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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김세현 <-> 이승호 데드라인딜 합의, 넥센과 KIA 함께 웃을까?

김세현 영입의 성공 여부는 개인 성적보다 KIA의 한국 시리즈 우승 여부에 따라 크게 평가가 엇갈릴 확률이 크다.(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7월 31일 트레이드 데드라인 시기에 시즌 8번째 트레이드가 시행됐다. 트레이드 주체는 역시 넥센으로 올해만 벌써 4번째 협상을 성공시켰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넥센 : 김세현 RHP 29세 + 유재신 UTIL 29세 <-> KIA : 이승호 LHP 18세 + 손동욱 LHP 27세


이번 선수 이동은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데드라인 트레이드다. 1위 독주 체제로 들어가기 직전인 KIA가 불펜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즉시 전력감 김세현을 얻으면서 좌완 유망주 두 명을 내줬다. 넥센도 가을 야구 경쟁을 하고 있으나 올해 승부를 걸 시즌은 아니라고 보고 김세현을 내줬다. MBC 스포츠+에서 인터뷰한 윤세호 기자에 의하면 김세현은 2018시즌 후 FA가 가능하다고 한다. (들었다는 식으로 언급했기에 확실하지 않음) 따라서 재계약에 대한 의사나 확률이 높지 않다면 20인 외 보호 선수보다 가치 있는 유망주를 얻는 게 이득이다. 또 넥센은 조상우가 복귀해 불펜에서 뛴다면 김세현의 공백은 크게 느끼진 않을 것이다.


비슷한 사례의 트레이드를 꼽자면 같은 시기에 소식이 들린 LA 다저스의 다르빗슈 영입을 꼽을 수 있다. 다저스는 올해 .705의 승률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어 월드시리즈 우승의 적기라고 여겨진다. 현재도 부족함이 없는 전력이지만, 포스트시즌 더 강력한 선발진을 꾸리기 위해 트레이드를 실행했다. 다르빗슈는 올해가 끝나면 FA가 되는 반년밖에 쓸 수 없는 선수이고, 규정상 드래프트 보상픽도 얻지 못한다. 그래서 선수의 실제 가치에 비해 받을 수 있는 대가는 한정적이다. LA 다저스가 내 중 3명의 선수 중 메인인 윌리 칼훈은 2루와 외야 포지션으로 분류되는 타격에 강점이 있는 선수이고, 2016시즌 후 MLB.COM은 메이저리그 전체 69위의 유망주로 평가했다. BA는 2016시즌 후 92위, 2017시즌 중반에는 86위로 랭크시켰다. AJ 알렉시와 브랜든 데이비스는 잠재력 있는 어린 고졸 자원이나 현재 평가하기는 애매하다.



메이저리그는 위와 같은 트레이드가 워낙 많이 발생했기에 구단 사이에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전력감을 내주고, 유망주를 내주는 트레이드는 여전히 생소하다. 또 제대로 유망주를 평가하는 미디어가 없기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 넥센의 이장석 대표는 바로 이 과도기에서 큰 이득을 취한 전례가 있다. 2011년 LG는 가을 야구 진출을 위해 박병호와 심수창을 내주고, FA 1년 남은 즉전감 릴리버 송신영과 이를 중화해줄 김성현을 얻었으나 트레이드는 일방적으로 넥센의 승리로 끝났다. 그로부터 6년이 흐른 뒤에야 전형적인 데드라인 딜이 KIA와 넥센 사이에 일어났다. 이번에는 얼마나 균형의 추가 맞을까?





넥센 김세현은 지난 시즌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6세이브가 아니라도 62이닝 동안 손승락 다음으로 긴박한 상황(1.86gmLI)에 나왔음에도 2.57FIP를 기록해 1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1위였다. FIP로 계산한 WAR은 3.0으로 릴리버 중 1위이고, 평균자책점으로 계산한 WAR도 3.0으로 심창민과 함께 최상위를 마크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적은 볼넷 비율. 김세현은 6월 24일 32경기를 30.2이닝을 소화하면서 무사사구의 기록을 이어갔다. 본래 덕수정보고 시절부터 김영민은 강력한 구위에 비해 불안한 제구력이 발목을 잡은 투수였다. 그런데 손승락 후임으로 마무리 보직을 맡고 난 후 이런 변화는 '괄목상대'라는 사자성어가 부족할 정도다.


