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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백조 삼성, 진흙탕에서 금자탑을 쌓다

7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삼성은 전설적인 팀이 되었다. (사진 출처 -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가 2013년 최종 승자가 되었다. 이로써 3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재패한 최초의 팀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과정을 돌이켜보면 올해 우승은 지난 2년과 비교해 기쁨의 크기가 남다르다. 작년까지 삼성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모두 압도적인 전력으로 백조처럼 우아하게 상대팀을 따돌렸다. 그에 반해 올해는 시즌 종료를 불과 4일 앞두고서야 1위가 확정됐다. 1위부터 4위까지의 승차가 3.5 경기 차로 역대 최저. 도전자들인 두산, LG, 넥센 모두 우승을 할 자격이 있는 팀이었기에 삼성 역시 몸을 사리지 않는 전력투구로 승리를 쟁취해야 했다. 



뒤를 보지 않는 절박함, 리버스 스윕으로



한국시리즈 차우찬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삼성의 3연패는 기대할 수 없었다. (사진 출처 -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명장이라 불리는 조건은 무얼까? 과정을 봐야 한다고 하지만, 감독은 선수처럼 스탯이 개발되지 않았다. 실제로 팬이나 현장에서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오로지 성적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다만, 외부에서 평가되는 전력 이상의 성적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전력 이상의 성적을 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독한 야구를 하는 것이다. 전설로 추앙받는 김성근, 김응룡, 김인식 감독은 모두 혹사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류중일 감독은 부임 후 처음으로 독하디 독한 야구를 했다. 지난 7경기에서 차우찬은 5경기 구원으로만 출장해 가장 많은 이닝과 200개가 넘는 투구수를 기록했다. 차우찬뿐 아니라 오승환도 이례적으로 많은 이닝을 던졌다. 지난 2년과 비교해 이상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정규시즌 거의 혹사가 없었기에 용인될 수 있었다. 물론, 단기전 과부하도 투수에게 악영향을 미치곤 한다. 토너먼트에서 나타나는 선수들의 희생은 항상 고민거리를 남겨주는 듯하다.


반대로 두산은 선수를 너무 아꼈다는 인상마저 든다. 아마도 불펜에 믿음이 가는 선수가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6, 7차전 니퍼트와 핸킨스가 무너진 상황에서 투수를 교체하지 않은 이유도 팀의 이런 상황과 맞닿아 있다. 그렇게 보면 3차전 일찍 마운드를 내려온 유희관의 활용이 아쉬웠다. 1회초 0 : 0보다 6회말 1점 차 리드가 경기를 따낼 확률이 훨씬 높지 않은가? 시간이 지날수록 두산 선수들은 체력이 떨어졌고, 삼성 타자들의 타격감은 살아나 버렸다. 기록상 오히려 앞서 있는 두산의 투수력. 감독 스스로의 말대로 한국 시리즈 패배에 감독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미운 오리 삼총사? 현존 최강 클린업



6차전 니퍼트를 상대로 채태인이 쳐낸 역전 홈런은 시리즈의 균형을 단번에 바꿔 놓았다. (KBSN 스포츠 캡쳐)


 


그렇다고 해도 두산 패배의 더 큰 부분은 다른 곳에 있다. 오재원, 이원석의 이탈로 4차전부터 선수 교체가 어려워졌고 기동력 활용도 어려워졌다. 반면 포수 최재훈이 어깨 타박상과 탈구로 송구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삼성 주자들은 그라운드를 유린했다. 더 높은 OPS에도 양 팀의 득점은 같았다. 두산이 포스트시즌 최다 경기 신기록을 세우는 동안 정규시즌 4위 팀의 핸디캡이 착실히 적용된 셈이다.


그럼 삼성 타자들 중 가장 큰 활약을 한 선수는 누구인가? MVP는 박한이가 받았지만, 실제로 채태인의 타격이 더 눈부셨다. 정규시즌 마지막 보였던 타격감이 한국시리즈에도 이어지면서 올해 삼성을 우승시키는 가장 큰 수훈 선수라고 할 만하다.


삼성 팬들 사이에서는 과거 '이마양'이라고 불리는 레전드들로 인해 2000년대 후반 삼총사를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현 프로야구에서 최형우-박석민처럼 꾸준히 잘해주는 듀오가 있나? 넥센 강정호와 박병호는 작년에 결성됐고, KIA의 LCK포는 해체되고 위력을 잃은 지 오래다. 최정 혼자 고군분투하는 SK, 이대호가 떠나버린 롯데, 김동주가 자리를 잃은 두산 등 삼성 중심 타선 만큼 안정적이고 폭발력 있는 활약을 해준 팀이 없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도 이들 삼총사는 여지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삼성이 3연패를 이룬 시점 야구계는 앞으로도 삼성의 시대가 계속될지 궁금해하고 있다. 달은 차면 기우는 법이다. 독주하는 팀에 대한 견제는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오승환은 해외진출을 앞두고 있고, FA 선수는 늘어만 간다. 삼성 왕조의 지속에는 곳곳에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그래도 이변이 없는 한 2014년 역시 우승 후보 1순위는 삼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만큼은 아니라도 삼성 팜에는 견실하고 스타성 있는 선수들로 넘친다. 올해처럼 안일하게 외국인 투수와 계약하지 않고, 오프시즌 큰 실책을 범하지 않는다면 불가피한 출혈을 보충할 수 있다. 해태의 4연속 우승을 깨는 미션도 남아있지 않은가? 챔피언 삼성과 그에 도전하는 8개 구단의 레이스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