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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이성열, 허도환 - 양훈 트레이드, 상생의 길 될까?

양훈은 한화가 아닌 넥센에서 커리어 처음으로 가을 야구를 경험할 수 있을까? (사진 출처 – 한화 이글스)


넥센 히어로즈가 베테랑 외야수 이성열과 포수 허도환을 한화에 내주고 우완 양훈을 받는 시즌 1호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김성근 감독의 인터뷰에 의하면 넥센 쪽에서 먼저 전화가 왔고, 이를 받아들여 진행된 트레이드라고 한다.


넥센 입장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시도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먼저 선발진은 두 명의 외국인 투수를 제외하면 믿음을 주는 선수가 없다. 작년 필승조에서 선발로 전환한 한현희는 좌타자에게만 2경기 연속 홈런을 허용하는 등 시작이 좋지 않고, 문성현 김대우도 여지없이 무너졌다. 8일 기준으로 넥센의 선발진은 37이닝 8.03ERA로 신생팀 KT보다도 적은 경기당 평균 이닝과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발진의 깊이를 추가하는 딜을 추진했을 것이다. 양훈이 과거와 같은 피칭을 재현한다면 넥센은 팀의 3선발 투수를 얻는 셈이다. 물론, 현재 양훈의 몸 상태는 당장 1군에 투입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커리어 내내 허리 부상을 안고 있었고, 지난해 경찰청에서는 선발로 12경기에 출장해 63.0이닝 6.43ERA 6.02FIP 29삼진 21사사구 10피홈런으로 매우 부진한 성적을 냈다. 원정 경기에서도 별다른 모습은 아니었다. FA까지 2년 정도 남은 서비스 타임도 트레이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하지만 넥센은 양훈을 데려오면서 전력 손실이 거의 없다. 게다가 페이롤 절감을 할 수 있다는 게 트레이드의 또 다른 효과다. 주전 포수로 낙점된 박동원이 부상당한 상태에서도 공백을 메운 이는 허도환이 아닌 공익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유선정이었다. 백업 자리도 신인 김재현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이장석 대표가 공공연히 허도환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했던 터라 넥센에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었다.


이성열도 마찬가지. FA 시장에 나갔지만, 외국인 타자가 추가되면서 시장에서 지명타자에 대한 수요는 크게 사그라들었다. 만약 보상 규정이 없었더라면 이적이 수월했겠으나 20인외 보호선수를 주고 이성열을 사가려는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넥센이 이성열과 재계약 했을 때는 애초에 이러한 트레이드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높다. 계약금이 없었던 원인도 이러한 시각에서 해석하면 이해가 쉽다. 허도환과 이성열의 연봉을 합치면 3억 3000만원. 양훈은 1억 3000만원으로 2년으로 따지면 2억 이상의 페이롤 절감 효과가 있다. 피어밴드의 몸값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좌타 슬러거 이성열의 존재는 경기 중 후반 팀에 다양한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그렇다고 해서 결코 한화가 손해를 본 장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성열은 2010년 커리어 하이 시즌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263의 타율과 24개의 홈런을 칠 만큼 파괴력이 있는 타자다. 커리어 하이 시즌의 활약이라고 하면 2011년 시즌 양훈 이상의 활약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 30세의 나이도 노쇠화를 말하기 어려운 나이. 내구성이 튼튼한 타자로 향후 4년간 이성열은 꾸준히 팀의 득점 생산력을 높여 줄 것이다.


단, 김성근 감독이 좌타 대타요원이라고 인터뷰 할 만큼 풀타임으로 기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팀 내에는 김태균, 최진행, 김태완에 FA로 계약한 김경언까지 지명, 외야 슬롯에 장타력 있는 자원들이 꽤 있다. 양훈이 부상이 변수라면 이성열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기용되느냐가 성공적인 트레이드를 위한 조건이다. 


최진행 2010년 이후 상황별 

VS 좌투 : 503타수 .249AVG .443SLG 24홈런 VS 우투 : 1220타수 .283AVG .481SLG 58홈런

VS 언더 : 249타수 .245AVG .369SLG 7홈런 


이성열 2010년 이후 상황별

VS 좌투 : 347타수 .259AVG .421SLG 13홈런 VS 우투 : 959타수 .249AVG .457SLG 50홈런

VS 언더 : 152타수 .204AVG .382SLG 7홈런


김태완 2010년 이후 상황별

VS 좌투 : 240타수 .271AVG .400SLG 7홈런 VS 우투 : 470타수 .236AVG .355SLG 12홈런

VS 언더 : 125타수 .272AVG .448SLG 6홈런 


2010년 이후 기록만 보면 최진행과 이성열은 좋은 플래툰 파트너가 되기는 어렵지만, 둘의 간극이 크지 않아 부상에 따른 위험이 줄어든다. 옆구리 제외 우타자에게 약했던 김태완은 예전의 타격을 회복하지 못해도 이성열과 함께라면 기용에 따른 부담이 줄어든다. 김성근 감독이 과거 SK에서도 김재현, 이재원, 박재홍 등의 선수를 능수능란하게 플래툰 기용하면서 이 분야의 장인으로 알려진 만큼 이성열이 요긴하게 쓰이지 않을까 전망한다.


허도환의 영입도 한화에는 알짜배기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일본의 전설인 노무라 가쓰야 감독의 인터뷰에서 드러나듯 포수의 역할을 매우 중요시여긴다. 지성준이 아무리 재능이 있는 포수라고 해도 고교를 막 졸업한 선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조인성이 복귀하기까지 허도환의 경험과 안정감은 한화 투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포수는 어깨만 좋으면 된다고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경계선에서 스트라이크와 볼을 만드는 포수의 프레이밍 능력이 경기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되는 추세다. 정범모는 이 부분에서 약점을 보여왔고, 허도환과의 조합은 한화에 시너지를 내지 않을까 기대한다.



무엇보다 양 팀이 선수를 살리고,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트레이드를 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넥센은 이성열이 이적하면서 안태영과 고종욱 등 퓨처스리그에서 준비된 지명타자 혹은 준족의 외야수의 설 자리가 늘어났다. 트레이드는 누가 이득을 남기느냐가 아니라 필요를 충족하는 물물교환의 개념이므로 다른 구단도 이러한 종류의 움직임에 대해 겁을 내지 않았으면 한다. 야구 전문 프런트 넥센이 2012년 전유수-최경철, 2013년 송신영-지석훈, 2014년 김병현-김영광에 이어 4년 연속 시즌 1호 트레이드를 결행했다는 점은 프로야구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