물론, 그 전 시즌 볼넷 비율이 5.8개에서 2.8개로 대폭 줄어들면서 기량 향상에 대한 전조는 있었다. 여기에 타자 친화적인 목동에서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고척돔으로 이동한 효과를 생각하면 김세현의 성적 향상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또 김세현은 전 시즌 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개명하며 심기일전해 몸 관리를 철저히 했다고 하는데 전화위복이 되었을 수도 있다. 구종으로 보면 패스트볼의 스피드는 이전과 동일했는데 슬라이더는 2km나 오르면서 스탯티즈상 구종 가치가 리그 수위권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김세현의 이런 활약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도 분명히 있다. 2016년 세이브 1위 기록에도 불구 WBC 코칭 스탭은 김세현을 외면하고 동갑내기로 부진했던 장세환을 엔트리에 포함했다. 선수 본인도 스프링캠프부터 몸 컨티션을 끌어올리지 못해 2017년 평균자책점은 6.83으로 심히 부진하다. 패스트볼과 함께 주무기로 쓰이는 슬라이더 스피드도 평균 131km대로 이전으로 돌아갔다. 김세현의 성적이 이에 크게 좌우되진 않는다고 하더라도 작년 한창 좋을 때의 몸 상태나 밸런스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세현의 커리어를 고려하면 9이닝당 1개꼴만 허용하던 작년의 모습은 애초에 유지되기 불가능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KIA에서 현실적인 요구치는 2016년의 모습이 아니라 2015년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해주는 셋업맨 역할이 아닐까 싶다. 그 정도라면 KIA가 11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퍼즐로 손색이 없다. 


검증된 유틸리티 자원 유재신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의 조연 역할로 가치가 있는 선수다. 수년간 전문 대주자 요원으로 활약했고, 내외야를 모두 소화 가능해 코칭 스태프 운용의 폭이 넓어진다. 유재신의 주포지션은 외야로 최근 유격수 경험은 많이 없으나 2루와 3루, 1루 자리에서는 종종 경기에 출장했다.


단, KIA가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서 이득을 얻었다고 말하기는 망설여진다. 불펜은 소화하는 이닝이 적고 기회가 한정적인 만큼 남은 기간 김세현이 어떤 활약을 해줄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 차라리 올해와 내년 임팩트를 보여서 FA를 신청해 20인 외 보호 선수를 남겨주고 떠나는 게 KIA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가 될 수 있다. 적어도 FA를 신청할 정도면 가치를 유지해 팀에 기여했다는 의미가 아닌가.



좌완 이승호는 올해 넥센이 시행한 4번의 트레이드 가운데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만한 재능이 있는 유망주다.(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반면 넥센은 장사를 참 잘했다. 김세현의 나이를 고려하면 선수 가치가 최고로 피크일 때 트레이드가 되었고, 상대는 무려 2017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4순위에 지명된 좌완 이승호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상위 순번의 유망주를 1, 2년 차 시즌에 트레이드하는 예는 매우 드물다. 게다가 최근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졌고, 연고지 1차 지명으로 인해 2차 1라운드 상위 순번의 선수들은 실질적으로 그 해 10번째 안에 드는 선수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KIA 프런트와 코칭 스탭이 이승호를 트레이드 상대로 허락한 이유는 선수단 구성의 변화를 원하지 않아서다. 타구투저 리그에서 전력감 불펜 투수를 얻기 위해서는 희소성 때문에 가치 이상의 선수를 내줘야 하는데 주축 선수 중에는 마땅한 자원이 없다. 김기태 감독의 '동행 야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잘 나가는 팀은 엔간하면 선수 구성의 변화를 주려 하지 않는다. KIA는 엔트리의 교체가 아닌 추가 영입을 원했고, 입단 후 팔꿈치 수술로 팀 전력에 빠져 있었던 이승호가 대상이 된 것이다.


