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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메모

조영훈 - 김희걸 트레이드,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사진 출처 - KIA 타이거즈



KIA와 삼성이 우완 김희걸과 1루수 조영훈을 맞바꿨다. KIA는 6월 17경기에서 홈런은 단 2개에 불과할 정도로 극심한 장타력 고갈에 시달렸다. 코칭스탭을 2군으로 보내는 결단에도 반짝 효과만 있었을 뿐이다. 삼성과의 시리즈에서는 3경기 동안 3득점으로 빈타에 허덕이자 장타력 회복에 대한 답을 외부에서 찾은 듯싶다. 트레이드가 비교적 쉽게 성사된 것은 선감독이 삼성에서 7년을 몸담았던 인연이 작용했을 것이다.



조영훈이 어떤 선수이기에 선동열 감독이 적극적으로 움직였을까? 선 감독은 시즌 초부터 조영훈이 KIA에 오면 주전이라는 말로 호감을 나타냈다. 커리어 하이는 2010년으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출장해 전반기까지 30경기 90타석 .338AVG .382OBP .625SLG 5홈런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보였다. 이 시기의 활약은 양준혁 은퇴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양준혁 은퇴 후 후반기에 .69타석 .190의 타율 단 1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급격히 방망이가 식었다. 작년에도 6월에만 반짝했을 뿐 한 번도 300타석을 넘긴 적이 없어 냉정히 말하면 백업에 가까운 선수였다. 


그럼 KIA의 영입이 단순히 로또성에 가까울까? 결코, 그렇게 볼 수는 없다. 아마 시절부터 조영훈은 충분히 좋은 타자였다. 건국대 4년 동안 402타석 .368의 타율 9개의 홈런 포함 .536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프로에서 몇 년간 1,2군을 들락거리며 특출난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경찰청에서 2년 동안 706타석 .315AVG .613SLG 48개의 홈런을 쳐냈다. 타자 친화적인 벽제 구장임을 감안해도 좋은 성적이다. 이런 활약을 계기로 경찰청 제대 후 주전급 타자로 도약을 노리기도 했지만, 삼성의 깊은 선수층에 막혀 기대에 못미쳤다.


KIA에서는 훨씬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당장 최희섭과 번갈아 1루수로 나올 수 있고 김상현이 복귀해도 팀의 첫 번째 백업으로 많은 타석을 받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최희섭, 이범호에게 휴식을 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나지완의 입대를 준비하는 영입이 된다. 조영훈이 박병호처럼 임팩트를 보일 수는 없겠지만, 김주형보다 완성된 타자로 KIA에는 딱 맞는 조각이다.




이 트레이드가 KIA에 입장에서 진행됐다고 해도 삼성 역시 손해가 없다. 강봉규가 1루 출장을 늘려가고 있어 조영훈에게 자리가 없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모상기, 구자욱, 이동훈 등이 있어 교통정리의 의미도 된다. 


또한, 연고 팀에서 뛰게 된 김희걸은 선수 가치를 놓고 볼 때 조영훈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81년 생의 나이 451.1이닝 4.97의 평균자책점은 만만치 않은 커리어다. FIP도 평균자책점과 거의 비슷한데 최고 140km 후반 주로 140km 초중반의 빠른 볼 경쟁력 있고, 그에 비해 제구력은 준수한 편이다. 다만 보조 구질의 위력이 뛰어나지 않아 타자와의 승부를 어렵게 가져가는 점이 단점이다. 


삼성 추격조로 기용됐던 이우선보다는 여러 면에서 우위에 있는 선수다. 2군에서는 윤석민급 활약을 했을 정도로 팀의 기대치가 높았다. 삼성에서는 훨씬 부담이 덜한 상황에서 이전 팀과 달리 비단처럼 기용된다면 성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투수는 많을수록 좋다고 한다. 기용 면에서 야수보다는 자유롭다는 뜻이다.



KIA는 조영훈 영입 첫날 SK에 쓰디쓴 역전패를 당했다. 치명적 패배지만 이날의 트레이드는 쓴맛을 달랠 만큼 달콤한 소식이다. 30대 초반, 선수로서 절정에 달할 나이의 두 선수가 이적한 팀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