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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형은 빠른 볼을 던지는 고졸 투수다. 매년 드래프트의 수준을 여기에 빗대어 정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올해는 좋은 투수들이 많이 없다는 소리도 나온다. 정말 그럴까? 왼쪽의 표를 보면 그렇게 동의하기 어렵다. 지난 4년간 전체 지명 선수 중 고졸 투수의 비중이 가장 높은 해이고 상위 라운드를 기준으로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수 면면을 따져 봐도 이전 드래프트와 크게 차이가 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단, 윤형배나 조상우처럼 리그를 휘어잡은 압도적 파이어볼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상을 결정지었을 수는 있다. 또한, 우선 지명까지 10개 구단이 늘어나다 보니 각 팀이 실제로 뽑을 수 있는 선수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실제로 평범한 전면드래프트의 해였다면 전체 3라운드까지 뽑을 투수의 양이 2차 1라운드에서 끝나 버렸다. 한 마디로 올해 고졸 투수층이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물론, 실제 결과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법이긴 하다. 일단 대통령배까지의 기록을 통해 2014년 고졸 투수들의 활약을 정리해 보았다.




올해 우완 오버핸드 투수 중 가장 주목받은 선수를 꼽자면 제구와 구위의 밸런스가 좋은 청주고 주권. 어린 나이의 파이어볼러 서울고 최원태, 튼실한 하드웨어에 힘이 느껴지는 용마고 김민우가 있다. 이들은 시즌 초부터 고졸 빅3를 형성하며 드래프트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에 못지 않은 활약으로 황금사자기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투수라면 서울고의 두 투수인 남경호와 박윤철이 있다. 이 중 140km 이상이 가능한 남경호는 일찌감치 두산의 지명을 받았고, 스피드가 조금 떨어지는 박윤철은 대학행으로 방향을 틀었다.


후기 주말리그부터 청룡기까지 히어로는 KT가 1차 지명한 사이드스로 엄상백과 충암고의 우완 조한욱. 두 선수는 모두 최고 140km 초중반 이상의 빠른 볼로 삼진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전기 주말리그에 힘을 비축했던 엄상백은 시간이 갈수록 위력적인 피칭을 펼치며 실질적인 올해 NO.1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룡기 결승에서 맞붙은 조한욱은 조금 더 기복이 있는 편이나 오버핸드 투수라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이 있다.


팀별로 보자면 가장 많은 고교 투수를 뽑은 팀은 넥센. 김해수는 폭투와 볼넷 숫자에서 드러나듯 아직 제구력이 완벽히 잡히지 않았으나 높은 타점에서 위력 있는 볼을 뿌린다. 그외 140km를 넘기기 힘든 선수들이 많으나 FIP에서 보듯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가 다수다. 지난해부터 넥센의 드래프트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경향이다. 반대의 예는 SK. 허웅은 아직 야수가 더 익숙한 선수들이고, 투수로서 완성도보다는 발전 가능성에 중점을 뒀다. 삼성도 숫자는 적지만, 이와 비슷한 지명을 했다고 보여진다. 그 접점에 있는 팀이 두산으로 호남권의 우수 자원을 선별했다. 고졸 투수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롯데와 LG, KIA 등은 딱히 코멘트하기 어렵다.


올해 드래프트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잠수함 투수의 부족이다. 엄상백 외 NC가 지명한 마산고 류재인, KIA가 하위라운드에서 뽑은 야탑고 박정수 정도다. 류재인은 구속은 빠르지 않으나 옆구리 투수의 특성상 다른 우완 투수보다 1군 진입이 조금 빠를지도 모르겠다. 박정수는 작은 사이즈에도 불고 사이드스로 투수로 130km 중반 이상의 빠른 볼이 가능해 잠재력을 보고 뽑은 선수로 여겨진다.




좌완 투수 중에는 북일고 김범수가 좌투수로 고교 수준에서 괜찮은 구위와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독주하는 가운데 눈에 띄는 선수가 매우 드물었다. 경기고 봉민호와 청주고 박세웅은 모두 작년에 좋았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울산공고의 구창모가 후반기 주말리그에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며 NC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동산고 김택형과의 지명 순번 차이는 빠른 볼 스피드에서 갈리지 않았나 싶다. 새롭게 떠오른 투수라면 KT가 뽑은 인창고 정성곤. 우완 조한욱과 마찬가지로 후기 리그에 들어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정성곤의 투구 모습은 9월에 열리는 방콕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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