프로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이승호에 대해서 김세현을 영입하기 위해 적절한 대가이다 혹은 불펜 투수를 주고 선발 유망주를 얻은 넥센의 스틸이다라고 말하기는 많이 이르다. 이승호는 확실히 6년 전 박병호처럼 1군에 가까운 선수도 아니고, 성공과 실패를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다른 선수와 비교해 본다면 유망주 이승호의 가치는 대략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2016년 경남고 이승호 26경기 51.2이닝 2.26ERA 1.86FIP 68삼진 16볼넷 3사구 0피홈런 0.205피안타율


187cm 93kg의 투수로 좋은 체격을 가진 이승호는 2016년 고교 리그에서 같은 팀 동기로 LG에 입단한 손주영과 함께 최고의 좌완 투수로 꼽혔다. 그해 1차 지명한 우완 윤성빈이나 고우석처럼 강속구를 뿌리진 못했지만, 최고 140km 초중반의 스피드면 고교 좌완 투수로는 빠른 편에 속한다. 또 유연한 투구폼과 준수한 제구력, 주무기 커브 등의 위력을 바탕으로 삼진 비율은 윤성빈 다음으로 높았다. FIP는 2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전 학년을 통틀어 제일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차 1라운드에서 LG가 이승호보다 손주영을 먼저 지명한 이유는 손주영이 프로필 상 4cm가량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전반적인 구위나 기대치는 유사하다고 보여진다. 올해 손주영은 퓨처스리그에서 12경기 선발로 출장해 62.0이닝 4.35ERA 3.79FIP로 1년 차 고졸 투수로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직 구위 등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1군에서 즉시 활용되기는 무리지만, 탑 유망주라 호칭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LG는 KIA와 전혀 다른 상황이기에 비교할 수는 없으나 만약 손주영과 김세현의 트레이드가 이뤄졌다면 송구홍 단장이나 양상문 감독은 상당한 비판을 감수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손주영이 순조롭게 프로에 안착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승호의 미래는 현재 판단하기 어려우나 역시 탑 유망주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투수이고, 넥센이 유망주 육성에 성과를 보인 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전망을 할 수 있다. 


좌완 손동욱은 넥센이 지난 트레이드에서 김한별, 서의태 등을 영입한 것에 이어 왼손 자원의 추가로 의미를 둘 수 있다. 손동욱은 전면 드래프트 시기인 4년 전 KIA에 1라운드 지명되어 순번은 이승호와 비슷하다고 할 정도지만, 스카우트의 안일한 픽이라 평가됐다. 현 kt 스카우트 팀에 있는 당시 조찬관 스카우트 팀장은 좌완 투수와 포수 보강에 성공에 만족한다고 했는데 현장의 오더에 맞는 포지션을 영입하기 위해 가치 평가를 소홀히 한 게 아닌가 싶다. 대졸 투수 자원이 빈약한 상태에서 덩치가 크고 빠른 볼을 뿌릴 수 있는 스카우트 취향에 맞는 픽을 했다. 현재 구위는 좌투수로 경쟁력이 있으나 대학에서부터 프로 2군까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나이에 비해 투수로서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게 유망주로서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주관적인 감상을 더하면 여전히 유망주가 저평가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KIA가 우승한다면 대가와 무관하게 매우 성공적인 트레이드가 된다. 또 유망주의 미래는 짐작할 수 없기에 이 역시 제한적인 정보에 의존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도일 뿐이다. 또 이런 유형의 트레이드 증가는 한국 프로야구가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가을 야구가 극히 어려움에도 변화를 가져가지 않은 한화나 삼성 등은 데드라인 시기의 패자라고 과감히 말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