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는 부자 구단은 어디일까? 매년 시즌이 시작되기 전 한국야구위원회는 선수들과 팀별 연봉을 공개한다. 하지만 FA시장에서 계약금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특성상 실제로 투자하는 금액이 정확하게 반영되고 있지는 않다. 김태균의 연봉 15억처럼 계약금에 갈 돈이 고스란히 적용되는 예도 있으나 대부분은 일시불로 받는 계약금 규모가 훨씬 큰 형태가 관행처럼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팀 페이롤이 보다 현실적이 되려면 뒤로 숨은 금액이 포함되어야 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시즌 초 KBO에서 발표된 소속 선수 연봉에 신인 계약금과 연봉, FA 계약금을 합산하여 팀별로 정리해 보았다. 감독과 코치, 신고 선수의 연봉은 포함하지 않았으며 이중계약이 난무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연봉도 제외했다.
※ 주의사항
1. 2013년 팀 연봉에 비공개인 정성훈, 이진영, 정현욱, 홍성흔, 이호준의 계약금을 각각 10억, 6억, 7억, 11억, 5억으로 가정하였습니다.
2. 2010년 롯데의 선수 총연봉은 KBO 발표가 아닌 선수들의 개별 합계 금액을 적용하였습니다. (47억 6500만원 -> 47억 5600만원)
3. 시즌 시작 전 벌어진 이종범의 은퇴, 보상 선수로 한화로 이적한 안영명, 박현준과 김성현의 영구 실격 처분 등의 몇몇 이동사항을 임의로 적용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국내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급여를 제공한 구단은 SK다. 특별히 FA 시장에 많은 돈을 써서가 아니라 왕조를 유지하는 동안 선수들의 가치가 자연스레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도 마찬가지로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많아 팀 연봉이 올라갔다. 두 팀의 차이라면 앞으로의 추세. 삼성은 다수의 대어급 FA가 풀려 향후에도 페이롤 최상위권이 유력하고, 점점 성적이 떨어지는 SK는 잠시 다이어트에 돌입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바로 아랫 순위에 위치한 구단은 LG와 KIA다. LG는 항상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으로 유명했다. 최근 암흑기 동안 페이롤이 줄어들기도 했으나 올해 정성훈과 이진영, 정현욱을 잡으면서 본래의 큰 손으로 돌아갔다. KIA는 적정 수준의 페이롤을 유지하던 팀이었으나 작년 김주찬을 잡으며 2013년 팀 연봉 랭킹 1위로 올라섰다. 올해 성적에 부담을 갖는 이유인 동시에 쉽게 외국인 선수 교체를 하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신구장 건설과 시즌 후 FA까지 생각하면 근래 KIA는 야구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구단이다.
빅마켓 부산을 연고지로 두면서도 롯데가 강민호를 잡지 못한다면 팬들의 외면은 불 보듯 뻔하다. (사진 출처 - 롯데 자이언츠)
대표적인 저연봉 구단으로 알려진 두산도 최근에는 돈을 쓰고 있다. 기존 내부 FA인 김동주와 정재훈, 일본에서 돌아온 이혜천에게 적지 않은 계약을 안겨줬고, 팀의 중복 포지션인 홍성흔에게는 돈을 들이부었다. 재능있는 선수들이 흘러넘치는 두산이기에 앞으로는 좀 더 현명한 소비가 요구된다. 반면 롯데는 두산과 달리 소비재 기업임에도 과감한 지출을 하지 않았다. 이대호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김주찬, 홍성흔 중 한 명은 잡았어야 원할한 시즌 운용이 가능했다. 만약 롯데가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다면 짠돌이 구단이라는 비판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넥센과 한화는 대표적으로 저임금 구단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넥센이 2012년 이택근, 김병현 영입을 기점으로 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면 한화는 김태균의 15억을 방패막이로 극심한 빈곤을 숨기려 하고 있다. 투자하지 않으면 희망은 없다. 신생팀 NC가 외국인 선수 3명을 유지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실제 2013년 팀 연봉은 이미 한화를 추월했다고 봐야 한다.
