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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빅리그 항해 떠난 강정호, 해적으로 생존 가능성은?

결과를 떠나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한국 야구사에 역사적인 일이 된다. (사진 캡쳐 - MLB.COM)


류현진에 이어 또 한 명의 프로야구 직행 메이저리거 탄생이 가시화됐다. 지난 20일 넥센 히어로즈는 강정호 포스팅 최고 응찰액이 500만 달러임을 밝히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적극 도울 것임을 발표했다. 그리고 3일 후 포스팅 입찰에 최종 승리한 팀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였음이 알려지면서 미국 진출에 대한 상반된 전망이 뉴스와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투수와 달리 사례를 찾기 어려운 한국 출신 야수의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프로야구 출신 야수 중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는 아직 없다. 대신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선수는 최근 이대호를 비롯해 6명의 선수가 있다. NPB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다수의 야수와 비교한다면 간접적인 비교는 가능하다.

 




 


위 기록을 보면 왜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했는지 보여준다. 강정호의 OPS+는 슬러거 유형의 이대호, 김태균의 진출 전 3년 기록보다 다소 높고, 이승엽보다 살짝 낮다. 사직 구장이 목동 구장보다 슬러거 타입 선수들에게 불리한 구장일 수 있어서 이대호보다 타격이 낫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비교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유격수인 강정호의 경쟁력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비슷하게 비교될 수 있는 선수는 같은 포지션의 이종범. 일본에 진출한 선수 중 OPS+가 가장 크게 하락했다. 부진의 원인은 19986월경 가와지리가 던진 공에 팔꿈치 골절상을 당한 게 컸다. 일본 진출 첫해 142로 정상적인 수치의 하락 폭이 나타났으나 2년 차에는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83으로 떨어졌다. 두 번째로 적용할 부분은 파크팩터(八九余談님 블로그 참고) 주니치가 홈으로 쓰는 나고야돔은 NPB에서 가장 투수 친화적인 구장으로 유명하다. OPS+로 계산하면 선수에 따라 5~10 이상 적용해도 무난하리라 추정된다.

 

이종범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파크팩터의 적용을 받을 부분이 있다. 이병규도 이종범과 같은 주니치 소속의 선수였고, 김태균은 국내 리그에서 가장 타자 친화적인 대전 구장에서 투수 친화구장으로 알려진 마린 스타디움으로 이동했다. 이승엽도 첫 2년은 마린 스타디움을 홈으로 썼다. 이대호의 올해 성적 하락도 이전보다 타자에게 불리한 야후돔을 쓰는 소프트뱅크로 이적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일본에서 100타석 조금 넘게 기회를 받았던 이범호를 제외하고, 5인의 리그 이동간 OPS+ 하락 폭을 평균내면 41가량이 나온다. 여기서 예외적으로 적용할 이종범의 수치와 파크팩터를 보정하면 약 30~35 정도 OPS+가 하락한다고 보면 무리가 없을 듯하다.




 

다음으로 일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경우다. 일반적으로 내야수들이 고전하고 있다고 알려졌는데 포지션을 막론하고 타격에서 큰 폭의 수치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내야수 중에도 이구치와 같은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가 있었고, 일본 리그에서 평균적인 타격(전포지션 기준)을 했던 가와사키도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수비로 잘 적응해 짧지 않은 기간 생존에 성공하고 있다. 팬들에게 아시아 내야수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게 한 선수는 메이저리그에 한 경기도 뛰지 못해 위 표에 없는 유격수 나카지마 히로유키와 오승환의 동료로도 유명한 니시오카 츠요시 탓이다. 특히 나카지마는 강정호와 비교할 만한 뛰어난 타격 능력을 보여왔던 선수이기에 메이저리그의 실패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럼 왜 나카지마는 한 번도 어슬레틱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던 걸까? 나카지마의 트리플A OPS+ 85(파크팩터 제외) 정도로 심각한 타격 부진을 보였던 탓이다. 나카지마가 뛰었던 세이부돔이 타자에게 유리하고 오클랜드 트리플A 구장이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었다고 해도 심각한 수치다. 심지어 나카지마는 올해 더블A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리그 평균적인 타격밖에 하지 못했다. 이 정도 타격을 하는 선수는 메이저리그가 아니라 국내 스카우트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니시오카 역시 트리플A에서 비슷한 부진을 겪었다. 선수 기량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라는 뜻이며 경기 내외적인 적응과 트리플A에 내려가도 포기하지 않는 정신적인 부분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추가로 흥미로운 사항은 가장 성공한 일본 야구 선수로 알려진 뉴욕 양키스 소속 히데키 마쓰이의 OPS+ 하락 폭이다. 마쓰이는 일본에서 말 그대로 괴물 같은 선수였다. 워낙에 장타자였기에 그만큼 성적 하락도 크다고 할 수 있지만, 당시 메이저리그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안타깝지만,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후반까지 메이저리그는 약물에 취해있었다. 마쓰이도 2년 차에 31개의 홈런을 치고, 5 20+홈런을 기록했으나 빅리그의 괴물들 탓에 OPS+는 다소 손해가 있었으리라 예상한다. 지금 메이저리그는 어느 정도 스테로이드의 약 기운이 빠진 상태다.

 

단순히 NPB진출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시 OPS+ 하락 폭을 평균 내면 약 43의 수치가 나온다. 여기서 성적이 오히려 올랐던 다구치나, 마쓰이, 니시오카 등의 특수 사례를 제외하면 40 내외. 해석하기에 따라 35로 내릴 수도 있고 45로 올릴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앞의 한국 선수들의 일본 진출 변화 폭과 합하면 KBO에서 MLB로 진출 시 대략 60~80까지 OPS+가 떨어진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이는 단순한 합산이며 리그 적응에 대한 수치가 중복된 것일 수 있다. 강정호의 미국 진출의 성적 변화를 계산할 때 추가적으로 고려할 사례는 올해 국내에서 뛴 외국인 야수들의 타격 변화다.




