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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kt 외국인 야수, 앤디 마르테 3년간 기록 & 영상

scottzoe님 포토버켓


지난 11월 15일 kt가 창단 첫 외국인 야수로 3루수 앤디 마르테와 총액 6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는 아직 20인 보호선수 지명이나 FA 영입 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4번 타자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대부분의 선수 구성이 마무리된 현재 기준으로 봐도 마르테의 활약은 팀에 있어서 외국인 투수 이상의 비중이 될 전망이다. 마르테가 KT의 높은 기대치에 걸맞은 활약을 해줄 선수인지 미국에서의 커리어를 따라가 보자.


마르테는 메이저리그팬들에게 이름이 많이 알려질 정도로 유망주 시절부터 명성을 떨쳤던 선수다. 2000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60만 달러의 적지 않은 금액으로 국제 계약을 통해 계약을 맺었고, 본격적인 풀타임을 치른 2002년부터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싱글A에서 만 18세의 어린 나이로 .281의 타율과 21개의 홈런(전체 2위)을 때려냈고, 다음 해 하이 A로 올라가서도 비슷한 성적을 내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또한, 베이스볼 아메리카로부터 싱글A, 더블A, 트리플A를 거칠 때마다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뿐 아니라 대부분 매체에서 입을 모아 마르테를 메이저리그 최고의 3루 유망주로 꼽을 만큼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확신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리그 최고의 유망주에게도 빅리그 주전 라인업에 들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애틀란타의 3루 자리에는 MLB 역대 최고의 스위치 타자 중 한 명으로 불리는 레전드 치퍼 존스가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었고, 내셔널리그에서 마르테의 자리는 없었다. 결국, 2005시즌 후 보스턴 레드삭스의 올스타 유격수 에드가 렌테리아에 현금까지 받고 1 : 1 트레이드됐고,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코코 크리스프 등의 대가로 클리블랜드로 이적한다. 역속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됐다고 해서 마르테의 가치가 훼손됐다고 할 수 없다. 2006시즌 전 보스턴의 테오 엡스타인 단장이 보인 일련의 움직임이 2007시즌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으니 오히려 그시절 앤디 마르테의 가치를 입증하는 셈이다.


메이저리그나 국내 프로야구나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게 되면 이전 팀에서보다 기회를 많이 받기 마련이다. 클리블랜드는 2006시즌 마르테에게 3년간 150경기 495타석의 기회를 줬는데 .219의 타율 .624의 OPS로 결과는 실패에 가까웠다. 마르테는 명성에 비해서 트리플A에서는 2할 중반을 조금 넘기는 타율로 준비가 덜 된 상태였고, 선수의 조바심만 키운 꼴이었다. 마르테는 그렇게 실패한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남긴 채 서비스타임만 채우고 FA로 인디언스를 떠나게 된다. 2009시즌 이후 기록은 아래와 같다.





2011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난 후 마르테는 한 시즌을 소속팀 없이 보내게 된다. 독립리그부터 절치부심하고 돌아온 마르테는 트리플A에서 유망주 시절보다 한층 성숙한 타격으로 한국 구단으로부터 인기 선수로 떠오를 수 있었다. 20대 초반 시기와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줄어든 삼진 수. 타석당 20% 내외의 수치가 12~16%로 떨어졌다. 마르테는 컨택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고, 플라이볼이 많은 선수로 삼진이 많아지면 3할에 가까운 타율을 유지하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투수들의 심한 견제 속에 얼마나 선구안을 발휘하느냐가 성공의 키가 될 수 있다. 마르테는 슬러거 타입으로 선구안이 떨어지는 선수는 아니나 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 유형의 공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스플릿 기록을 보면 메이저리그에서는 우투수에게 특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트리플A를 기준으로 하면 우투수에게도 수준급 타격을 하고 있기에 큰 흠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마르테가 뛰었던 구장들이 PCL에서도 타자 친화적인 곳이었기에 감안하고 볼 부분이 있다. 가령 작년 트리플A에서 원정 OPS는 .831로 홈에서 기록과 차이가 크고 OPS+로 보면 110 중후반대로 떨어진다. 아무래도 전형적인 장거리 타자이기에 구장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 있다. 잠실 구장을 쓰는 LG나 두산보다 KT와 계약한 게 마르테로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마르테 계약의 가장 큰 메리트는 1루나 코너 외야에 뒤지지 않는 타격을 하는 3루수라는 점이다. 마르테가 한참 때의 수비력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나 아직 노쇠화를 걱정할 나이는 아니다. 마르테는 작년 3루수로 121경기를 뛰었고, 마이너 시절 평가를 본다면 국내에서 무리 없이 포지션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 단, 마르테의 스피드나 체형으로 볼 때 수비 범위에서는 조쉬 벨처럼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어린 나이의 유망주로 마르테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예전 마르테의 유망주 랭킹이 의미가 없듯이 빅리그에서 실패 또한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최근 트리플A에서 보여줬던 성적을 보자면 한국에서 마르테의 성공은 충분히 낙관할 만하다. 유일한 우려는 빅뱃 유형의 선수로 리그 적응에 걸리는 시간이다. 어느 리그를 막론하고 많은 안타를 양산하며 생산력을 유지하는 테임즈나 브렛 필과 달리 장타 위주의 마르테는 기다림이 필요한 선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4년 마르테의 다이빙 캐치와 송구 장면



4년 만에 나온 6회 대타 투런 홈런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