덧붙여 NC에 대한 아쉬움을 말하면 연봉 공개의 투명성 문제. '거침없이 가자!'라는 구호와는 안 어울리게 NC는 김경문 감독과 최고참 이호준의 계약 내용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올해 연봉을 미뤄 추정할 수는 있지만, 감독 계약금을 밝히지 않은 구단은 NC가 유일하다. 이는 매우 후진적인 행태로 팀의 젊은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 왜 기존 팀의 가장 안 좋은 부분을 따라가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위와 같은 팀 연봉 추세는 앞으로 FA 현황이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KBO에 공지된 FA 자격 기준을 기준으로 선수들의 등록일수를 카운트하여 FA 자격을 얻을 선수를 예상했다. 실제 KBO에 문의한 자료가 아니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당부드린다.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오승환과 윤석민 모두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다. 설령 자의 혹은 타의로 미·일 리그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1년 계약으로 팀에 남는 그림이 그려진다. 고로 올해 FA 시장의 최대어는 포수 강민호다. 상식적으로 롯데의 재계약 확률이 가장 높으며 LG, 삼성 등은 강민호에게 강력하게 오퍼할 개연성이 있는 팀이다.
강민호 외에도 2013시즌 후에는 뛰어난 야수들이 대거 시장에 풀린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리드오프가 필요한 팀이라면 모두가 탐낼 대형 FA 선수들이다. 이들의 가격이 부담되는 팀이라면 조동찬, 최준석, 이종욱, 손시헌, 박한이 등 가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준척급 선수들이 있다. 앞에 나열한 선수들의 행선지가 결정되면 이대형과 이대수에게도 쇼핑을 원하는 팀들의 눈길이 갈 것이다. 야수 쪽에 빈틈이 많은 팀이라면 플랜 A부터 C까지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하위권인 한화와 NC는 올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투수 쪽에는 많은 선수가 풀리지는 않는다. 장원삼은 최소한 보장금액 50억 이상의 대박 계약이 예상되는데 삼성이 놓친다면 오프시즌 가장 큰 이변으로 불릴 것이다. 그나마 연고 지역의 NC 이태일 사장은 야구 생태계를 해치지 않겠다는 변명으로 장원삼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한화 또한 하루아침에 프런트의 기조가 바뀔 거라는 기대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보면 송은범이 가장 FA 시장에서 눈이 가는 선수인데 전반기까지 26.1이닝 동안 6.84의 평균자책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 계약 규모나 시장에 나갈지 여부도 예측이 어려워 후반기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롯데의 강영식은 벌써 세 차례나 FA를 미루는 괴상한 선택으로 이면계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매년 FA 시장에서는 야수보다 투수 보강이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도 실제 기여도라기보다 이러한 희소성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줄줄이 뛰어난 기량의 투수들이 풀리는 삼성이 어떤 방향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올해와 내년 FA시장이 요동치리라 전망한다.
※ 2013-11-18 자로 언론 보도와 FA 신청을 반영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KBO의 FA 자격 요건에 올해부터 개정된 내용이 있다. 2006년 이후 입단한 선수부터 이닝, 타석과 관계없이 등록일수로만 FA 자격 기준으로 삼는다는 조항이다. 이전까지는 등록일수가 적더라도 페넌트레이스 경기수의 2/3 이상의 출장(야수)이나 이닝(투수)을 충족하면 1시즌으로 간주했었다. 사소한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몇몇 선수에게는 직접적인 금전적 피해가 간다. 당장 김광현은 2009년 등록일수가 모자라 서비스 타임이 5년에서 4년으로 줄었다. 선수협이 이 사안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게 신기하다. KBO의 행정과 구단들의 인식이 다시 한 번 뒷걸음 치고 있다고 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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