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메모

LG 연봉협상 잡음, 문제의 초점은 어딜까?

오늘은 이범호 복귀 가능, 이승엽 오릭스행 유력등 굵직 굵직한 뉴스가 참 많았네요. 그 중에 가장 제 주목을 끈 건 LG의 연봉협상에 관련된 기사 였던 것 같습니다. 오프시즌 연봉협상과 관련해서 LG가 베테랑 들에게 전반적으로 인상률이 적거나 삭감폭이 큰 반면 오지환, 작은 이병규에게 최저 연봉에서 1억이상이라는 큰 인상폭으로 인해 일관성이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가령 10년, 11년이상 뛴 김광수, 이동현이 오지환 보다 못하지 않은데 오지환 보다 인상폭이 적냐는 것 입니다. 9000만원이 되지 않는다구요. "이런 식이면 훈련이 의미가 없다" 라는 말로 기사는 보이콧 조짐이라고 자극적인 타이틀을 걸었습니다.

 

기사를 보고  어떤 생각이 떠오르셨나요?  다양한 시각이 있을 걸로 생각됩니다. 제 의견을 말하기에 앞서 예로 제시된 오지환의 성적을 한 번 볼게요. 오지환은 올해 125경기 출장 417타석 .242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실책도 27개로 리그 최다죠. 이 것만 보면 1억은 택도 없어 보입니다.

뉴스뱅크F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하지만 타율과 실책은 공격력, 수비력을 보는데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은 이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죠. 오지환은 낮은 타율에도 .332의 출루율 .423의 장타율을 기록했고 올해 유격수 최다인 13개의 홈런을 쳤습니다. (강정호는 12개)  또 운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리그 5위에 해당하는 7개의 실책 출루를 기록했는데요. 1,2,3,4위는 이대형,정근우,이택근,조동화 였습니다. 오지환의 발이 빠르기 때문에 유리했다는 의미도 되겠죠. 오지환의 WOBA는 .340으로 유격수 중 강정호에 이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오지환은 올해 주루 플레이도 매우 잘 한 걸로 보이는데 13개의 도루를 하는 동안 도실은 단 2개 였습니다. Statiz에서 도출하는 기록을 보면 도루 이외에 추가 진루에서도 LG 선수들 중 가장 돋보입니다. (추가 진루에 관해서는 더 고려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오지환의 수비에 관해서는 이견이 별로 없죠. 27개 실책은 잠실이 홈이라고 해도 과하고 Statiz의 sFRAA 리그 꼴찌를 차지하고 있네요. 수비기록은 주루처럼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지만 코칭스탭이 스카우팅 리포트를 쓴다고 해도 매우 낮은 점수를 받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포수포지션과 함께 가장 어려운 유격수 자리에서 944.2이닝을 수비한 건 감안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지환의 기록 중 높게 평가할 만한 것들을 살펴봤는데 Statiz에서 계산하는 종합 기여도인 WAR에서 오지환은 LG 선수들 중 조인성, 봉중근, 이병규(젊은)에 이어 4번째 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물론 Statiz의 WAR을 측정하는 방식이 기여도를 제대로 나타낸다고 확신 할 수 없겠죠. 운영자 분이 가능한 현실적인 반영을 하려고 노력해 주시지만 특히 수비와 주루에서는 현재 측정되는 기록 방식에서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올해 오지환의 기여도가 LG 선수들 중 다섯 번째 안에 든다던가, 야구시장이 커진걸 반영하면 충분히 1억을 받을 만하다는 것 모두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돌아서 왔는데 오지환이 이동현 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다던가 하는 문제는 성적에서의 문제라기 보다는 프로야구에 당연시 여겨지는 '연차'에 관한 개념이 크다는 것 이죠. 새파랗게 젊은 오지환이 월등하게 잘하지 않았는데 10년 넘게 기여한 김광수 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건 국내의 직장에서라면 있기 힘든 일이 될 겁니다. 하지만 팬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죠.
프로 스포츠의 선수는 얼마나 오래 뛰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하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프로야구 선수는 일반 직장인이 아니라 개인 사업자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의견이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베테랑이 많은 연봉을 받기에 은퇴에 관해 더 민감해 지는게 아닐까 생각도 하고 KIA 팬이지만 올해 이종범의 연봉 2억6000만원은 우승 프리미엄이라고 해도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뉴스뱅크F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개인 사업자 신분이라고 해서 노조를 인정 받지 못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구단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작년 롯데의 이정훈과 같이 자신의 연봉이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낮다고 해도  연봉조정재판에 가면 조직위 구성의 문제로 100% 선수가 지게됩니다. 뿐만 아니라 구단에 낙인이 찍혀 향후 선수 생활이나 코치로 취직에도 불이익이 당해지는 것 이죠. 또 팀성적에 따라 팀연봉액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선수에게 분배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애초에 선수연봉은 성적에 따라서만 매겨진다는건 어렵죠.
프로야구 선수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이라고 하지만 철저하게 근로자의 신분에서 연봉이 매겨진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선수들에게 연차만 쏙 빼고 얘기한다는건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죠. 

연장선상에서 보면 베테랑의 연차개념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FA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선수들이 구단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할 수 있는건 FA신분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자신의 기량을 평가할 기회도 주지 않았는데 주는대로 받으라는건 납득이 안되니까요. 이도형 처럼 10년이 훨씬 넘게 뛴 선수가 FA자격을 신청할때 은퇴를 운운하는 상황에서 연차개념이 없는게 가능할까요?  MLB도 신인 3년차 까지는 아무리 잘해도 연봉조정 신청이 주어지지 않아 헐값에 뛰어야 하지만(슈퍼2제외) 6년을 마치면 FA자격을 얻기 때문에 잡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처럼 평생 선수생활을 해도 보상금 때문에 FA신청이 불가능 하다면 합리적인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까요.


LG 선수들 혹은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이 연봉협상에서 받는 불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데 이 불만이 선수들이 말하는 자존심을 세워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동등한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 것에서 표출됬으면 합니다. 매우 힘든 길이지만 그런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믿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