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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리그& 유망주

2017 드래프트 1차 지명, 새로운 세대의 출현?

지난 6월 27일 연고권을 범위로 하는 2017 KBO 신인 1차 지명 명단이 발표되었다. 작년에 이어 고졸 투수가 무려 8명이 뽑히는 등 다소 치우쳐 보이는 스카우트의 특성이 반영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국내 야구가 타고투저로 투수가 귀한 상태이고, 한정된 고교 야구의 특성상 투수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04년 나무배트를 사용하면서 이러한 경향이 심해졌고, 대학야구가 침체와 되면서 고졸 투수 중심의 드래프트가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가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하면 유독 185 후반에서 190cm 이상의 신장이 큰 선수가 많이 보이고, 향후 150km 이상을 뿌릴 수 있는 파이어볼러 자원이 늘어났다. 이는 올해만이 아니라 내년과 내후년에도 예상되는 결과이다. 참고로 올해 고교 졸업자는 06년 WBC 대회에는 초등학교 2학년, 08년 베이징 올림픽 시기에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됐던 세대다. 당시의 야구 흥행이 현재 드래프트에 반영되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으나 보다 체격 조건이 좋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상위라운드에 많이 보인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다음으로 2차 지명 순번으로 각 팀의 1차 지명 선수들의 기록과 선택의 배경을 짚어보자면





kt 위즈 - 장안고 조병욱 RHP 185cm 95kg


안타깝게도 2013년 창단한 kt 위즈는 연고권에 야구 명문이라고 할 만한 고교 팀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지역 팜을 다지기에 부족한 시간이어서 다른 구단에 비해서 눈에 띄는 자원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1학년부터 활약한 투수라고 하면 소래고의 우완 김지훈을 꼽을 수 있는데 체격이 크지 않고, 올해 부진하면서 스카우트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래서 떠오른 선수가 장안고 조병욱. 몇몇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평균 140km 중반의 빠른 볼을 던진다는 표현은 과장이 심해 보이나 투수로 좋은 체격에 잠재력 있는 선수라는 점은 동의할 수 있다. 단, 7.44의 평균자책점은 1차 지명자로서는 참혹한 성적인데 FIP는 4점대로 낫고, 시즌 초 부상이 있었음은 감안할 수 있다. 작년 시즌에는 13.1이닝 3.91의 평균자책점으로 보다 양호하다. 그렇다고 1차 지명 대상자로 우수한 수치도 아니지만.


한편 야수로 눈을 돌려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3할을 훌쩍 넘는 고타율에 발이 빠른 리드오프 유형의 중견수 유신고 홍현빈을 선택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실적으로 보면 타당한 의견으로 보이지만 사이즈가 작은 외야수는 일반적으로 상위라운드에 선호되지 않는다는 면에서 1차 지명 선택 범위에 벗어나 있었으리라 예상한다. 



LG 트윈스 - 충암고 고우석 RHP 182cm 85kg


공동관리하는 서울 지역에 이번 연도 1번 지명 차례가 돌아온 LG에 대해서 매우 운이 좋다는 말을 하는 이들이 많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지명한 충암고의 고우석이 이미 신입생 시기부터 동년배 최고의 투수라는 평을 받고 있었던 덕분이다. 2학년에는 팀의 에이스로 57.2이닝 동안 1점대 중후반의 평균자책점과 FIP를 기록하면서 리그를 초토화했다고 할만하다. 또 빠른 볼 스피드가 150km에 육박할 정도니 어느 해 전면드래프트라고 해도 1픽을 경쟁할 정도로 매력적인 자원이다. 흠결을 찾자고 하면 지난해 러닝 도중 넘어져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수술 후 올해 마운드에 복귀해 건재함을 뽐냈으나 다소 밸런스가 흐트러졌는지 작년만 못한 모습을 보이긴 했다. 또 투수치고는 조금 작은 신장이 옥에 티. 그럼에도 불구 이번 드래프트 가장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 중 한 명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롯데 자이언츠 - 부산고 윤성빈 RHP 195cm 95kg


