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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9월 이후 팀 스탯, 다시 출발선으로

FIP는 가능한 수비를 배제한 추정 방어율

FIP = (13*HR + 3*(BB-IBB+HBP) - 2*K) / IP + 3.20(혹은 시즌에 따른 특정값)


wOBA는 출루율처럼 보면 되는 종합 타격 스탯입니다.

wOBA = (0.72*(볼넷-고의사구) + 0.75*사구 + 0.90*1B + 0.92*실책출루 + 1.24*2루타 + 1.56*3루타 + 1.95*홈런) / (타석-고의사구)

 

DER은 파울이나 홈런을 제외하고 타자가 친 공을 수비수들이 아웃시킨 확률. (그라운드 상태에 의해 실책이 많이 나오는 구장은 타자의 wOBA가 소폭 상승할 수 있으며, 반대로 DER은 하락하게 된다.)

DER = (타석-안타-삼진-사사구-에러로 인한 출루 허용) ÷ (타석-홈런-삼진-사사구)





넥센 히어로즈 - 순위 빼면 완벽한 마무리


후반기 넥센이 타격에 비해 득점이 나지 않고 FIP와 ERA의 간격으로 인해 성적이 나지 않는다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이 말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앞으로 치고 나갈 저력이 있다는 의미도 된다. 9월 이후 넥센은 모든 혈이 뚫리듯 승승장구했다. 박병호는 23경기 12홈런 장타율 .765를 기록하며 백투백 MVP를 예약했다. 강정호도 .916의 OPS로 뒤를 받쳤다. 서건창이 합류한 이후 팀의 수비력도 차츰 안정을 찾았고, 도루 숫자는 9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야수가 잘해주니 투수들도 힘을 얻는다. 선발은 벤 헤켄이 5경기 29.2이닝 1.82ERA 2.48FIP로 1선발에 걸맞은 피칭을 했다. 또 오재영이 선발에 합류하면서 4선발 로테이션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니 일격에 무너지는 경기가 줄었다. 불펜은 강윤구 보직 전환 후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비록 플레이오프 직행에는 실패했지만 9월의 넥센은 완벽에 가까웠다. 옥에 티라면 홀드왕 한현희가 5점대 방어율로 지친 기색을 나타냈고, 박동원의 이탈로 허도환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두산 베어스 - 투수진 정비가 PS 열쇠


삼성 입장이라면 2위가 아니었으면 하는 팀이 어딜까? 아마도 성적만 보면 두산이 아닐까 싶다. 두산은 후반기 53경기 31승으로 가장 높은 승률을 올렸고, 니퍼트와 이용찬이 막바지에 합류했다. 야수들의 타격 기록과 선수층이 앞서있는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김동주, 윤석민이 빠진 3루 자리는 이원석이 .571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메우고, 유격수 자리에는 허경민, 김재호, 손시헌이라는 주전급 세 명이 경쟁한다. 만약 마지막 경기 두산이 승리했더라면 1위 삼성 못지않게 우승 확률이 높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이제 두산은 다시 도전자 입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관건이 되는 것은 투수진. 선수들의 기량 자체는 훌륭하나 현재 아직 어수선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선발 중에는 9월 이후 선발 중 3점대 FIP를 기록한 선수가 없다. 니퍼트는 3일 KIA와 마지막 경기 난조를 보였는데 몸 상태가 완벽히 회복되지 않았다면 낭패가 되어버린다. 불펜은 윤명준-오현택-홍상삼 트레오가 있으나 베테랑의 활약이 부족해 경험이 적다는 게 약점이다. 준PO에서 중요한 순간 유희관과 정재훈이 어떻게 활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 라이온즈 - 천재 타고 오르다


부상 복귀 후 채태인은 마치 야구의 신과 같았다. (사진 출처 - 삼성 라이온즈)


이번 시즌 프로야구도 가장 강한 자는 역시 삼성이었다. 후반기로 한정하면 페이스가 다소 떨어지긴 했으나 삼성처럼 꾸준했던 팀은 없다.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천재로 불리는 채태인의 복귀. 9월 17일 전까지 5승 6패를 기록하던 팀은 채태인 합류 후 9승 4패로 1위를 확정 지었다. 이 기간에 채태인은 34타석 .621의 타율 1.608의 OPS로 상대 투수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삼성이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팀은 아니라도 미친 선수가 있으면 성적이 오르는 게 당연지사. 한국시리즈에도 이런 타격을 해준다면 김상수의 부상에도 V7은 몹시 유력해진다.


