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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야구

2012년 8개 구단 외국인 투수, 기록 비교 하기

2012년 8개 구단의 외국인 선수 영입이 마무리됐다. 특이할 만한 것은 타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한화, 롯데, 넥센은 야수를 뽑을 만도 한데 투수 쪽이 더 급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투수 왕국 삼성의 우승으로 트렌드를 따랐다고 볼 수도 있다.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외국인 투수들의 경쟁, 웃고 우는 팀은 어디가 될까? 16명 투수들의 기록을 비교해 보았다.

기록을 보기에 앞서 FIP 공식 소개

FIP = (13*HR + 3*(BB-IBB+HBP) - 2*SO) / IP + 3.20(혹은 시즌에 따른 특정값)

삼진과 사사구, 피홈런으로 예측하는 추정 방어율로 보면 된다. 최근 평균자책점(ERA)보다 투수를 평가하는 유용한 지표로 사용된다.




국내에서 활약을 예상하는 데 가장 유용한 자료가 최근 연도의 트리플A 기록이 아닐까? 국내 프로 야구와 가장 근접한 레벨의 리그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근 3년에 한정한다면 더욱 유용한 참고사항 일 수 있다. 이 기준에 가장 합격점을 받을 선수는 헤켄이다. 무려 3년간 332.2이닝 동안 3.58의 FIP를 기록했고 삼진/볼넷 비율도 좋다. 헤켄이 평범한 구위와 부족한 MLB 경력에도 다크호스로 예상되는 이유다. 주키치와 상당히 유사한데 다만 더 많은 나이에 이룬 성공이라는 점이 평가를 망설이게 된다. 

르루는 표에서만 보면 가장 낮은 방어율을 기록했고 FIP도 준수하다. 9이닝당 평균 5개 정도의 삼진 밖에 안되지만, 피홈런을 적게 내준 덕이다. 2010년 한 해 만큼은 Milb.com 선정 로열스 조직 내 최고 우완으로 뽑힐 정도로 좋은 피칭을 했다. 문제는 2011년 NPB 2군에서(1군이 아니라) 부진했고 뒤에 보게 될 트리플 A 통산 기록도 좋지 못하다. 어느 게 진짜 르루의 모습일까?

한화의 배스도 평균자책점에 비해 FIP가 살짝 높지만 양호한 모습이다. 배스는 연 단위로 편차가 좀 있는 선수로 07,10년 트리플 A에서 3점대 중반의 FIP를 기록하기도 했다. 탈봇은 가장 높은 삼진/볼넷 비율을 보였는데 피안타율이 높았다. 탈봇은 땅볼 비율이 높은 선수로 수비나 다른 요소로 변화가 더 클 수 있다. 크게 걱정할만한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SK의 산티아고는 아직 84년 12월생으로 다른 선수에 비해 어린 편인데 2011년 처음으로 트리플 A에 도달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검증이 안 된 투수인데 스카우팅 만으로 산티아고를 영입한 것은 다소 경솔해 보인다.




다음은 통산 트리플A 기록. 지난 3년간의 표본이 적기에 보완해 줄 수 있는 지표다. 가장 눈여겨볼 선수는 탈봇과 프록터다. 탈봇의 3.48의 FIP는 국내에서 성공했던 로페즈, 니퍼트보다도 낮다. 프록터도 릴리버로 뛰긴 했지만 유일하게 삼진/볼넷 비율이 3점대 이상이었고 FIP와 ERA 모두 3점대 초중반을 기록했다. 이 두 선수는 기량을 인정받아 빅리그로 콜업됐기 때문에 이닝이 적은데, 기량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라만도 일본에 진출하기 전 양호한 성적을 냈다. NPB에서 한 때나마 마무리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밑바탕이 있을 것이다. 유먼은 가장 트리플A 기록이 적은데 2006, 2007년 메이져를 오가며 뛰다 이후 독립리그, 대만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FIP는 준수하지만 낮은 삼진 개수와 최근 상위리그에서 뛰지 못했다는 게 아쉬움이 남는다.