충암고 고우석이 2015년 명실공히 고교 2학년 중 NO.1 투수라고 한다면 가장 유명세를 떨친 유망주는 부산고 윤성빈이다. 최고 150km를 찍을 수 있는 강력한 패스트볼과 190cm를 훌쩍 넘는 빅리그급 하드웨어는 전국적으로 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경쟁력이다. 메이저리그도 윤성빈의 원석으로서 매력을 탐냈기에 꽤 묵직한 오퍼를 했다고 전해지나 본인이 먼저 한국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롯데가 보석을 만들 기회를 부여받았다. 윤성빈의 결단이 현명해 보이는 이유는 유명세에 비해서 성적은 1학년 때부터 매우 평범하다. 신체가 성장함에 따라 투구폼이 바뀌고 몸에 체화되지 않아 제구력이 들쑥날쑥하다고 한다. 선수나 구단이나 조급증을 버리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프로에서 기대치에 걸맞은 활약을 해주길 바란다.



KIA 타이거즈 - 효천고 유승철 RHP 185cm 83kg


과거의 명성과 달리 최근 호남 팜에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빼어난 고교 투수가 많이 나오진 않았다. 올해도 1차 지명 대상자를 찾는 스카우트의 고민이 커 보였는데 동성고 김진호는 전학생으로 규정에서 제외됐다. 동성고 외야수 김석환이나 진흥고 우완 정윤환은 포지션이나 사이즈의 불리함을 이겨낼 성적 메리트가 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구세주가 돼준 선수라면 2학년까지 포수로 뛰었던 효천고 우완 유승철이다. 작년 12월 투구 연습을 시작했는데 연고권 내 25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FIP가 가장 낮을 정도로 준수한 활약을 했다. 호투의 비결은 강력한 패스트볼로 시간이 흐를수록 스피드가 빨라져 현재는 최고 150km 이상을 마크한다고 한다. KIA의 신인 지명자 중에는 2011드랩의 한승혁 이후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부단히 투구 기술을 기르고, 야수 출신으로 부상 관리에 신경 쓴다면 탑 유망주로 길을 밟을 수 있는 후보다.




한화 이글스 - 북일고 김병현 LHP 187cm 88kg


한화는 이번 1차 지명 결과가 가장 궁금한 팀 중 하나였다. 앞서 언급한 구단처럼 압도적으로 치고 나가는 선수가 없어 너무 뻔한 지명이 아니었고, 선택폭도 꽤 다양한 편이기 때문이다. 대학 최고의 포수라 불리는 홍익대 나원탁, 작년 야수로 4개의 홈런을 치고, 올해는 투수로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대전고 전무권, 2학년 때부터 꾸준한 피칭을 해온 청주고 김진강 등 건실한 후보들이 있었다. 이들을 제쳐두고 한화가 선택한 선수는 북일고 좌완 김병현이다. 위 표에서 보다시피 성적은 1차 지명 대상자로 많이 부족하고, 구위도 뛰어난 편이 아니다. 대신 장점이라고 하면 체격 조건이 가장 좋고 왼손으로 던진다는 점이다. 과연 한화의 선택이 올바른 결정이었을까? 확률적으로 보자면 위험한 선택일지도 모르나 스카우트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SK 와이번스 - 야탑고 이원준 RHP 190cm 95kg


SK는 이번 1차 지명 결과의 경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구단이다. 연고권 내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했던 선수라면 작년 .393의 타율 13도루, 올해는 .556의 타율 10개의 도루를 기록한 동산고 유격수 김혜성이 있다. 또 SK 스카우트가 더 선호한 것처럼 보이는 유격수라면 역시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고 184cm 86kg의 체격 조건을 갖춘 제물포고 김민수가 있다. 그러나 역시 스카우트의 선택은 덩치 큰 고졸 투수인 야탑고 이원준이었다. 2학년까지 팔꿈치 부상으로 작년까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으나 올해는 62.1이닝을 던지면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에이스로 톡톡히 활약했다. 190cm의 건장한 체격에 최고 140km 중반 때까지 빠른 볼을 뿌리니 연고권 야수들이 아른거리면서도 구단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다.



