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메모

롯데-kt, 장성우·박세웅 포함 블록버스터급 트레이드 단행

1할대 승률마저 위협받고 있는 신생팀 kt가 전력 강화를 위해 초대형 딜을 성사시켰다. 팀 내 최고 유망주인 우완 박세웅을 주축으로 한 4명의 유망주 패키치를 내주고 롯데로부터 장성우, 최대성 등등 비교적 젊은 나이의 전력감이라고 할 만한 선수를 5명이나 받아왔다. 이는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선수가 포함된 트레이드로 kt가 얼마나 전력보강에 절실했는지 설명한다.


이전까지 트레이드로 가장 많은 선수(8명)를 이동시킨 팀도 창단 2년 차가 됐던 신생팀 SK였다. 트레이드 면면을 보면 전설적인 좌타자 김기태, 신바람 야구의 주춧돌 포수 김동수, OB의 에이스 김상진 등 선수 면면은 대단히 화려하다. 허나 당시 이들은 전성기를 넘겨 포지션 정리의 의미도 커 트레이드의 부담이 없었다. SK 입장에서도 외국인 야수 브리또와 10억 내외의 현금을 추가했기에 긴급 수혈을 위한 투자라고 해석하면 된다. 실제로 유격수 브리또 대신 영입한 3루수 페르난데스는 45개의 홈런을 때려내 만족스러운 활약을 했고, 장기적으로 남은 선수는 중견급 내야수 정경배였다. 



현재와 미래, 모두 잡으려고 시도한 kt



한 경기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좋다. 장성우는 더 안전한 kt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사진 출처 - 롯데 자이언츠)


반면 kt의 이번 움직임은 공식적으로 현금이 포함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kt가 내준 4명의 선수 모두 드래프트 최상위 라운드에 지명된 전도유망한 투타 유망주다. 현금과 스카우트 비용으로 베테랑들을 끌어모은 2001년 SK와 달리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감수한 역대급 트레이드라고 할 만하다. 


kt 영입 : 포수 장성우(25세), 우완 최대성(29세), 2B-3B 이창진(24세), 외야수 하준호(26세), 포수 윤여운(25세)


대신 kt도 미래 자원을 투자했기에 올해만 바라보고 선수를 데려오지는 않았다. 트레이드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장성우는 강민호, 양의지 이후 세대 포수 중 두산 최재훈과 함께 가장 각광 받는 포수 유망주다. 넥센 박동원도 최근 1군에서 활약을 보면 충분히 여기에 포함할 수 있다. 

 




1군이 아닌 퓨처스리그 타격 기록을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백업으로 간간이 출장하는 1군에서보다 더 안정적으로 표본을 쌓았기 때문이다. 2군 기록으로 본다면 가장 수비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최재훈이 어린 나이에 가장 뛰어난 타격을 했다. 타자 친화적인 벽제 구장을 홈으로 쓴 경찰청 시절에도 9할 중후반대 OPS를 기록해 물오른 타격을 보였다. 잠실에서 과소 평가된 타자로 이토 코치의 훈련을 받기 이전에도 리그 최고의 포수 유망주였다.


유일한 1차 지명 선수인 장성우는 2009년 상동에서 124타수 동안 8할 후반대 OPS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1군에서 기회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뒤늦게 입대한 경찰청에서 역시 리그를 초토화하는 타격을 했고, 제대 후 경기 내외적인 이유로 잠시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가장 큰 장점은 187cm의 큰 신장에 장타력과 포수로 움직임이 좋아 잠재력에서는 항상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동원은 아마 시절부터 퓨처스리그까지 앞서 두 선수보다 뛰어난 타자는 아니었다. 수비에서도 전반적인 평가가 아주 높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만 21세(2012년)을 기점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1군에서 규칙적인 출장 기회를 받기에 커리어를 쌓기에 유리한 환경이다.