삼성의 선전에는 살아난 불펜의 영향도 컸다. 두 달 연속 4점대 FIP로 불안했던 삼성 계투진은 마지막 달 수치를 2점대로 끌어내리면서 명성을 찾았다. 주인공은 오승환이 아니다. 오승환은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마무리 역할은 했으나 홈런을 2개나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대신 신성 심창민이 13이닝 동안 18K 3사사구를 기록하며 황태자임을 확인시켰다. 안지만도 여태까지의 부진을 만회하는 솔리드한 피칭을 했다. 포스트시즌 차우찬이 불펜으로 나선다면 힘은 더 강해질 수 있다. 

      


LG 트윈스 - PO 직행에도 타격 고민 여전


정말 올해는 LG가 주인공이 된 듯하다. 두산과의 마지막 경기, 빼어난 제구력을 갖춘 유희관의 느린 커브를 역대 최고의 배드볼히터 이병규가 받아치며 다시 한 번 기적 같은 역전승을 만들어 냈다. 역시 스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올해 LG는 이병규와 같은 스타가 안타를 만들어내며 분위기를 가져오곤 했다.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승리들이라 팬들의 감동은 두 배가 된다. 박용택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사진은 야구팬이라면 모두 뭉클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단편적인 득점 루트에 불안하기도 하다. 홈런은 9월 이후 10개가 안 되고, 볼넷도 적은 편이다. LG는 6월 이후 승률이 야금야금 줄어들고 있고, 타격 사이클은 내려와 있다. 정규시즌 2위를 확정했다고 해도 샴페인을 들이키면 안 되는 이유다. 다행히 투수력에 있어서는 기복이 적었다. 리즈-우규민 원투펀치가 확고하고 류제국도 기대 이상이다. 신재웅과 신정락 1+1이라면 4선발도 경쟁력이 있다. 플레이오프에 맞춰서 타선이 다시 살아난다면 유광 잠바를 입은 LG 팬들은 기적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롯데 자이언츠 - 전력 질주로 체면치레



유격수 신본기는 또 한 명의 완성된 대졸 성공 사례다. (사진 출처 - 롯데 자이언츠)


4강에 떨어진 팀 중 9월 이후 5할 승률을 유지한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마지막 자존심을 챙겼다고 할 수도 있으나 내년을 대비해 다양한 시도를 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롯데는 마지막 며칠을 제외하면 4인 로테이션으로 유지되었고, 선발이 던진 139이닝 중 송승준, 유먼, 옥스프링, 김사율이 128이닝을 책임졌다. 이상화가 조금 더 기회를 받았더라면 내년 투수진을 꾸리는 데 한결 도움이 됐을 듯하다. 그나마 불펜에서는 김주찬의 보상선수 홍성민이 새 얼굴이 되어줬는데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이닝으로 무리한 감이 있다.


타선에서는 신본기의 활약이 반갑다. 24경기 출장 24타석 동안 .346AVG .443OBP .423SLG로 시즌 성적을 급하게 끌어 올렸다. 롯데가 FA로 손시헌을 영입하지 않는 이상 유격수 포지션의 주인은 신본기가 차지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2루수 정훈도 9월 3개의 홈런으로 팀의 부족한 장타력에 힘을 보탰다. 올해 롯데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하면 신본기-정훈이라는 새로운 키스톤 콤비의 결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롯데는 4강 여부와 별개로 투타에서 만족스러운 시즌은 아니다. 그렇지만 시즌 후반 선전한 이상화, 홍성민, 신본기 등이 활약을 이어나간다면 내년 큰 꿈을 꿀 수 있는 시즌이라 위안해본다.



SK 와이번스 - 중심을 흔들지 말라


2위 결정전으로 주목받지 못한 SK와 NC의 마지막 경기는 사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이날 패배로 SK는 신생팀 NC에 유일하게 상대 전적이 뒤지는 팀이 되었고 5할 승률 달성에 실패했다. 그리고 이것보다 훨씬 아픈 대목은 불펜으로 투입된 김광현이 박정준에게 투런 홈런을 맞으며 블론을 기록한 것이다. 8회 박희수-박정배 필승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김광현이 출장한 배경은 내년 보직 이동을 위한 실험이라고 풀이된다. 