넥센 히어로즈 - 휘문고 이정후 SS/CF 185cm 78kg


최근 드래프트에서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며 성공 신화를 써가고 있는 넥센이 올해도 유일하게 1차 지명에서 야수를 지명했다. 다만 차이점이라고 하면 서울권에 고우석을 제외하면 압도적인 투수 자원이 없어 쉽게 예상된 결과였다. 휘문고의 유격수 이정후는 올해 최고의 야수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전설 이종범의 아들로 어릴 적부터 유명세를 탔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며 전국구 유망주로 무난한 성장을 해왔다는 점에서 대견한 선수다. 1학년 때부터 외야수 주전으로 뛰며 3할 타율을 기록했고 작년에는 .521의 타율과 7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은 보다 난이도가 있는 유격수에서 뛴 탓인지 타율이 조금 하락했는데 맞추는 능력이 탁월한 선수. 문제는 프로에서도 유격수로 남을만한 수비력을 갖추고 있느냐다. 넥센의 탁월한 스카우트 능력을 믿으면서도 윤성빈을 밀어내고 네이버 많이 본 뉴스 1위를 기록한 이정후의 스타성에도 점수가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NC 다이노스 - 김해고 김태현 LHP 189cm 92kg


드래프트에서 팀의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는 게 중요할까 가장 반짝이는 선수를 지명하는 게 현명할까? 실제로 어떤 선수가 유용하고, 더 재능이 있는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그래도 그 상황에 어떤 판단을 했는지는 추정이 가능하다. 현재 NC가 가장 필요로 하는 포지션 중 하나는 군대 갈 김태군의 자리를 메워야 할 포수 위치다. 다행히 연고권에 졸업반 최고의 포수 자원이라는 용마고 나종덕이 준수한 활약 중이다. 그런데 더 눈에 띄는 재능이라면 김해고의 좌완 김태현을 들 수 있다. 2학년 시기 고교 선수로는 준수한 제구력과 구위로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구속이 더 향상되어 최고 140km 중반 이상의 빠른 볼을 뿌렸다고 하니 좋은 체격과 함께 미국 스카우트들에게도 관심을 받을 만하다. 나종덕이 아무리 완성도가 뛰어나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NC의 김태현 선택은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 - 경주고 장지훈 RHP 190cm 80kg


선수층이 풍족했던 삼성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드래프트는 무조건 현재보다 미래에 중점을 둔 선택을 했다. 허나 그러한 선택들이 제대로 적중하지 못했고, 구단 내 사정으로 주축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드래프트 전략의 수정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마침 연고권에 굵직한 유망주 두 명이 대졸과 고졸 투수로 나누어 졌다. 경성대 김명신은 안정된 제구력과 경기 운영능력이 뛰어난 기교파 투수. 내야수에서 전향한 경북고 3학년 시기부터 대학 졸업반까지 기복 없는 피칭을 했다. 경주고의 장지훈은 김명신보다 4살 더 어리고, 신장이 10cm가 더 큰 고졸 투수다. 최고 140km 중반 이상의 빠른 볼도 지니고 있어서 드래프트 정석적인 선택은 장지훈으로 기울어진다. 고교 리그에서 활약도 나쁘진 않다. 변수는 작년 상위라운드 파이어볼러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인데 결국, 예상외의 지명은 하지 않았다. 내년 더 임팩트 있는 활약을 하고 있는 한양대 좌완 최채흥이 나오기에 적절한 안배다.




두산 베어스 - 동국대 최동현 RHP(사이드스로) 185cm 90kg


넥센과 함께 화수분 야구의 대표겪인 두산도 다른 팀과 차별화된 선택을 했다. 동국대 최동현은 올해 유일한 대졸 그리고 사이드스로 투수다. 더군다나 시즌 중 팔꿈치 수술로 내년 시즌 어느 시점까지는 재활에 매진해야 한다. 두산이 이런 남다른 행보는 앞서 말했다시피 서울권 눈에 띄는 자원이 부족해서다. 빠른 볼에 강점이 있는 서울 디자인고 소이현이나 올해 뛰어난 성적을 올리면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장충고 양기현 등이 있지만, 1차 지명 후보로는 불안한 점이 있다. 그에 반해 최동현은 신일고 1학년 때부터 에이스로 활약하며 훨씬 인지도 있는 아마 유망주다. 다소 기복 있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몇 차례 국제대회에서의 모습 등을 비롯해 기량이 검증된 선수. 프로에서 대졸 사이드스로 투수의 활용도를 보자면 대박은 몰라도 팀에 도움이 될만한 선수임에는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