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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144경기 10구단 체제 변화할 선발진 랭킹은?

지난 2년간 프로야구는 9개 구단 체제 하에 정상적인 시즌 운영이 되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가량 월요일 포함 4일간의 휴식일이 주어지면서 타격과 피칭에서 새로운 변수가 발생했다. 특히 선발진은 휴식일 덕분에 4, 5선발을 쓰지 않게 되면서 원투펀치의 비중이 가중됐다. 믿음직한 선발 투수가 벤헤켄과 소사밖에 없었던 넥센이 돌풍을 일으킨 비결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위 표를 보면 4일 휴식 후 등판이 가장 많았던 팀은 NC, 롯데, 두산, 넥센 순이다. 모두 시즌 중반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을 했던 팀으로 롯데 김시진 감독은 시즌 중반 4인 로테이션을 선언하기도 했다. 두산의 변화도 눈에 띈다. 2012년 김진욱 감독 체제에서 가장 휴식일 관리가 잘 되던 두산은 로테이션이 붕괴되고 4일 휴식 후 등판이 20번이나 늘었다. 선발진 구성 자체가 문제겠지만, 감독의 입지가 매우 불안했던 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NC와 넥센은 동일하게 타이트한 운영을 했음에도 성적을 냈기에 선발진 과부하는 타당한 비용으로 치부됐다.


삼성의 2012년 수치도 눈여겨볼 만하다. 등판 간격도 그렇지만, 105개 이상 후 투구 후 5일 휴식이 지켜지지 않은 횟수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 감독의 관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선발진의 두께가 받쳐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수치다. 배영수가 빠져나간 2015년 시즌에 이런 성향이 변함없이 유지될지 흥미롭다. 2014년 가장 착한 운영이라고 할 만한 팀은 LG로 등판 간격과 투구수가 모두 잘 지켜졌다. 물론, 우규민이나 류제국 등 관리가 필요한 선수가 많았기에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짝수체제가 가능해진 2015시즌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NC가 1군에 진입하기 전 2012시즌과 작년 2014시즌 운영됐던 로테이션을 비교해 보았다. 방법은 1선발부터 5선발을 선수가 아닌 일정을 중심으로 1~6선발로 분류했다. 투수진 운영이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정밀한 수치는 아니나 윤곽을 잡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보인다.





경기 수가 133경기에서 128경기로 줄어들었지만, 1선발이 등판하는 주기는 약 0.6경기로 미세하게 늘었다. 그에 비해서 4, 5선발의 출장 빈도는 팀당 47경기에서 43경기로 4경기가량 줄어들었다. 정규시즌 줄어든 5경기가 모두 3~5선발이 제외되는 형태였다고 보면 된다. 홀수 구단 체제로 이루어지는 2015시즌은 작년보다는 2012시즌에 가까운 운영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2012년 시즌 로테이션 비율로 144경기가 치러진다면 늘어날 16경기 중 1~2 선발은 4.6경기밖에 늘어나지 않지만, 3~5선발의 출장은 11.4경기 가량이 늘어나게 된다. 고로 선발진의 깊이가 좋은 팀일수록 성적을 내기 유리해진다. 


그 차이를 WAR로 계산하면 작년 시즌을 기준으로 선발진이 두터운 삼성과 중하위 선발이 약했던 한화, 넥센과는 약 1.7~2.1승 정도의 차이다. 선수로 비교하자면 100이닝 5점대 내외 FIP를 기록했던 웨버, 티포드, 소사 정도의 기여치다. 국내 선수 중에는 장원준과 송승준 사이의 선수가 있고 없고라고 보면 무리가 없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차이. 마지막으로 세부 기록을 통해 팀별 선발진의 성적을 전망해보자.