그리고 이제 장성우가 박동원처럼 붙박이 주전으로 기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게다가 국내 최고의 포수 조련가라는 조범현 감독과 함께하기에 현장과 팬들의 기대감은 더 크다. 장성우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공수에서 1군 레벨 평균 이상의 포수다. 옥에 티라면 3년의 서비스 타임을 이미 소비한 포수라는 정도.


장성우와 베테랑 용덕한, 그리고 롯데에서 함께 트레이드해온 윤여운과 함께라면 kt는 단번에 두산, 롯데, SK와 함께 최고의 포수진을 꾸린 구단이 됐다. 윤여운은 광주일고와 성균관대를 거치며 기본기를 닦은 포수이고, 2013년 윈터리그에서 일본전 결승전 선발로 뛸 만큼 경쟁력이 있다. 안중열을 보낸 공백은 충분히 메우리라 예상한다.




제구력 못지않게 최대성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바로 꾸준히 경기를 뛰는 내구성에 있다. (사진 출처 - 롯데 자이언츠)


장성우 다음으로 kt가 중점적으로 요구했을 선수는 우완 파이어볼러 최대성이다. 작년 빠른 볼 평균 구속이 149km 내외로 조상우와 함께 국내 투수 중 가장 빠른 스피드가 찍혔다. 이성민 보다는 팀의 마무리 투수에 어울리는 구위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또 건강하다면 더 믿음이 가는 투수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첫 1군 풀타임 시즌에 2점대 중반 FIP로 리그 정상급 구원 투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을 안고 뛰었다고 하고, 2008년 토미존 수술 후 입대 결정을 한다. 제대 후 2012년 다시 팀의 필승조로 준수한 활약을 하나 복귀 후 무리한 등판이 원인이었는지 2013년 다시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한다. 2014년 FIP는 리그 평균보다 29%가 낮은 수치로 일견 대단해 보이나 등판 시 경기 중요도는 높지 않았다. 


올해는 구위와 제구 모두 어려움을 겪으면서 퓨처스리그에서 11.1이닝 5.56ERA 13삼진 8볼넷 4피홈런으로 심각한 난조에 시달리는 중이다. 물론, 이런 단점이 있기에 무시 못 할 커리어의 강속구 투수를 과하지 않은 가격에 데려올 수 있었지만 말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만만치 않게 눈이 가는 선수는 건국대 출신 내야수 이창진이다. 작은 체격에 졸업반 다소 부진하면서 드래프트 순번은 떨어졌으나 대학 최고의 내야수로 손색없는 타격을 했다. 선구안, 컨택 능력, 평균 이상의 스피드 등 향후 kt의 주전 2루수 자리를 위협할 후보로 여겨진다. 단지 kt 입장에서 이번 트레이드의 아쉬움이라고 하면 현재 전력이 얼마나 업그레이드됐느냐이다.


전체적인 야수의 깊이는 두터워졌으나 이전 박용근 - 윤요섭 영입과 중첩된 부분이 있다. 정작 팀의 취약 포지션인 외야수 보강은 미흡했다. 3일 주전으로 출장한 하준호는 투수에서 전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운동능력과 타격 재능 면에서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그러나 퓨처스리그와 1군에서 실전 경기 경험 부족을 드러냈고, 팀 내 김민혁, 김진곤, 송민섭, 배병옥 등과 비교해 큰 메리트가 있는지 의문이다. 한화 장운호와 마찬가지로 아직 팬들의 기대치와 실적이 비례하지 않는다. 반복해서 하는 말이지만, 트레이드만으로 전력을 크게 끌어올리기에는 무리가 있는 시기다.




실질적인 트레이드 주도자가 된 롯데


한편 롯데는 kt와 달리 대형 트레이드를 해야 할 당위성이 크지 않았다. kt가 내놓을 수 있는 자원은 유망주뿐인 상태에서 취할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이었을까?


