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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리그& 유망주

2016드래프트 리뷰 - kt, 한화, KIA, 롯데, 두산 -


24일 2016드래프트 결과가 발표됐다. 작년과 비교해서 유형별 구성비를 보자면 해외파 선수 선호와 상위라운드 고졸 투수 득세 현상이 더 심화됐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국내 리그의 이어진 타고투저로 투수에 대한 수요는 그대로인데 대학 리그의 극단적 타고투저로 인해서 다른 방향으로 투수 수집이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2016 드래프트 지명자 면면을 살펴보면서 각 구단의 스카우트 전략을 유추해보자.





kt 위즈 - 이변의 깜짝 픽, 확고한 스카우트 철학




이번 신인 지명에 있어서 가장 큰 이변은 첫 번째 픽에서 나타났다. 투수가 급하다고 봤던 kt가 해외파 슬러거 남태혁을 지명한 것. 구단의 의도를 헤아려보면 시즌 중 댄 블랙 효과처럼 중심을 잡아주는 타자의 유무가 팀에 미치는 영향이 투수에 못지않다는 교훈을 얻었을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는 고졸 야수보다 해외파 남태혁이 팀에 빠르게 녹아든다는 판단을 한 듯싶다. 남태혁은 제물포고 시절 탑클래스 유망주였고, 장타툴은 여느 대졸 야수보다 두드러진다.

단, 남태혁이 아직 고교 시절의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고교리그에서도 상대적으로 타율이 높은 편이 아니고, 미국에서도 부족한 수비와 컨택, 선구안으로 인해 평균 이하의 활약으로 루키 리그를 벗어나지 못했다. 루키 리그가 국내 2군보다 수준이 높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그만큼 위험 요소가 있는 선택이라는 의미.

투수 쪽에서도 kt의 스카우트 철학이 짙게 배어 나온다. 대학 리그를 평정할 정도의 구위와 커맨드를 가진 투수가 없다고 보고, 강한 공을 던질 잠재력이 있는 고졸 투수로 상위 지명을 모두 채워나갔다. 포철고 한승지는 부족한 제구력에도 강한 어깨는 리그 최상위에 위치한다. 거구의 좌완 서의태는 리틀 야구 시절부터 유명세를 떨친 유망주다. 대통령배 발전된 투구로 한층 매력적인 픽이 됐다. 대학 투수 3명도 180cm 후반대의 장신. 홍익대 장현우는 대학 통산 20이닝이 되지 않는 부각되지 않은 원석. 1군에서의 성과가 있기에 밀고 나갈 수 있는 전략이다.


한화 이글스 - 드래프트도 전력투구, 대졸투수 수혈이 핵심




선동열 감독 부임 시기 KIA는 성적을 내기 위한 지나친 대졸 투수 획득으로 논란이 많았다. 그 이상으로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크고, 투수 소모가 많은 한화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리란 것은 이미 예상된 바다. 한화는 올해 대학 리그가 타고투저가 극심했음에도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5명의 대졸 투수를 상하위 라운드별로 고르게 지명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대졸 선호를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다. 옥석을 가리는 혜안이 뒷받침된다면 다듬어진 기량으로 고졸 투수보다 내실 있는 픽이 될 때도 많다. 홍익대 김재영은 사이드스로 투구폼으로 MAX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던지는 졸업반 NO.1 투수다. 동의대 에이스 권용우는 올해 리그 최다이닝, 7번의 완투를 기록하는 등 이닝이터로 면모를 보였다. 혹사 논란은 결코 간과할 수 없지만, 이닝당 투구 수는 그나마 적은 편. 구위와 제구력은 대학 리그 상위권으로 분류된다. 디지털서울문예대 염진우도 올해 실질적인 대학 최고의 좌완이다. 연세대 김찬균까지 올해 성적이 급격히 향상된 선수들이다.

보다 여유가 있는 야수 쪽은 장래성 있는 고졸 야수를 대거 지명했다. 이동훈은 빠른 발에 수비와 컨택 능력에 장점이 있고, 야탑고 3루수 김태연은 작은 체격에도 훌륭한 장타력을 지닌 고교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다. 단국대 장진혁은 내외야가 모두 가능한 체격과 운동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청소년대표로 발탁된 박상언도 올해 불꽃 같은 타격을 보이면서 가치를 올렸다. 계약에 성공한다면 하위라운드에서 분명 쏠쏠한 픽이다. 1차 지명 포함 임팩트가 다소 부족하긴 해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싶은 선수들이 꽤 눈에 띈다.


