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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기록으로 본 한화 이글스 참패의 원인

한화 이글스가 회복하기 어려운 부진에 빠졌다. 거듭된 연패로 7 5일까지 선두와 14.5경기 차, 4 SK와는 11경기 차이다. 시즌이 어느덧 절반을 지나 반전의 드라마를 쓰기가 결코 쉽지 않다. 지난 시즌 호성적을 거두고 출혈 없이 해외파와 FA 등의 전력 보강해, 전문가로부터 4강권이라는 예측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허망한 결과다. 그럼 한화가 도대체 어디부터 이렇게 삐걱 된 걸까? 2011년과 올해의 기록 비교를 통해 실마리를 찾아보았다.

 


더 잘 치고도 득점은 줄었다


GPA 출루율을 강조한 OPS의 변형 스탯. 타율처럼 3할이면 매우 뛰어난 타자다.

 


시즌 초반 한화는 타격만큼은 리그 상위에 있었다. 김태균이 타율 4할 중반, 출루율 5할대로 리그를 초토화시키며 타선을 이끌었다. 그러나 점점 허리, 손가락 등의 부상으로 페이스가 흔들렸고 한화 타선도 조금씩 수그러들었다. 그럼에도 팀 타율, 출루율, 장타율이 모두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리그가 다소 투고타저임을 고려하면 확실히 좋아졌다고 평할 수 있다. 이대수의 부진은 오선진의 활약으로 메꿨고, 용병 가르시아가 없음에도 리그 OPS 3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팀 득점 리그 6위로 기대에 못미쳤다. 이유가 뭘까? 혹시 득점권에서 부진했던 것은 아닐까?

 




한화는 오히려 득점권에서 더 높은 타율과 출루율을 기록했다. 주자 2루 시에만 부진했을 뿐, 1-3, 3루 상황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였다. 득점력 빈곤의 이유는 다른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리그 전체적으로 홈런이 줄어들긴 했지만, 한화는 그 폭이 더 컸다. 작년 도합 21개의 대포를 쏘아 올렸던 베테랑 강동우, 이대수가 현재까지 단 3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득점의 직결코스인 홈런이 없어지면서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았고, 병살은 65개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았다. 최진행은 10개의 병살타로 리그 2위를 기록 중이다. 앞 순번의 장성호, 김태균 두 느림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땅볼아웃/뜬볼아웃 비율이 2011 0.89에서 2012 1.24로 크게 증가한 것도 원인이다. 최진행뿐 아니라 팀 전체적으로 땅볼 비율이 지난해보다 0.2가량 늘었다. 타자 친화적인 대전 구장을 쓰고 있기에 좀 더 타구를 띄워 보낼 필요가 있다.


파워가 하락하면 기동력이라도 살아나야 하지만 한화는 뛸 힘이 없다. 강동우, 한상훈으로 최고령 테이블세터진을 꾸린 한화는 도루 시도가 가장 적고, 성공률도 리그 평균을 크게 밑돈다. 준족의 신예 양성우가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550 OPS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병살이 늘어나고, 도루마저 할 수 없으면 감독은 작전을 생각하게 된다. 지난해에는 야왕이라 불렸던 한대화 감독이지만 올해는 팬들에게 그런 호칭은 잊혀진지 오래다. KIA에 이어 가장 많은 희생 번트를 대고 있는데 번트 실패도 7개로 LG에 이어 가장 많다고 한다. 한상훈은 12개의 번트로 김선빈, 정수빈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라있다. 1~2점 차 긴박한 상황, 저조한 타격의 하위 타순에서 희생번트는 충분히 해볼 만한 전략이다. 하지만 상위 타순에서는 좀 더 공격적이어야 한다.


더군다나 한화 타선은 4, 5번 김태균, 최진행에 크게 치우쳐 있다. 2번 한상훈이 번트를 대서 주자를 진루 시켜봐야 주자가 한 명이면 다득점이 불가능하다. 다른 팀처럼 박빙 상황에서 불펜을 잘 활용하지도 못하니 역전패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감독으로서는 작전으로 경기를 풀어야 할 상황이라고 느끼겠지만, 그럴수록 승리 확률이 줄어들고 있으니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박찬호 효과 분명히 있었다.