SK는 후반기 타고투저가 본격화되어서 투수진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다. 허나 아랫돌 빼서 윗돌 막기 방식이라면 곤란하다. SK 투수진은 시즌 후반 윤희상의 질주로 토종 선발 3인과 마무리 박희수는 건재하다. 오히려 9월 외국인 투수의 부진이 눈에 띄었고, 복잡해진 야수 포지션 정리는 필요하다. 송은범 트레이드는 결과적으로 lose-lose 트레이드에 가까우나 내년을 전망해 보면 SK에 더 큰 타격으로 느껴진다. 부디 SK가 자신의 약점을 제대로 파악해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화 이글스 - 영건 만들기는 이제부터 시작


최근 한화는 송창현의 활약에 꽤나 고무되어 있다. 마지막 선발 등판 6경기 38.0이닝 1.89의 평균자책점이라는 기록을 보면 류현진의 재림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다. 다만, FIP는 4.60으로 지극히 평범했다. 올해 송창현의 시즌 전체 성적도 3.70의 평균자책점과 비교해 FIP는 5.58로 높았다. 반대로 볼넷을 남발한 유창식은 적은 피홈런으로 FIP는 송창현보다 낮은 5.27을 기록했다. 갈 길이 먼 두 선수에게 과한 낙관과 비관 모두 위험하다는 뜻이다.


야수 쪽에는 기쁜 소식이 들린다. 팀 내 최고 유망주 중 한 명인 하주석이 상무에 지원했다고 한다.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하주석이 군대에 가지 않았더라도 1군에 주전으로 활약하기란 요행에 가깝다. 한화 코칭 스탭이나 프런트가 지금에라도 마음을 고쳐먹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무리한 세대교체가 리빌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양기처럼 2군에서 기량을 올리고 저평가된 선수가 그 사이를 메워주면 된다. 이양기는 9월 이후 .769의 OPS를 기록해 중심 타자 역할을 톡톡히 수행 중이다. 최하위 한화에 한상훈의 수비와 출루 능력은 여전히 매우 유용하다.



NC 다이노스 - 방전된 체력, 성적은 뭉클


에릭은 승수가 투수에게 쓸모없는 스탯이란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사진 출처 - NC 다이노스)


신인이거나 이전 팀에서 자리 잡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인 NC에는 풀타임을 처음 치러본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NC는 9월 이후 8승 13패로 부진했고, 팀타율은 .201로 땅끝까지 내려갔다. 나성범, 모창민, 김태군은 1할의 타율, 김종호, 조영훈, 권희동도 2할 극 초반의 타율로 주전 중 OPS 7할을 넘긴 선수도 없다. 그럼에도 수비 효율 1위라는 수치는 칭찬해줄 만하다.


NC가 올해 4할 승률을 유지하고, KIA를 제친 비결은 역시 선발진에 있다고 하겠다. 에릭과 찰리, 이재학은 모두 1점대 평균자책점과 3점대 FIP를 기록해 팀의 확실한 방패막이가 되어줬다. 아쉽게도 시즌을 마칠 때까지 5선발로 정착한 투수는 없었지만, 내년 외국인 투수가 보강되면 더 안정적으로 시즌을 꾸릴 수 있다. 구원진에는 이민호, 최금강, 손정욱, 김진성 등이 가능성을 보였고, 앞으로는 윤형배가 합류한다. 첫 시즌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경기력으로 프로야구를 빛내준 NC 선수단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KIA 타이거즈 - 씁쓸한 무등구장 고별 무대


광주 구장의 마지막 고별 경기에서 지면서 KIA는 시즌 8위를 확정 지었다. 8월에 이어 9월에도 3할 승률을 달성하지 못했고, 마지막 28경기에서 득실 마진은 -67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경기 결과에 대해 팬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선수들 면면을 보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라인업 중 절반 이상은 루키급 새 얼굴. 더군다나 2군에서도 평균 혹은 그 이하의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이니 조금도 이변이 아니다. KIA는 처참한 승률보다 1군에서 기회를 줘도 보람을 느낄 유망주가 적다는 사실에 더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가 있다. 앞으로 8위를 해서 올라간 픽이 무위가 되지 않도록 스카우트에서 성과를 내야만 한다.


그래도 투수진에서 모락모락 희망이 피어올랐다. 양현종이 복귀해 살아난 구위를 확인시켰고, 박경태는 4경기 22.1이닝 동안 3.63ERA 3.46FIP로 에이스 못지않은 활약을 했다. 한승혁도 패전 조로나마 임팩트 있는 피칭을 보였다. 관건은 타격도 투수력도 아닌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수비력이다. 최근 나지완이 다시 한번 입대를 미룰 수도 있다는 뉴스가 들리는데 매우 미시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그보다 김선빈이 다치고, 이범호를 지명타순에 넣어도 안심할 만한 내야수 보강이 오프시즌 당면 과제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