졌다는 기사가 났다.


윤석민 본인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 조금 더 긍정적이다. 지난 시즌의 DL은 SNS를 통해 구단이 신중하게 관리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했고, 복귀 후 실전 감각을 찾으면 시범 경기 중반 출장이 가능하다는 인터뷰를 했다. 그렇지만 지난 2년간 구위 저하로 피홈런 수치가 크게 늘면서 커리어를 따라가지 못하니 부정적 시즌 관측도 이해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해외 진출자가 많았던 일본에 윤석민과 비슷한 사례는 없을까? 아무래도 보다 상위레벨이다 보니 전성기 젊은 나이의 투수가 트리플A에서 까지 부진한 투구로 좌절을 겪은 예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30대 초반의 선수 중에는 불펜 투수였던 후쿠모리 가즈오. 보스턴의 마쓰자카와 같은 시기 양키스에 입단한 이가와 게이가 있다. 후쿠모리 가즈오는 미국에서 첫 시즌 후 추간판 탈출증 수술을 받고 다음 시즌 중반 일본에 복귀했다. 친정팀 라쿠텐에서 곧바로 제 페이스를 되찾았는데 다음 시즌 팔꿈치 문제로 은퇴를 하게 된다. 이가와는 햄스트링과 옆구리 부상 등으로 일본 복귀 후에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한다. 윤석민보다 4살가량 많은 나이이므로 동일한 비교는 무리다.


투수보다는 야수 쪽에 윤석민을 떠올리게 하는 선수는 있다. 유격수로 일본 내야수는 위험하다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통념을 심어준 나카지마 히로유키와 니시오카 츠요시다. 보통 일본보다 하위레벨이라고 하는 트리플A에서도 부진의 늪에 허덕인 두 선수는 모두 2년 만에 일본으로 돌아왔다. 나카지마는 올해 첫 시즌을 맞이하고, 니시오카는 첫 해 그럭저럭 평범한 시즌을 보냈다. 결론적으로 워낙 작은 표본에 정확히 대입할 만한 케이스도 없다. 다만 큰 부상이 없다는 전제하에 트리플A에서 부진이 그대로 이어진다던가 곧바로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는 극단적인 결과가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



현재 KIA의 선발진은 양현종과 윤석민, 외국인 선수 2명, 5선발 후보로 김진우, 임준섭, 김병현, 임기준 등이 경쟁하는 구도다. 이중 임준섭은 작년 선발로 6점대 중후반의 FIP를 기록했고, 촉망받는 유망주인 임기준은 퓨처스리그에서 선발로 5점대 후반의 FIP를 기록했다. 이들의 미래 모습은 뒤로하고 당장 윤석민과 비교는 어불성설이며 불펜으로 훨씬 효과적으로 기용될 수 있다. 


윤석민의 성적 기대치를 20경기 선발 출장 평균 6이닝 FIP+ 110으로 놓는다면 작년 5선발을 대체할 때 3승이 추가된다. FIP+ 120이면 3.5승, 130이면 4승까지 상승. 그리고 또 한가지 회복이 가능한 선수는 올 시즌 후 FA가 되는 김진우. 50이닝 이상 던진 8시즌 중 작년을 제외하고 모두 3점대 FIP를 기록한 무시할 수 없는 투수다. 작년 김병현의 FIP에서 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한다면 어센시오의 공백은 충분히 메울 정도는 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윤석민이 왔다고 해서 KIA가 강호로 분류되는 삼성, 넥센, 두산, SK 등을 뛰어넘기는 무리지만,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한화처럼 가을 야구 마지막 한 자리인 5위를 노릴만한 전력은 되리라 예상한다. 침체했던 KIA의 전력 보강은 처음 10구단 체제를 맞이하는 프로야구에 커다란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비록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허망하게 끝이 났지만, 그에 못지않은 영광인 타이거즈의 전설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선수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