 



 


FIP는 수비와 운의 요소를 제외하고 보는 평균 자책점 개념. ERA와 동일하게 낮을수록 좋다.

 

2012년 가장 업그레이드된 부분은 선발진이다. 류현진이 지난해보다는 건강하게 뛰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크고, 박찬호의 합류도 도움이 됐다. 100%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지난해 안승민보다는 큰 업그레이드다. 좌완 유망주 유창식이 선발진에 합류한 것도 눈에 띈다. 장민제와 방어율에도 평균 1이닝 이상 더 먹어주고 있고, 최근 5경기 25.2이닝 4.56ERA 3.87FIP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 시즌 토종 선발진만큼은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이다.

 

다만 류현진의 해외진출, 언제 은퇴할지 모를 박찬호, 군 문제가 남아있는 양훈, 김혁민 등 현재에 만족할 수 없다. 선발진은 한화의 희망인 동시에 고민거리다.

 

 




 

불펜 투수들은 올해 한화가 무너져 내린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더 적은 이닝을 던지면서도 FIP는 높아졌고 실점률은 0.3점가량 상승했다. 가장 큰 원인은 작년의 팀의 기둥 역할을 했던 박정진의 부진이다. 코칭스탭은 박정진의 동안 외모 때문에 실제 나이마저 착각한 것일까? 작년 무리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나마 선발에서 보직을 바꾼 안승민만이 유일한 믿을맨이었다.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불펜진에 쏟고 있으면서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뼈아프다. 릴리버는 짧은 이닝을 던지기에 해마다 등락이 크다. 새 얼굴을 발굴해내야 하고 용병은 한 명만 쓰자. 최소한 지금처럼 체계 없이는 이도 저도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과신과 조바심이 패배 불렀다

 

마지막으로 피타고리안 승률을 보자. 피타고리안 승률은 세이버메트릭스로 유명한 빌 제임스가 창안한 것으로 팀의 득실점을 가지고 기대 승률을 구하는 것이다. 실제 승률보다 팀이 가지고 있는 저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공식은 아래와 같다.

 

기대 승률 = 팀득점1.82÷(팀득점1.82+팀실점1.82)

 



 

2011년 한화는 득실점 기대승률보다 무려 6푼이 넘는 비정상적인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지는 경기는 큰 점수 차로 지는 등 버리는 경기가 많아서이기도 하고 한화 팬들이 신바람 날만큼 극적인 클러치 히팅으로 이기는 경기도 많았다. 가르시아의 폭풍 역전 홈런을 기억하는가? 한대화 감독이 야왕이라 불렸던 것도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반면 올해는 기대승률보다 실제 승률이 떨어지면서 팀이 밑천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한화는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고 높은 순위를 기대했고 초반 부진하자 이성을 잃고 필승조, 추격조 없는 마구잡이 불펜 기용으로 스스로 자멸했다. KIA가 초반 부상자로 고전하는 와중에 철저하게 자신을 낮추고 무리하지 않고 버틴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예전 SK나 현 삼성같이 강팀이라면 열정적으로 선수를 투입해 승리를 노릴 수 있다. 그러나 한화는 자신의 저력 이상으로 승리를 만들어야 하는 팀이었다.

 

참고로 기대승률과 실제승률의 ±를 꾸준히 유지하는 경우는 쿨한 지키는 야구를 추구하는 선동열 감독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불펜의 강함과 감독 성향이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지도자의 역량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당장 한대화 감독이 그것을 올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한화의 부진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봤는데 이제와서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다. 지금이라도 냉정을 찾고 어려운 경기는 젊은 선수를 적극 기용하는 게 한화에 필요한 일이다. 김태완의 복귀, 하주석 등 유망주들의 성장, 스카우팅 인력 보강 등 개선될 여지를 찾아야 한다. 당장 승리에 급급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 볼 때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마구스탯에 송고되었습니다. 옆에 그림을 클릭

 마구스탯과 한국 야구위원회 기록실의 7월 5일까지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