선수를 영입하는데 가장 확실한 것은 상위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를 뽑는 것이다. 최근 기록이라면 확실한 보장이 된다. 직전 시즌까지 메이저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였던 끝판왕 격인 니퍼트와 로페즈가 적절한 예다. 바티스타 역시 제구력은 불안하지만, 트리플A에서부터 메이저리그까지 준수한 FIP를 보이며 클래스를 증명한 것처럼 보인다. 올해 영입된 선수 중 여기에 해당하는 선수는 누구일까?

가장 근접한 선수는 삼성이 영입한 탈봇이다. 비록 2011년 63.2이닝 동안 6.64ERA로 부진했지만, 온전히 선발로 뛰었고 FIP는 5.48을 기록했다. 한화 배스는 위 기록이 대부분 2009년 달성한 것이라 약간 뒤처지지만 82년생으로 젊은 선수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문제는 프록터다. 적지 않은 나이의 베테랑이 토미존 수술 이후 얼마나 기량이 회복됐는지 불분명하다. 트리플A에서 잠깐 보인 모습이나 빠른 볼 구위는 좋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뛰기에는 벅차 보였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에 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트리플A GO/AO(그라운드아웃/플라이아웃)와 MLB 통산 GO/AO을 보자.



플라이볼 성향이 높은 투수라고 기량이 떨어지지는 않지만, 땅볼 유도가 투수에게 유리한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궁극적으로 피홈런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홈런이 적게 나오는 두산, LG, KIA는 다소 신경을 덜 써도 되지만, 한화 같은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할 수치다. SK와 삼성도 07~10년 홈런 팩터가 높았던 구장들이다. 위 표를 보면 한화가 배스를 영입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고 두산의 니퍼트, 프록터는 잠실 구장이 보완이 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삼성의 고든과 넥센의 헤켄은 트리플 A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이지만 피홈런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작년 포스팅 했던 글과 비교해 보면 올해는 더욱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위 기록을 바탕으로 각 구단 외국인 투수 조합에 대한 나의 감상은 이렇다.


두산 : 전체 외국인 투수 중 최고 커리어의 선발과 마무리 조합
         프록터의 부상 후유증이 우려
삼성 : 2012년 새 용병 중 최고 커리어 + 트리플A 스탯 종결자 스윙맨
         원투펀치 역할 가능한지가 변수
LG   : 준수한 트리플A 커리어의 커맨드형 좌완 선발 + 스피드킹 우완 선발
         주키치 2년 연속 성공시대 가능? 
한화 : 빅리그급 구위의 검증된 마무리 + 준수한 커리어의 극강 그라운드 볼러 선발
         불안 불안한 바티스타의 제구력
롯데 : 역대 한국에 가장 잘 적응한 외국인 투수 + 독립리그, 대만리그 정복한 좌완 선발
         상위리그 경험 아쉬운 유먼
KIA  : 2010년 반짝? 기대 못 미친 선발 유망주 +  3년간 재활한 전 NPB 마무리
         두 투수 모두 전년도 부진 
넥센 : 트리플A 수업 끝낸 대기만성형 좌완 + 꾸역꾸역 막아주는 노장 우완 선발
          헤켄이 주키치가 되어줄까?
SK   : 3년간 최고 이닝이터였던 최고령 우완 + 더블A까지만 마스터한 최연소 용병
         로페즈는 건강하게 뛰어줄까?


두산, 삼성, LG의 선수 조합은 강력해 보인다. 다음은 한화를 선호하고 다른 팀들은 고만고만하다는 인상이다. 물론 기록이 보여주는 것은 한계가 있고 시즌에 들어가면 무수한 변수가 생길 것이다. 예상이 어렵기에 야구가 재밌는 게 아닐까? 2012년 시즌이 더욱 재밌으리라는 예상만큼은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