KIA 타이거즈 - 2년 연속 야수 탑픽, 여유 찾은 고졸선호




지난해 KIA는 황대인이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홈런포를 쏘아 올린 덕에 고졸 NO.1 야수를 획득할 수 있었다. 올해 1라운드에 지명한 최원준도 스틸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팀 상황을 고려하면 행운이 깃든 이상적인 픽에 가깝다. 컵스와 계약한 권광민 같은 하드웨어는 갖추지 못했으나 빼어난 운동능력과 화려한 퍼포먼스는 차세대 스타가 될 잠재력이 엿보인다.

이후 지명은 작년 전략과 유사하나 의도적이라고 할 만큼 대졸자를 배제한 게 특징이다. 휘문고 정동현과 상원고 전상현은 팔꿈치 수술 후 회복 과정에 있는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향후 빠른볼 스피드가 크게 향상되지 않아도 뛰어난 커맨드를 바탕으로 프로에서 역할을 해줄 만한 유망주다. 세광고 남재현은 반대로 고교 리그에서 돋보이는 패스트볼을 무기로 하는 선수.

하위 고졸 야수들은 공수 완성도가 높다기보다 특화된 장점이 있다. 이진영은 준수한 툴에 작년 .386의 타율로 주가를 올렸으나 올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휘문고 이승우는 장타력과 강한 어깨에 비해 컨택 능력과 선구안이 불안, 수비가 좋은 김규성은 타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동성고 신범수와 광주일고 류승현은 공격력 면에서는 리그 최상위권으로 포지션을 유지한다면 대단한 스틸이 된다.


롯데 자이언츠 - 좌완 하드웨어 올인, 적중률은?




롯데는 근 10년간 드래프트에서 거의 동일한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김명성을 제외하고 전국 단위 첫 번째 픽으로 모두 고졸 투수를 지명했고, 덩치 큰 우완 파이어볼러 유형의 선수가 주를 이뤘다. 그리고 대부분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역시 마찬가지. 189cm의 한승혁은 좌투수로 한정하면 140km 초반 이상의 빠른 볼을 구사하는 몇 안 되는 투수다. 그래도 빠르게 발전하는 추세라고 하면 동문의 선배 진명호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문제는 이후 대부분의 픽이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원광대 김영일은 올해 140km 후반의 공이 찍히면서 화제가 되었다지만, 대학 3년간 공식 경기 출장이 없었다.(야수로 출장) 10개 구단 중 롯데가 지명한 2차 지명 투수가 프로필상 평균 187cm 88kg으로 가장 덩치가 크지만 9이닝당 볼넷 숫자도 7개 내외로 가장 많다. 그나마 원광대 김성재가 3학년까지 대학 정상급 좌완으로 활약했다.

야수 쪽으로 눈을 돌리면 해외파 나경민이 눈에 띈다. 리드오프 타입의 툴플레이어로 72만 5000달러의 계약금이 가치를 설명한다. 3라운드 지명된 것을 보면 몸 상태 때문에 트라이아웃 당시 스카우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상원고 이석훈이나 경남고 조준영도 순번 대비로 보면 만족스러운 지명이다.


두산 베어스 - 선 수비 후 파워, 편식 없는 야수 픽




투수가 주가 되는 1라운드에 두산은 인기 없는 대졸 야수를 뽑는 다른 팀과 차별화된 선택을 했다. 조수행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야수냐고 묻는다면 적어도 1라운드 가장 안전한 카드라고 말할 수 있다. 조수행은 최소 지난 10년간 대학 야구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성공한 대도로 수비와 주루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외야수다. 프로에서 어느 정도 컨택 능력을 보여준다면 스탯 이상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다.

상원고 유격수 황경태 픽도 동일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단, 포지션 메리트는 있지만, 타격 생산성은 더욱 제한된다. 이후 하위라운드에 지명된 야수들은 기본적으로 파워 옵션을 장착하고 있다. 선린인터넷고의 홍성호는 타고난 타격 재능이 빛을 바라려면 공수에서 다듬을 점이 많다. 서예일은 미들 인필더로 수비의 약점을 극복해야 하고, 대학에서 급성장한 이찬기는 프로에서 다시 선수로서 정체성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형적인 슬러거 타입의 중앙대 양구열은 취약한 선구안이 프로 생존을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효원대 고봉재는 강력한 구위를 지니진 못했지만, 이번 시즌 김재영 못지않은 활약을 했다. 옆구리 투수의 특성상 프로에서 빠르게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강릉고 정덕현은 작은 체구를 보완했을 때 모습을 상상하고 지명한 선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