삼성 라이온즈는 2014년 압도적인 선발진을 갖추고 있었다. 토종 에이스 윤성환이 1선발로 자리를 지키고, 밴덴헐크가 눈부신 투구로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했다. 장원삼을 제외하고 모두 4점대 초반의 FIP를 기록하면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과 FIP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런데 2015시즌 밴덴헐크와 재계약에 실패하고, 배영수가 이탈하면서 선발진의 깊이가 많이 얇아졌다. 밴덴헐크의 빈 자리를 메울 피가로 또는 클로이드가 리그 1옵션 투수에 해당하는 4점대 초반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새로운 5선발 투수가 평균 5이닝과 리그 평균자책점을 기록한다고 가정할 때 선발진의 WAR 수치는 약 15.6승(파크팩터 제외)으로 계산된다. 작년 선발진 구성에 비해서 약 3.6승 떨어진 수치다. 결코, 회의적인 시각은 아닐 듯하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전반기까지 니퍼트, 유희관을 제외하면 제대로 선발 역할을 한 투수가 없었다. 4~5 선발에 대한 대체자를 찾지 못해 노경은이 선발로 9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로테이션에 계속해서 포함시켰다. 두산이 가을야구에 실패한 결정적인 원인도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히 올해는 화끈한 투자로 전력을 크게 업그레이드시켰다. FA로 투수 최대어 장원준을 잡았고, 니퍼트에게 거액을 제시해 재계약에 성공했다. 장원준이 노경은을 대체하고, 마야가 풀타임을 치른다고 하면 WAR을 계산 시 삼성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14.9승으로 계산된다. 잠실 구장을 고려하면 차이가 더 벌어지나 장원준이 제대 후 팀에 적응하는 시기를 거쳤다고 하면 작년 FIP 5.0내외에서 크게 성적이 향상될 여지가 있다. 




LG는 2014시즌 시즌 초반 리즈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소동이 있었음에도 선발진을 효율적으로 잘 꾸려나갔다. 잠실에 잘 맞는 플라이볼 피쳐 리오단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계약해 1선발 역할을 맡겼고, 우규민은 한층 성숙한 피칭을 보였다. 선발진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진 못했지만, 4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과 FIP로 삼성 NC와 함께 상위권 선발진을 형성했다. 올해는 플러스 마이너스 요인을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 일찌감치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 로테이션 구성을 마쳤으나 우규민과 류제국이 부상으로 시즌 초반 출장이 불투명하다. 신정락에 입대하면서 5선발에 안정감이 떨어졌다. 작년 시즌과 차이가 없다고 하면 WAR 계산 시 12승 내외로 상위권이 예상된다. 




윤희상이 초반부터 불의의 부상을 당하고, 레이예스와 울프가 동반 부진과 함께 전력에 이탈하면서 SK의 선발진은 최근 들어 가장 큰 고초를 겪었다. 2015시즌을 맞이하기 전 반가운 소식이라면 김광현이 팀에 잔류하게 된 것과 후반기 영입한 밴와트가 에이스로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밴와트의 FIP는 4점대 중반으로 3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까지는 아니지만 울프나 레이예스에 비하면 1.5 이상이 낮다. 윤희상이 작년보다 14경기에 더 선발로 출장하고, 밴와트가 시즌 끝까지 작년의 성적을 이어간다면 약 11.1승으로 작년 선발진 구성보다 4.6승가량 더 얻는다는 계산이다. 김광현의 후반기 상승세와 새로 영입된 켈리의 기대감을 반영하면 실제 전력은 조금 더 낙관적으로 보여진다.




토종 에이스로 양현종이 김광현과 함께 양강 체제를 형성했음에도 불구 작년 KIA 선발진은 크게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었던 김진우와 송은범이 끝내 부진을 떨치지 못했고, 한 명 뿐인 외국인 선발 홀튼은 부상으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 팀의 전체적인 전력과 관계없이 2015년 선발진 자체는 작년보다 나아지리라 예상한다. 어센시오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선발 투수 두 명과 계약한 덕분이다. 다만 험버와 스틴슨의 최근 트리플A 성적이 국내에 진출한 외국인 선수 중 하위권에 위치하고 있어 얼마나 나아진 성적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가령 험버가 토마스와 홀튼의 역할을 하고 스틴슨이 외인 2옵션 투수의 평균에 부합하는 성적을 낸다면 작년 선발진 구성보다 1.6승 상승한 10.5승의 WAR을 기록하게 된다. 전체 평균자책점은 수비력에 더 영향을 받을 듯하다.




