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의 트레이드가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그 대상은 두산의 김상현.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일단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장성호가 트레이드 되는게 다행일까? 장성호는 타이거즈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1607출장 6689타석 1741안타 195홈런 882타점 863볼넷의 기록은 출장, 타석,안타, 타점, 볼넷은 타이거즈 통산 1위 득점은 이종범에 이은 2위, 홈런은 김성한에 이은 2위로 명실상부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히터'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NO.1 스나이퍼 장성호가 타이거즈를 떠나는걸로 안도해야 할까?
지난 오프시즌 장성호가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했던 FA를 신청할때 부터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FA를 신청한 원인이 팀내 입지변화에 따른 불안감일 수도 있고 쉽게 말해지는 조범현감독과의 갈등이 원인이 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건 선수가 FA를 선언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유도 복잡하지 않다. 자신의 가치를 시장에 평가받기 위한 것이다. 선수의 권리이고 전력상승을 노리는 구단들에게는 기회가 된다. 근데... 한국프로야구는 그것을 허용하고 있지 않았다. 장성호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보상금액과 유망주를 내놔야한다. 어느 구단이 20억가량의 돈을 주고 장성호를 영입할려고 할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구단은 FA를 선언한 장성호를 배신자로 간주했다. 장성호와 협상할 생각 없음을 천명했고 팀내 보류선수의 연봉계약을 모두 마치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는 말로 투명인간을 만들었다. 장성호는 자기보다 4살 많은 박재홍이 SK와 재계약하는걸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두 선수의 비교는 너무나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박재홍도 보상금액으로 볼때 타팀이적은 거의 불가능 했는데 협상태도는 천지차이였다.
결국 해를 넘기고 장성호는 KIA와 재계약하지 않으면 FA미아로 은퇴를 생각해야하는 시점이 온다. 구단은 장성호에게 납작업드리길 바랬다. 그리고 장성호는 3억이 삭감된 금액으로 계약금 없이 2억 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타이거즈의 자존심 장성호가 무릎을 꿇은걸까? 아니 그럴 수 없었다. 장성호의 연봉이 2억5000만원이 적당한지 박재홍이 계약한 8억이 적당한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장성호가 계약서에 금액에 대한 요구없이 도장을 찍은 건 타협한 것이 아니라 협상을 거부한 것이다. 아니 협상할 권리는 애초에 장성호에게 없었다.
이 시점에서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거라고 생각한다. 장성호에게 그냥 구단에 숙이고 들어가라고 할 수 있을까? 너에게 어떤 가격이 매겨지든 어떤 비참한 처벌이 가해지든 말든 타이거즈 선수로 명예를 가지라고? 그 보다는 타이거즈 유니폼이 아니더라도 장성호를 보고싶다. 트레이드가 지금은 장성호를 또 타이거즈를 위하는 길도 될테니까.
물론 애초에 장성호가 FA를 선언한건 현명한 판단이 못됬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선수들은 모두 영리한 선택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왜 구단은 선수의 당연한 권리인 FA를 선언한 장성호를 배신자 취급했는지, FA보상제도는 왜 이리 기형적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애초에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구단은 선수들의 FA권리를 인정하기 싫어한다. 최민규 기자의 기사를 인용하면 FA제도를 도입한 이유도 일본진출을 제지당했던 임선동의 소송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시행했다고 한다. 선수들의 권익이 늘어나는 것, 혹은 노조에 조금이라도 연결된다고 하면 구단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저지 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선수노조를 막으려면 그 만큼의 혜택도 선수에게 주어져야 한다. 반드시 변해야 한다던 FA보상제도는 오프시즌 어떠한 수정없이 지나가 버렸다.
앞으로도 선수와 팬들이 눈물을 흘리는 일은 반복될까? 양준혁의 FA가 당장 내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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