롯데 영입 : 우완 박세웅(19세), 포수 안중열(19세), 우완 이성민(25세), 좌완 조현우(21세)


어떻게 보면 2014년 장성우가 제대한 후부터 롯데는 트레이드 루머의 단골손님으로 자주 오르내렸다. 시즌 후 강민호가 장기 계약을 맺은 후에는 더욱 훌륭한 재능을 지닌 두 포수의 공존이 사치로 느껴졌을 수 있다. 그렇지만 리그는 타고투저이고, 국내는 유독 투수의 가치를 높게 매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막상 트레이드하려고 하면 장성우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팀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만 20세도 되지 않은 나이에 kt의 간판이 됐던 박세웅. 롯데에서는 더 긴 시간 공을 들여 투구를 가다듬을 여유를 갖게 됐다. (사진 출처 - kt 위즈)


이런 상황에서 전력 보강이 급한 kt는 장성우의 매력을 잘 인지하고 있었고, 롯데는 최고의 트레이드 파트너를 찾은 셈이다. 우완 박세웅은 LG의 좌완 임지섭처럼 올해 선발 투수로 풀타임을 치르기에는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백업 포수 장성우보다는 팀 내 활용도가 높다. 또 장래성을 생각한다면 롯데가 장성우로 얻을 수 있는 투수의 맥시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정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더라도 롯데가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은 트레이드임을 짐작하게 한다.





롯데에는 박세웅 이전에 넥센에서 큰 기대를 안고 영입한 고졸 우완 투수가 있었다. 고원준은 2010년 고졸 2년 차 투수로 30경기 22번의 선발 등판 131.0이닝 동안 4.12ERA 5.12FIP를 기록하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롯데는 베테랑 우완 이정훈, 외야수 박정준을 주며 트레이드했지만, 현금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강력한 의혹을 받아왔다.


고원준이 조금 늦게 발동이 걸리긴 했으나 지금 박세웅의 화제성에 뒤지지 않는 투수였다. 그런데 예상보다 발전이 더뎠던 원인은 저하된 구위에 있었다. 프로필 상 183cm 75kg의 마른 체격인 박세웅은 앞으로 점차 몸을 만들어가면서 패스트볼 구위도 자연스럽게 향상될 수 있다. 선수의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무난히 관리된다면 능히 한 팀의 상위 로테이션을 책임질 수 있는 재능임은 분명하다. 


안중열은 롯데가 오래전부터 탐내던 연고권 포수 탑유망주다. 장성우처럼 장타력은 가지고 있지 않아서 수비에 치중된 선수이나 어린 나이로 강민호와 함께 보유하기에는 훨씬 잘 어울린다. NC 우선 지명 출신의 이성민은 140km 초반의 빠른 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의 보조 구질과 제구력 등 전체적인 균형이 좋은 투수다. 현재는 1군에서 모습이 부족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1군과 2군에서 스윙맨으로 출장해 리그 평균보다 훨씬 낮은 FIP를 기록했다. 미필이라고 해도 최대성보다 5살 어린 나이는 트레이드 가치를 높인다.


좌완 조현우는 군산상고 시절 조현명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평균 130km 중후반의 빠른 볼에 고교 시절 준수한 활약을 했으나 그해 임지섭, 이수민, 김유영 등 뛰어난 좌투수들이 많아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프로에서 적응에 애를 먹고 있어 꾸준히 지켜봐야 할 상위라운드 자원이다.


전반적으로 롯데의 트레이드에 대해 평하면 더 큰 가치의 선수를 영입했다고 하기는 애매하다. 하지만 백업 포수로 미래의 에이스를 얻은 트레이드이기에 확실한 이문이 남는 장사를 했다. 이창진도 정훈, 전병우 등의 존재로 활용이 쉽지는 않았다. 오프시즌 보상 선수로 정재훈을 영입한 근시안적 방향성의 아쉬움을 깨끗이 씻어내는 트레이드가 아닐까 싶다.


참고 글 - 2015년 kt 위즈 TOP 10 유망주, 2015년 롯데 자이언츠 TOP 10 유망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