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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kt 박용근-윤요섭 영입, 벼랑 끝 탈출 될까?

유틸리티 내야수 박용근은 지난 FA 시장에서부터 이어진 kt의 미적지근한 영입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까? (사진 출처 – LG 트윈스)


2015시즌 2호 트레이드가 실행됐다. 야구가 없는 20일 월요일 kt는 만21세의 우완 투수 유망주 이준형을 내주고, 베테랑 내야수 박용근(31세)과 포수 윤요섭(33세)을 영입하는 1: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기사에 따르면 kt가 먼저 박용근을 원했다고 하고, 이 과정에서 이준형과 윤요섭이 최종 단계에서 협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kt가 이러한 움직임을 보인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아마추어 팀과 경기를 해도 전승이 나오지 않는다는 야구라는 종목에서 kt는 지난 17번의 경기 중 단 2번의 승리밖에 거두지 못했다. 역대 1군에 진입했던 팀들의 승률은 1986년 빙그레가 .290, 1991년 쌍방울이 .425, 2000년 SK가 0.338, 2013년 nc가 0.419로 모두 3번 중 한 번 정도는 이기는 시리즈를 만들었다. 역대 1할대 승률은 프로원년 삼미가 유일해 kt로서는 상상하기도 두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3년 NC 다이노스와 비교해 예산 규모가 작지도 않아서 팀 프런트나 코칭 스탭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아무리 경직된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진 팀이라도 가만히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을 듯하다.


 




그럼 이번 조치가 과연 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박용근은 영남대에서 유격수로 좋은 활약을 하면서 2007년 2차 1라운드에 지명될 만큼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대졸 상위지명자로 팀에서는 즉전감으로 바로 활용되길 바랐으나 그 정도로 준비된 선수는 아니었고, 퓨처스리그와 1군에서 유틸리티로 어중간하게 기회를 받게 된다. 운동능력은 유격수로 뛰어도 손색이 없지만, 수비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평을 받지 못했다. 타격도 마찬가지로 경찰청 등에서 퓨처스리그를 폭격했다고 할 수준은 아니고 이후 안 좋은 시비에 휘말리면서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래도 NC로 트레이드될 당시 지석훈과 비교될 만한 기량으로 여겨지고, kt에서는 박겨혁과 주전 자리를 경쟁하거나 전천후 내야수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줄 만한 선수다. KIA 최용규처럼 동기 부여가 된 절실한 내야수라는 점은 kt에게 희망적인 요소다.


윤요섭은 SK에서는 윤상균이라는 이름으로 수비보다 타격에 강점을 가진 포수로 인식됐던 선수다. LG에서는 1루수로 꽤 많은 경기에 들어서기도 했는데 조인성이 SK로 이적 후 다시 포수로 경쟁력을 보이며 주전에 가까운 기회를 받기도 했다. kt에서는 백업 포수로 기용되기보다 지명타자와 경기 후반 대타로 요긴하게 기용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유망주 김동명과 비교하자면 윤요섭의 경험과 장타력이 크게 뒤진다고 할 수 없다. 이미 5년 전 SK에서 김동명이 작년 퓨처스리그에서 보였던 타격 성적을 남긴 바 있다.



그러나 이 두 명의 베테랑이 kt의 구원자가 돼주리란 기대는 섣부르다. 현재 kt의 선수들이 대부분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어서이지 박기혁, 김동명, 조중근, 신명철 등의 경쟁자보다 현격히 앞서있다고 할 수는 없다. 퓨처스리그에서 매우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김영환이 콜업 될 때 내야는 다시 한 번 재편될 여지가 있다. 어떻게 보면 이번 트레이드는 지난 FA 영입에서 문제로 지적된 기량이 입증된 대어급 선수보다 불확실한 보험을 추가하는 소극적인 영입의 연장선상이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Kt의 이번 시도는 팀의 첫 번째 트레이드라는 면에서 의미가 있으나 김사연이 부상당한 외야의 공백이 더 만만치 않다. 김진곤은 원더스에서 38경기 155타수 4할의 타율과 31개의 도루를 하며 맹활약하기도 했으나 표본이 작고 입대에 따른 공백이 길었던 선수다. 송민섭이나 김성윤, 한덕교 등도 대학에서 무시무시한 타격을 했던 선수는 아니고, 1군에서 자리 잡기까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Kt 프런트가 부디 이번 트레이드로 만족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LG는 이준형이 천천히 전력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기다려 줄 투수진의 여유를 갖추고 있다. (사진 출처 - kt 위즈)


한편 미래 자원을 얻은 LG는 손해볼 게 거의 없다는 반응이다. 내야 포지션은 작년 드래프트에서 대졸 박지규를 지명하면서 박용근의 자리를 밀어냈고, 2군에서는 백창수나 김영관, 황목치승 등 1군 백업으로 부족함이 없는 내야수들이 있다. 윤요섭은 김재성, 조윤준 등의 존재로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도 지명타자로만 출장하고 있었으니 LG 입장에서는 kt에서 더 좋은 카드를 받기 위한 덤의 개념으로 넘겼을 수도 있다. 윤요섭이 그만큼 기량이 부족한 선수라는 게 아니라 LG에서 쓰임새가 없었다는 의미다.


단, 손주인이 부진한 상황에서 박용근을 시험도 하지 않고 넘긴 것은 가을 야구에 도전하는 LG의 방향성과 다소 어긋난다고 할 수도 있으나 세대교체의 일환이라고 보면 큰 무리는 없다. 또 kt의 이준형 카드가 매력적이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준형은 187cm 82kg의 투수로는 좋은 체형을 가진 투수로 빠른 볼 스피드가 최고 140km 중후반을 마크하면서 구속을 중시 여기는 류중일 감독에게 큰 신임을 받았던 유망주다. 고교 시절이나 퓨처스리그에서 성적은 뛰어나지 않으나 2012년 선발로 많은 기회를 받았고, 8월 이후 37.2이닝 동안 3.6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정도로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2013시즌 후 2차 드래프트에서는 삼성에서 몸담은 적이 있는 장재중 코치나 조범현 감독이 이준형의 재능을 알아보고 kt로 팀을 옮기게 됐다.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하면 내구성. 2013년과 2014년 어깨 부상으로 경기 출장이 7번밖에 되지 않는다. 거친 투구폼을 가진 이준형은 제구력을 비롯해서 투수로서 갖춰야 할 게 많은 투수다. 잠재력은 분명 인정하지만, 성공확률도 높다고 할 수는 없어서 kt 입장에서는 절대로 내놓을 수 없는 카드는 아니라는 의미. 아쉬움이라면 이준형과 다른 카드를 묶어 유예기간이 넉넉히 남은 더 큰 한 방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