3명의 외국인 투수를 보유할 수 있었던 NC는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선발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다.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이재학이 에이스로 안착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제 외국인 선발 두 명을 데리고 시즌을 운영해야 하는 NC는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다른 팀에 넘겨줄 확률이 높다. 작년 NC는 두산과 함께 5선발의 비중이 적었는데 그나마 성적이 좋았던 노성호도 6경기 26.2이닝 5.73의 FIP를 기록했을 따름이다. 노성호가 2015시즌 훨씬 나아진 활약을 할지는 미지수다. 만약 작년과 비슷한 평균자책점 혹은 FIP로 웨버의 이닝을 소화한다면 작년 선발진 구성보다 1.5승 하락한 9.8승으로 WAR이 계산된다. 여기에 더해 5선발도 그에 버금가는 투수의 발굴이 있어야 하기에 성적 하락은 더 심화될 수 있다.




준우승팀 넥센은 우수한 야수들의 기량과 반대로 선발진은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겪었다. 1선발 벤헤켄은 리그 최고의 활약을 보였지만, 3~6 선발은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7점대 이상의 FIP를 기록했다. 지난해 워낙 부진한 성적을 거뒀기에 국내 선발진에서 더 내려갈 수치가 없을 정도다. 또한 팀 내 최고의 재능 중 한 명인 한현희가 선발로 전환하면서 144경기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오재영(고관절 부상)이나 문성현이 자신의 커리어로 회귀하는 성적(작년 기준 5점대 후반 FIP)을 보여준다고 가정하면 약 9.3승의 WAR을 기록한다는 계산이다. 추가로 새로 영입된 피어밴드가 어떤 피칭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류현진이 미국에 진출한 후 한화의 선발진은 타구단과 차별화 될 만큼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중심을 잡아 줄 에이스도 없고,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중위 선발 투수도 없다. 게다가 외국인 투수도 FIP와 별개로 매년 재계약이 힘든 피칭을 보여주고 말았다. 작년 희망이라던 이태양도 기록상으로는 5점대 중후반 평균자책점과 FIP를 기록해 잠재력만 보여줬다고 해야할 위치다. 당장 해답이 보이지 않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FA 계약이다. 배영수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 가장 계산이 서는 투수로 외국인 투수와 함께 2~3선발 역할이 가능하고, 부진하다던 송은범도 한화의 5선발과 비교하면 몇 단계 위의 투수다. 2015시즌 한화는 작년 선발진 구성과 비교해 WAR이 약 5승 많은 8.5승 가량으로 계산된다. 여전히 중하위권이라도 경쟁이 되는 전력이 됐다. 





넉넉지 못한 살림에 기둥뿌리 하나가 빠져나갔다. 항상 수준급 토종 선발진 두 명은 확보하고 시즌을 준비하던 롯데는 장원준이 두산으로 이적함에 따라 로테이션의 불확실성이 몹시 심각해졌다. 외국인 선발 두 명은 다소 경험이 부족하고, 송승준은 적지 않은 나이에 작년 주춤했다. 5선발로 후보로 여겨지던 홍성민, 이상화, 배장호 등이 250이닝 가까이 책임져야 할 상황에 놓였다. 최대한 낙관적인 시선으로 롯데가 4선발과 5, 6선발 사이의 FIP로 장원준의 빈자리를 채운다고 보면 약 8.5승이 조금 안 되는 WAR로 계산된다. 위기의 롯데가 가진 히든 카드라고 하면 부상에서 회복 중인 조정훈이다. 2009년 조정훈은 김광현이나 양현종에 뒤지지 않는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투수였다. 조정훈이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선발진 WAR 수치는 11승대로 전체 상위권으로 오른다. 그러나 4년간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3번 한 투수에게 조바심은 독이기에 기대치를 낮추고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 끝으로 위에 굵게 표시한 WAR 승수는 단지 어떤 상황을 가정했을 때의 계산이다. 일단 시즌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변수가 끊임없이 발생하므로 위 수치에 의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또 외국인 선수들의 세밀한 기대치는 반영하지 않았다. 단지 시즌을 예상하기에 앞서 참고하는 용도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