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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WAR로 보는 FA 시장 오버페이와 적정가 사이

팬그래프닷컴은 올해 추신수의 활약이 280억급 시장가치를 지녔다고 수치화 했다. (사진 출처 - 포토버켓  


11월 15일부터 아시아시리즈가 열림에도 불구 미디어의 포커스는 FA 신청자들의 행보에 맞혀져 있다. 특히나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을 두고 현장이나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급기야 선수와 계약을 해도 눈치가 보여 발표를 못 한다느니 비공개로 내용을 알리지 않을 것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떠도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이 나오는 이유는 FA 금액에 대한 기준이나 사례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야구 시장이 급격히 성장해 상황이 급변했지만, 시장에 풀린 선수는 현격히 부족하다. 통계가 쌓이지 않으니 자존심만 세워달라는 추상적인 표현만 나오게 된다.


선수의 몸값을 구체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이 없을까? 미국의 유명 MLB 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http://www.fangraphs.com/)는 종합 스탯인 WAR을 이용해 FA가 됐을 때의 선수들의 몸값을 책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 선수가 연봉을 받을만한지 혹은 먹튀급 활약을 하고 있는지 손쉽게 비교가 된다.



팬그래프가 WAR 1승당 책정하는 금액은 해마다 조금씩 변하는데 최근에는 대략 45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까지 측정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시절 알버트 푸홀스는 마지막 연도를 제외하고 대부분 7승 이상 약 3000만 달러 가까이 팀에 기여했다. 이런 꾸준한 활약은 LA 앤젤스로부터 10년간 2억4000만 달러(한화로 2,574억) 라는 초대형 계약을 이끌어내기에 이른다. 결과는 매우 비극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한편 추신수는 올해 약 2600만 달러 급의 활약으로 FA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1년 1410만 달러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한 추신수는 아마도 1억 달러 급 계약을 하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푸홀스처럼 실패로 가는 경우도 나오지만, 이런 통계와 사례들이 쌓이고 있어서 FA 선수에 대한 적정가가 정해지는 것이다.



국내 야구도 이런 시도를 해보자. 너무 예전 계약은 논외로 2010시즌 후 계약을 맺은 선수부터 WAR 1승당 얼마를 받았는지 포지션 별로 정리해 보았다. 기준은 평균자책점이 아닌 FIP로 하고, 대체 선수 레벨은 600타석당 30점으로 낮춘 후 MLB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조정했다. WAR을 구하는 자세한 방식은 FreeRedbird님께서 블로그에 매우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셨다.


WARⓐ는 배영수를 예로 ((2010년WAR X 1.5) + (2009년WAR X 1) + (2008년WAR X 0.5))/3 을 한 값으로 최근 연도에 가중치를 준 평균값

실연봉ⓑ는 옵션 제외 계약금과 연봉을 합한 값을 계약 기간으로 나눠준 실질 연봉

ⓑ/ⓐ는 WAR 1승당 연봉


MLB의 WAR을 구하는 방식은 구원투수에게 가혹하리만치 기여도가 적게 계산된다. 그래서 최근 계약한 불펜 투수들은 이 방식으로 하면 WAR당 약 4.4억원으로 FA시장에서 꽤 높은 가치를 인정 받은 셈이다. 또 유일한 선발 투수였던 배영수도 일본 진출 실패에도 삼성에서 나름 괜찮은 대우를 받고 재계약에 성공했다. 당연히 적은 나이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행히 배영수는 점점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연봉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전체적으로 보면 국내 야구는 투수에게 매우 좋은 대우를 해준다. 현장에서는 역시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러면 이 계산 법을 장원삼에게 대입한다면? 투수 평균 WAR당 1승으로 계산하면 옵션 제외 4년 50억, 총액 55억가량도 충분히 가능하다. 야수 FA와 비교하면 오버페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투수를 금값으로 여기는 국내 야구계 성향을 반영하면 여태까지 시장가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의미다.


WARⓐ는 홍성흔 예로 ((2012년WAR X 1.5) + (2011년WAR X 1) + (2010년WAR X 0.5))/3 을 한 값으로 최근 연도에 가중치를 준 평균값

WARⓑ는 WARⓐ에서 수비와 주루에 대한 ±를 적용

실연봉ⓒ는 옵션 제외 계약금과 연봉을 합한 값을 계약 기간으로 나눠준 실질 연봉

ⓒ/ⓐ, ⓒ/ⓑ 는WAR 1승당 연봉


야수는 수비와 주루능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애로사항이 있다. 어떤 이는 야수는 타격만 좋으면 수비나 주루 플레이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래 표를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엘스버리와 추신수는 올해 모두 대부분을 중견수로 뛰었고 타석 수도 비슷하다. 타격에서는 추신수가 OPS 약 1할이 앞서 훨씬 좋은 활약을 했다. 그런데 WAR은 오히려 엘스버리가 높다. 수비와 주루플레이에서 공격의 부족분을 모두 메웠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이나 수비와 주루플레이의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국내 야수들의 WAR은 불완전함을 가지고 있음을 꼭 인식해야 한다.


본론으로 돌아와 야수들의 WAR 1승당 연봉은 2.5억으로 투수와 비교해 확실히 낮았다. 김주찬이나 이택근이 얼마나 오버페이 됐는지 보여준다. 다만, 다른 선수들의 나이와 비교해보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2011시즌 후 박용택은 최영 장군 이후 가장 돈 욕심이 없다고 할 정도로 헐값에 계약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옵션이 덕지덕지 붙었더라도 보장된 금액이 너무 적었다. 정성훈 역시 의외라고 한다면 만 30대 초반 선수들의 WAR 1승당 적정 연봉은 3.0~4.0사이가 아닐까 싶다.


만 28세에 풀리는 강민호와 이용규라면 김주찬까지는 아니라도 이택근, 이진영과 동일한 기준에서 가치가 매겨지는 게 온당하다고 여겨진다. 두 선수의 3년간 평균 WAR은 약 4점대 초반. 대입하면 강민호는 70억, 이용규는 부상을 감안해 60억 내외에서 보장금액이 형성될 수 있다. 


그리고 정근우와 이종욱은 앞서 엘스버리와 비슷한 예로 수비와 주루에서 대단한 힘을 불어넣어 주는 선수다. 나이를 고려해 정근우는 옵션을 제외하고 55억 이상, 이종욱은 50억 내외에서 가치가 매겨진다면 구단이 엄살을 부릴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난 3년간 WAR은 아랫글을 참고해주세요.)


물론, 이전 년도 WAR을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행동은 어리석으며, 표를 해석하는 방식이나 시각은 모두 다를 수 있다. 단지 하나의 판단 기준으로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