 

미국에서 국내리그를 평가할 때 더블A 수준의 리그라고 하기도 하는데 올해 외국인 야수들의 기록을 보면 트리플A와 더 가깝다고 여겨진다. 만약 리그 적응의 요소가 10가량 마이너스 되어 있다면 국내리그와 트리플A 사이는 15, 메이저리그와는 약 60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뭉뚱그려 계산할 수도 있다. 물론, 표본이 워낙 작기에 큰 의미가 없는 수치이긴 하다.

 

최종적으로 강정호의 성적을 예상한다면? 리그 평균을 7할이라고 한다면 OPS+ 95~110 사이로 두고 .665~.770 OPS까지 예측 가능한 범위다. , 피츠버그의 홈구장이 2014년 팬그래프가 계산한 우타자 파크팩터상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홈런을 치기 힘든 곳이기에 수치는 이보다 다소 떨어질 수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NL 중부지구의 신시네티, 밀워키, 컵스의 홈구장은 우타자에게 유리한 곳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예상은 강정호가 충분한 타석을 보장받았을 때의 얘기다. 일부에서는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비딩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며 타 구단을 견제하기 위한 찔러보기 식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외부에서 보기에 2014년 피츠버그의 내야진은 공수에서 충분한 짜임새를 갖췄다고 보기 때문이다. 위 표에 나타나듯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나 NL 중부로 한정해도 파이어리츠 내야진의 WAR 수치는 상위권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강정호를 영입할만한 공간도 충분히 남아있다고 생각된다. 2014년 피츠버그는 페드로 알바레즈(3B) - 조디 머서(SS) - 네일 워커(2B) - 이케 데이비스(1B)를 주전으로 클린트 바메스가 유격수, 가비 산체스가 1루를 백업하는 구성이었다. 그리고 조쉬 해리슨이 3루와 외야, 2루에 비중을 두고 고루 출장하며 주전 이상의 활약을 했다. 시즌 후 피츠버그는 주전 1루수 이케 데이비스를 트레이드하고, 백업 1루수와 유격수를 모두 FA로 내보냈다. 수비가 안 좋은 페드로 알바레즈가 3루에서 1루로 이동했고, 백업으로 외야 비중이 높은 코리 하트를 영입했다. 공석이 된 3루 자리에는 유틸리티 조쉬 해리슨이 붙박이로 들어가는 형국이다. 계산하면 내야에 300타석 정도가 남는데 현재로써는 이 정도가 강정호에게 부여될 수 있는 타석수라고 보인다.

 

4명의 내야수 중 확실히 입지를 다진 선수는 1라운드 출신의 1루수 전향 예정인 페드로 알바레즈와 네일 워커다. 이들은 수비의 약점에도 불구 검증된 타격으로 붙박이로 기용될 확률이 높다. 강정호는 유격수 조디 머서와 3루수 조쉬 해리슨, 유틸리티 션 로드리게스와 경쟁하게 될텐데 충분히 승산이 있다.

 




내야의 한 축인 조디 머서와 조쉬 해리슨은 유망주로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적지 않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서 깜짝 활약으로 입지를 다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구단 입장에서 작년, 재작년 활약을 온전히 믿기 어렵다는 의미도 된다. 네일 워커나 페드로 알바레즈처럼 어린 나이에 활약한 선수는 AAA와 메이저리그간 성적 차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두 선수는 마이너리그 성적을 보면 지금의 활약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느냐에 의문이 생긴다특히 조디 머서는 2013년 수비 수치(UZR)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음에도 타격으로 승리 기여를 올렸는데 올해는 반대로 타격의 마이너스를 수비로 극복했다. 올해 두 수치가 동시에 무너진다면 강정호에게 자리를 뺏길 확률도 없지 않다. 조쉬 해리슨은 원래 BIPA가 높은 유형의 타자에 가깝지만, 내년에 그 정도 타율과 홈런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션 로드리게스는 마이너시절 타격으로 더 주목받은 야수이나 나이와 여태까지의 실적으로 강정호보다 우선시 되는 백업 요원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그보다 조직내 장기적인 유격수 혹은 2루수 요원으로 꼽힐 92년생 내야 유망주 앨런 핸슨이 내년 후반기부터 더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계약 가능성을 보면 강정호가 잔류했을 때 넥센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연봉의 상한은 맥스 10억 원가량이다. 피츠버그에서는 적어도 2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제안받는다면 세금과 에이전트 비용을 포함해도 결코 손해가 아니다. 2년 후 더 나이가 많아진 강정호가 FA로 많은 금액의 오퍼를 받을 수 없다고 하면 지금 계약하는 게 강정호나 피츠버그를 위해서 모두 만족스러운 시나리오다.

 

피츠버그는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강정호가 뛰기에 비관적인 팀이 아니다. 오히려 스몰마켓이기에 더 유리한 부분이 있다. 강정호가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준다는 전제하에 따라서 경쟁자를 밀어낼 수도, 서비스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네일 워커나 페드로 알바레즈의 대안으로 역할도 가능하다. 그리고 몇몇 일본 내야수들의 경우처럼 최악의 시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경기 외적으로 잘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독 동료들과 살가운 모습을 보였던 강정호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선수와 팬 모두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시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를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